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장 장치들, 사진 출처는 WD
컴퓨터는 연산을 담당하는 CPU, GPU와
각종 기억 장치, 그리고 입출력 장치로 이뤄져 있죠.
기억 장치에는 휘발성 기억 장치인 시스템 메모리(RAM)와
비휘발성 저장 장치인 HDD, SSD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HDD
(Hard Disk Drive, 이하 HDD)는
든든한 비휘발성 저장 장치의 대표주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PC의 필수품으로 여겨졌습니다.
요즘 대세는 1TB 용량의 HDD인데요,
그런데, 최근 3년새 HDD 시장에
예전과는 다른 변화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가격 대비 용량 비율이 개선되고,
대세가 2TB로 넘어가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아래에서 더 자세히 보시겠습니다.
점점 좁혀지는 1테라와 2테라의 거리
▲ 다른 용량대는 평균 판매가격이 서서히 내려가지만 1TB는 변함 없는 상태
지금 보시는 것은 다나와리서치에서 수집한
HDD 시장의 통계 자료입니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7,200RPM HDD 1TB와
다른 용량대와의 가격차이가 나와 있죠.
2017년 1월에 7,200RPM HDD
1테라와 2테라의 가격 차이는 2만 6,701원이었습니다.
1테라와 3테라는 4만 5,701원 차이
1테라와 4테라는 11만 1,068원 차이가 나는군요
▲ 7,200RPM 1TB HDD와 2~4TB HDD의 개당 평균 판매가격 차이
자, 그렇다면
2020년 7월에는 어떨까요?
2020년 7월 기준으로하면
1테라와 2테라는 1만 4,675원 차이
1테라와 3테라는 3만 8,762원 차이
1테라와 4테라는 9만 7,192원 차이입니다.
모두 2017년 1월에 비해 격차가 꽤 줄었습니다.
특히 1테라와 2테라는 용량은 두 배 차이지만,
가격 차이는 고작 1만 5천 원 남짓입니다.
▲ 1GB당 평균 금액으로 환산한 경우, 1TB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정도면 1테라를 사느니
1만 5천 원 더 주고 2테라 제품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2테라 용량의 HDD 판매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500GB HDD가 물러날 때와 양상이 비슷하네요?
머지 않아 1TB도 사라지는 걸까요?
기술의 발전에 의해 저장 장치들의 가성비(가용비)가
개선되는 것은 예로부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위 자료를 보면
어째서인지 최근 1테라 HDD의 평균 판매가격은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개선되지 않았죠.
말씀하신 것처럼
500GB HDD가 비주류로 밀려나기 직전의
상황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물론 최근 SMR 방식의 HDD 제품들이 등장해서
1테라 용량 기준, 기존 제품들보다 더 저렴한
4만 원대 후반~5만 원대 초반에 판매되고는 있습니다만,
SMR 방식은 쓰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속도저하 때문에
소비자들이 딱히 선호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증명하듯, 저렴한 SMR 방식의 HDD가 등장한 이후로도
통계에서 HDD 1테라의 개당 평균 판매가격은
드라마틱하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의 입장은 즉,
마냥 가용비만 높은 것(싸고 용량만 큰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시장의 반응이
1TB HDD의 퇴장을 더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특히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요.
강력한 경쟁자요?
네 그렇습니다.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유지될 것 같았던
HDD 독주 체제를 흔드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죠.
바로 SSD(Solid State Drive, 이하 SSD)입니다.
앗, SSD 저도 써요! 바꾸니까 부팅 속도가 확 빨라지던 걸요?
SSD는 HDD 대비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가 장점이고
충격에도 강하며, 무엇보다 읽기/쓰기 속도가
월등히 빠릅니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동일 용량 대비 가격이 HDD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인데요,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실까요?
자, SSD의 가격하락 속도가 어마어마하죠?
2017년 1월에 2.5인치형 SATA SSD 250GB는
평균적으로 한개당 12만 4,560원에 팔렸습니다.
!!??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믿기 힘든 이야기죠?
요즘 250GB 제품은 5만 원 언저리에서 팔리고 있으니까요.
(2020년 7월 기준, 5만 5,874 원)
이정도면, 거의 전설의 레전드급 가격 하락이죠.
2017년에는 개당 20만 원에 육박했던 500GB SSD도
2018년이 되면서 가격이 쪼그라들었고
2020년에는 개당 8만 원 언저리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더 빠른 순차 읽기/쓰기를 자랑하는
NVMe SSD도 마찬가지인데요,
2017년에는 무려 33만 원에 팔리던 500GB 고급 모델도
2020년 7월에는 12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SSD는 여전히 HDD보다 비싸지 않나요?
맞습니다. 먼저 위 표를 보실까요?
HDD와 SSD를 하나의 표에 모아봤습니다.
2020년 7월 기준으로도
HDD의 1GB당 금액이 훨씬 저렴한 것을 알 수 있죠.
고용량의 백업용 저장 장치가 필요할 때는
여전히 HDD가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SSD의 가격 하락세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DD가 2년 6개월 동안 0.7~14%를 내리는 사이에
SSD는 50~63%가량 하락했거든요.
음... SSD는 같은 용량에 가격을 내리고,
HDD는 같은 가격에 용량을 올려서 대응하는 느낌이네요
네, 맞아요. 아무래도 HDD는
제품 내부에 아주 정교한 모터나 헤드와 같은
기계적인 부품들도 많이 들어가고
금속 재질의 하우징도 필요하니까요.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 단가를 낮추고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1TB HDD가 2만 원에 팔리지 않는다는 거죠.
그럴 상황이 오면 1TB는 단종되고
2TB가 4~5만 원에 팔릴 겁니다.
그래서 HDD 업계는 기술을 발전시켜서
같은 가격에 점차 더 큰 용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할 것입니다.
500GB HDD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1TB가 5만 원 언저리에서 대세를 이어받은 것처럼
머지않아 2TB가 5만 원 언저리의
'대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있죠.
그렇게 되면,
지금도 월등히 우수한 HDD의 가용비가
한 순간에 두 배로 좋아지기 때문에
한동안 SSD가 HDD의 가용비를 따라잡기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보기엔
SSD가 HDD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지만
사실 가용비 싸움에서는 HDD가
훨씬 유리한 상태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 최신 게임의 용량도 저장 장치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다
용량이 어마어마한 4K, 8K 영상을 비롯하여
신작 게임들의 용량도
100GB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게임들을 문제 없이 설치하고 버텨내려면
250GB는 부족하기 때문에
SSD도 앞으로는 500GB~1TB의 가격을 내려서
시장에 보급하고 안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SSD가 1GB당 100원, 혹은 그 이하까지 가격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들이는 이득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합니다.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저는 좀 비싸지만 성능 좋은 SSD,
저렴하고 큰 저장공간은 HDD인 지금의 공식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흥미진진하네요!
HDD의 미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신기술도 있을까요?
우선 HDD 업계는 초 고용량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다나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최고 용량의 HDD는
시게이트의 아이언울프 16TB 제품인데요,
HDD 업계에서는 16TB 다음으로 18~20TB 제품과 함께
최대 수십 TB까지 늘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시게이트>
시게이트는 HAMR(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
이라고 하는 열 보조 자기 기록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위 이미지)
HDD의 기록 헤드에 레이저를 함께 장착해서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 더 조밀한 영역에 데이터를
안전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Heat-Assisted 방식이라고 부르죠.
올해 초 일본의 쇼와 덴코(Showa Denko k.k, SDK)에서는
HAMR 기술용 신소재 HDD 플래터 개발을 발표했는데
쇼와 덴코에 따르면 신소재 플래터를 이용하면
이론상 무려 80TB HDD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80TB 용량의 단일 제품, 상상만 해도 아찔한데요,
당분간 SSD로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용량이겠죠?
HDD가 가용비 경쟁에서 SSD를 압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겁니다.
WD는 MAMR(Microwave assisted Magnetic Recording)
이라는 개념의 신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HAMR 기술은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열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MAMR은 이런 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대안으로서
마이크로웨이브파를 이용하여
레이저 열 없이도 기존보다 조밀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라고 합니다.
SSD 쪽은 어떤가요? SSD도 가용비가 많이 개선 될까요?
HDD를 바짝 쫒고 있는 SSD는
용량 면에서는 딱히 자체적으로 할 것은 없고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들의
기술 발전과 제조 단가 하락을 응원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세계 주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들이
적층형 3D 낸드 플래시를 더 높게 쌓아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높게 쌓을 수록
고용량 제품을 더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죠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는 160단 이상의
초고적층 낸드 플래시를 개발 중인데요,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경쟁사(낸드 플래시 제조사)들을 단번에 따돌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이후로 SSD에게 계속 쫒기기만 했던 HDD가
최근 가격 대비 용량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앞으로 HDD와 SSD 간의 용량, 그리고 가용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이 되겠죠.
더 좋은 신기술과 더 좋은 제품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 주기를 바랍니다.
기획, 글 / 송기윤 iamsong@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