<p style="text-align: center;"><span data-ke-size="size20"><b>9월이 오면</b></span></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right;"><b>안도현/</b></p><p style="text-align: right;"> </p><p>그대</p><p>9월이 오면</p><p>9월의 강가에 나가</p><p>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p><p>뒤따르는 강물이</p><p>앞서가는 강물에게</p><p>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p><p>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p><p>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p><p>물결로 출렁</p><p>걸음을 옮기는 것을</p><p>그때 강둑 위로</p><p>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p><p>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p><p>가는 것을</p><p> </p><p>그대</p><p>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p><p>강물이 저희끼리만</p><p>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p><p>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p><p>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p><p>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p><p>가을이 아름다워지고</p><p>우리 사랑도</p><p>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p><p> </p><p>그대</p><p>사랑이란</p><p>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p><p>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p><p>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p><p>사람이 사는 마을에서</p><p>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p><p>우리도</p><p>모르는 남에게 남겨줄</p><p>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p><p> </p><p>9월이 오면</p><p>9월의 강가에 나가</p><p>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p><p>강물이 되어</p><p>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p><p> </p><p>9월 첫날, 교회 밴드에 올렸던 시인데요, 마지막 부분을 빼놓아서 다시 주보에서 나눕니다. 시간의 흐름에 감사하시나요, 인생은 세월의 강물을 타고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은 때로 격하게 소용돌이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물 같은 평화로움도 있습니다. 안도현의 시를 보면서 우리 모두 9월의 강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적시며 뭇 생명을 살려내는 아름다운 강이 되어봅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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