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책 제목만 읽어도 수업이 되는 것같은 책이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다”“오늘을 견디면 내일은 달라질 거라 믿었다”“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다”“결혼은 행복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더 기대해서 외로운 것”“부족하다고 느끼면 가난하고 여유를 느끼면 부자다”“돈, 직위, 명예가 ‘나’를 대신할 수 없다”“가까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거든 그냥 주어라”“잔소리와 간섭은 자식과 등지게 한다”“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책 내용을 보아서는 4, 50대 중장년층에게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다. 4, 50대는 인생에 있어 황금기가 될 수 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는 때이고 잘못 생각하고 행동했다간 돌이킬수 없는 인생 좌절기를 맞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느냐가 질문이 아니라,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를 많이 묻는 시기이다.
이런 중장년층 물음에 법률스님은 ‘즉문즉설(卽問卽設)’로 화통한 답을 주어 대중적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고민상담을 해오는 사람을 향해 던지는 ‘돌직구’ 어투,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그만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아들 둘과 영원히 함께 살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어머니를 향해 법률스님은 “젊은 남녀가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게 하는 게 엄마의 할 일이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라고 답한다. 교사가 되고자 몇 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진로문제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그 정도 했는데도 안되었으면 내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딴 길을 찾아보라.”고 말해준다.
결혼을 하지 못한 40대에게, 이혼을 하거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된 사람들에게, 실직을 하거나 실직할 것을 두려워하는 가장에게 “그 어떤 일이든지 그건 단지 그것일 뿐이예요”라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거두고 마음을 가볍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답한다.
40대 중반 나이가 되다보니 ‘인생수업’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절로 갖게 되는 것같다. 그래서 그런지 법률스님이 쓴 책 <인생수업>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런 경험을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도 얻게 된다.
이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늘 곁에 두고 있다가 일이 꼬이고 답답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될 때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2014년 새해를 시작하며 읽은 이 책을 이달의 추천도서로 적어본다. <김용필>
법률스님 <인생수업> 중에서
봄에는 산과 들에 온갖 곷이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봄철에 새로 움트는 새싹들도 참 아름답습니다. 새싹들은 여름에 무성해지다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결국은 가랑잎이 돼 떨어집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흔히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한 걸까요? 아닙니다. 바로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쓸쓸한 거예요. 가랑잎을 보면서 ‘찬란했던 내 젊음도 저 가랑잎처럼 스러져가는구나’ 하고 나이 들어가는 내 인생을 아쉬워하는 겁니다.
봄에 피는 꽃, 새싹만 예쁠까요? 가을에 잘 물든 단풍도 무척 곱고 예쁩니다. 봄에 꽃놀이를 가듯이 가을에는 단풍을 보기 위해 단풍놀이도 많이 가잖아요. 아무리 꽃이 예뻐도 떨어지면 아무도 주워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은 책 속에 고이 꽂아서 오래 보관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나고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데, 잘 물든 단풍처럼 늙어가면 나이 듦이 결코 서글프지 않습니다. 자연이 변화하듯 편안하게 늙어가면 그 인생에는 이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듯 아름답게 물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등바등 늙지 않으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노후를 아름답게 잘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마저도 없이 변화에 순응하는 겁니다.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병이 나면 병나는 대로, 머리가 희어지면 희어지는 대로, 주름살이 생기면 주름살이 생기는 대로, 또 아파서 걸음걸이가 불편하면 ‘그동안 많이 부려먹었으니까 고장날 때가 됐지.’ 하면서 받아들이는 거예요.
자기의 주어진 처지를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저분은 나이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게 사는구나.’ 여깁니다. 그런 모습이 바로 잘 물든 단풍이 아름답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 않고 초라해지지 않고 순리대로 달 늙어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