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나무의 천권읽기 114권 <공자의 마지막 공부> / 저자: 김승호 / 출판사: 다산초당
*감상후기
주역 연구가 김승호 선생님이 집필하신 운명에 관한 책들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어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김승호 선생님의 신간이 발간되었다기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주역의 시초와 문왕에 의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어 공자에 이르러 깊이 연구가 이뤄지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주역의 괘상을 이루는 8개의 기본 괘를 각각 설명한 뒤, 64개의 괘상을 하나씩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세상의 만물과 자연 형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주역의 64괘로 분류할 수 있고, 만사를 64개의 뜻으로 읽어낼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과학적 학문이 바로 주역인 바, 주역의 괘상들을 열심히 익히고 깨달아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고 인격 수양에 힘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자가 각 괘상을 통해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을 제시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우선 들었던 생각은 진리는 단순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활성 큰스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 사회 사람들은 과학과 수학과 각종 복잡한 학문속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매달리고 있지만, 사실 진리는 단순하면서도 간단 명료한 것이라는 말씀,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64괘 속에 담겨 있는 세상 만사의 진리, 그것의 단순함이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형상 속에서 핵심을 찾아낼 수 있는것, 이것이 진리의 경지가 아닐까?
그리고 세상 만물을 살펴보고 이를 64개 괘상 가운데 하나와 연결시킬 수 있는 해석력을 기르는 일에는 참으로 문학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주역이 문학이 아닌 자연과학이라고 강조했지만, 64괘에 익숙해질 때까지 주역 초보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바로 문학적 능력이 아닐까 한다. 책을 중간 정도 읽었을 때, 문득 "아, 주역은 어떤 면에 있어서 참으로 문학적이고 시적인 학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역이 세상의 진리를 담고있다고 하는 이유에는 아마도 한 가지가 더 있을듯하다. 복잡한 세상 만사와 자연 만물을 단지 64개의 괘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단순함과 명료함도 매력적인 장점이겠지만, 그보다 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것은 바로 '음양의 반복'과 '대자연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무상함에 대한 가르침'일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와 무아에 대한 개념이 주역의 가르침과도 상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 스승들의 가르침처럼, 진정한 진리는 인위적이거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단순하고 맑은 중도와 중용의 모습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인상적인 구절
대자연의 사물은 각자 향하는 곳이 있다. 이것을 일컬어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온 우주에서 열은 찬 곳으로 향하고 냉한 기운은 뜨거운 쪽으로 향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에너지는 서로 섞여 자신의 기운을 상실하고 작용을 끝마친다. 우주는 종말에 가서는 아무런 작용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열적 죽음이라고 표현하는데 시간의 흐름이 바로 이 방향이다. 시간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는 것을 일컬어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과학에서 밝혀진 자연의 방향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어느 곳에서는 역방향으로 흐르는데 이것이 바로 생명 활동이다.
생명 활동에서는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향하고 차가운 기운은 위로 향한다. 온 우주에서 엔트로피가 증대되지만 생명체 내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흔히 태엽 감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생명체는 죽임이라는 것이 있어서 결국 대자연의 흐름을 언제까지나 역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사회내에서도 존재한다. 월급이라는 것을 보자. 회사에서 지급되는 이 돈은 직원을 통해 각 가정에 공급되는 바, 이들은 최종적으로 살림을 맡고 있는 아내에게 도달한다. 그러고는 이 돈을 쓰는 것이다. 버는 것은 태엽 감기, 즉 역엔트로피이고 쓰는 것은 엔트로피 현상이다. 어려운 개념을 얘기했는데 그저 자연의 모든 기운은 소모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 된다. (p.291-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