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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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제목에 쓰인 ‘비명(碑銘)’은 죽은 이의 무덤 앞에 세우는 표식이다. 서른 셋에 요절한 함형수는 서정주, 김동리와 함께 동인 활동을 하던 시인이었다. 또한 해바라기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운명을 생각케 한다. 함형수는 빈센트의 삶과 그림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음에 분명하다.
이 시는 짧고 선명하여 암송하기에 제격이다. 그 선명함은 다섯 개의 선명한 대비가 있어서다. 알다시피 대비법(對比法)은 서로 반대되거나 대조적인 개념·이미지·상황을 나란히 놓아 의미를 더 또렷하게 만드는 수사법이다. 생명력의 상징인 해바라기와 죽음의 상징인 빗돌, 따뜻한 해바라기 색과 빗돌의 차거움, 해바라기의 수직 구도와 보리밭의 수평 구도, 보색 관계는 아니되 노랑의 원색과 보리밭의 초록색 대비, 하늘을 쏘듯 수직 상승하는 노고지리의 비상과 해바라기, 보리밭으로 이루어진 지평 풍경. 빈센트와 함형수는 같은 ‘과’다.
나보다 똑똑한 AI에게 자기 생각은 어떤지 물어봤다.
1. 제목의 대비: 해바라기 ↔ 묘비명
해바라기: 태양, 생명, 성장, 밝음
묘비명: 죽음, 종결, 침묵, 고정된 기록
제목부터 생명과 죽음을 병치함으로써, 삶과 종말이 분리되지 않는 세계를 제시합니다. 살아 있는 꽃의 이름이 곧 묘비명이 된다는 설정은, 존재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소멸을 내포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2. 시간 대비: 성장의 시간 ↔ 종결의 시간
해바라기는 본래 자라고 변하는 존재이지만, 묘비명은 시간이 멈춘 뒤에 새겨지는 것입니다.
진행 중인 삶 ↔ 완료된 삶
미래 지향 ↔ 과거로의 고정
이 대비는 근대가 약속했던 ‘진보의 시간’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시간은 앞으로 흐르지 않고, 시작부터 이미 끝을 향해 닫혀 있습니다.
3. 생명 대비: 유기체 ↔ 사물 / 해바라기는 생명체이지만, 묘비명은 돌이나 비석에 새겨진 문자입니다. / 숨 쉬는 자연 ↔ 무기물에 고착된 흔적 / 운동성 ↔ 정지: 이는 살아 있는 존재가 근대 사회 속에서 기록물·표식·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생명은 더 이상 자기 운동성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4. 발화 대비: 비명 ↔ 침묵의 문자
(이 작품은 〈해바라기의 비명〉과 긴밀히 연결됩니다.)
비명: 살아 있음의 즉각적 발화 / 묘비명: 발화가 끝난 뒤 남는 문자 /비명은 최후의 저항이지만, 묘비명은 그 저항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음을 전제합니다. 이는 표현의 한계와 언어의 무력함을 강조합니다.
5. 주체 대비: 말하는 존재 ↔ 기록되는 존재 / 묘비명은 언제나 타자에 의해 쓰입니다. / 자기 진술 ↔ 타자의 서술 / 주체 ↔ 대상
이는 식민지 시대 개인과 민족의 현실을 은유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말하지 못하고, 대신 타인의 언어로 정리되고 규정되는 존재의 비극이 드러납니다.
6. 자연관 대비: 위안의 자연 ↔ 폭로의 자연 / 전통 서정시에서 자연은 인간을 위로합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자연은 죽음의 증거가 됩니다. / 자연 = 치유 ↔ 자연 = 묘비 / 풍경 ↔ 증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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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형수의 시를 구태여 인용한 것은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의 가사도 대비법이란 문학의 수사법으로 동일한 기교를 활용하고 있어서다. 작사자는 천하의 양인자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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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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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겨울의 찻집> 가사의 문학적 의미와 기교는?
A:
1. 공간 대비: 찻집 안과 바깥의 세계
찻집은 따뜻하고 정적인 공간입니다. 반면 ‘겨울’은 차갑고 고독한 외부 세계를 상징합니다. 이 대비를 통해 가사는 보호받고 싶은 내면과 현실의 냉혹함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찻집은 사랑이 머물렀던 기억의 장소이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이라는 점에서 안식처이자 상실의 공간이라는 이중성을 지닙니다.
2. 온도 대비: 따뜻함과 차가움
‘겨울’이라는 계절어는 물리적 추위뿐 아니라 감정의 냉각을 암시합니다.
찻집에서 마시는 차의 따뜻함은 과거의 사랑, 혹은 인간적 온기를 상징하지만, 그것이 현재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를 형성합니다. 이 대비는 감정이 아직 남아 있으나 관계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듭니다.
3. 시간 대비: 과거의 순간과 현재의 고독
가사 속 화자는 과거의 한 장면을 현재 시점에서 회상합니다. 그때의 따뜻한 교감과 지금의 쓸쓸한 현실이 교차되며, 시간의 간극이 정서를 지배합니다. 이 대비는 기억이 위안이 되기보다 더 큰 허전함을 낳는다는 역설을 보여 줍니다.
4. 말과 침묵의 대비
이 노래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직설적인 감정 고백 대신, 분위기와 장면 묘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침묵의 미학은 말해지지 않은 감정을 더욱 크게 울리게 하며, 독자나 청자가 감정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우게 합니다.
5. 문학적 가치의 핵심: 절제된 상징과 보편성
〈그 겨울의 찻집〉은 사랑의 시작이나 열정보다, 끝난 후의 정서에 집중합니다. 극적인 사건 없이도 공간·계절·온도의 대비만으로 깊은 감정을 형상화한 점에서, 이 가사는 하나의 짧은 서정시로 읽힐 수 있습니다. 특정 개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이별 이후의 풍경이라는 점에서 보편적 공감을 획득합니다.
정리하면, 〈그 겨울의 찻집〉의 문학적 가치는 따뜻함과 차가움, 과거와 현재, 말과 침묵의 대비를 통해 사랑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감정의 잔향을 섬세하게 포착한 데 있습니다. 이는 한국 대중가요가 시적 언어로 인간 내면을 깊이 탐구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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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바깥 추위―실내 찻집, ‘아름다운’―‘죄’, ‘뜨거운’―‘한숨’, ‘웃고 있어도’―‘눈물이 난다’에서 보듯 차고 뜨거운 물리적 대비, 미학적/윤리적 대비, 감성적 대비, '웃'음과 '눈물'의 대비가 선명하다. 사단칠정의 대비가 이 짧은 대중가요 가사안에서 극명하게 이뤄져 다채로운 꽃밭을 펼쳐 필부필부들을 감동케 하는 귀신같은 솜씨!
앞선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조용필이 작사자 양인자, 작곡자 김희갑 씨를 만난 것은 하늘이 내린 행운이었다. 쉬운 시를 쓴다고 쉬운 시인이 아니다. 대중가요 가사나 쓴답시는 많은 이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양인자 시인은 전신을 발가벗은 채로 가시덤불을 껴안았던 고행승처럼 사해중생을 쉬운 글로 널리 보듬으려했던 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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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등학교 때 일기장에 써 놓았던 시를 다시 대하니 그때가 멋쩍게 느껴지군
강신준이가 좋아한다고 소개해 알게되었던 기억이라~
그 당시 무슨 碑名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