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해를 바라보며, 가는 해를 뒤로하고...
산행일시: 2018년 12월22일 맑음 미세먼지 많음
산행인원: 10명(대간거사 총대장, 메아리 대장, 모닥불, 영희언니, 스틸영, 산정무한, 사계, 향상, 신가이버, 오모)
산행거리 및 시간: GPS 도상 21km, 12시간
구간별 시간:
4:40 거석 출발
6:00 거석삼거리
6:30 하천산
7:00 아침식사
8:00 밥봉
10:20 따리봉
11:00 한재 도착 점심
11:40 2부 산행 시작
12:50 백운산, 한재방향 회귀
14:00 938봉방향 삼거리
15:20 895봉
16:50 묘동 하산
태양이 남회귀선을 통과하는 07:23 동지 시각이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오늘은 오지의 미명 산행도 가장 긴 날이다. 남쪽 먼 곳까지 태양이 다녀오느라 여명도 더디다. 아침식사까지 두번의 짧은 휴식이 있었지만 좀채로 어둠이 가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역에서는 어둠이 가장 길 때 밝음의 기미를 알아본다. 음이 극에 이르면 양으로 되돌아간다는 복괘(復卦)로 음력 11월 동짓달을 나타내고 일년의 시작으로 삼는다. 예로부터 새해의 첫날은 세 가지로 본다. 우리가 아는 음력설, 입춘, 그리고 동지다. 입춘은 새해의 기운이 나타나는 때라면 동지는 새해의 기운이 들어오는 날이다. 365일 24시간 모두 나의 소중한 시간이니 무슨 차이가 있으랴만 우주의 시간에 리듬을 맞추어 기해년 한해 마음을 추스릴양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겨울 기후가 바뀌어 이제는 3한4온이 아니고 2한5미란다. 기온이 올라가기만 하면 여지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동지를 새해로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지 날씨가 푹하다. 낮에는 10도를 넘는다니 나를 비롯해서 기모바지를 입고 온 사람들은 난망해진다. 새벽공기가 청량하게 느껴지니 낮의 더위가 걱정된다. 첫 피치는 하천산까지 고도 400미터를 올려야한다. 오늘은 기온도 적당하고 또 전날 내린 비로 등로에는 먼지도 없어 등산하기는 최적의 조건이다.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르다 능선에 붙는다. 가파른 사면으로 고도 250미터를 오른후에 정규 등로를 만난다. 어둠속에 오르는 길이라 시각이 막히니 허벅지가 실제 힘쓴 것보다는 뇌에 전달되는 고통이 덜한 느낌이다. 두번 짧게 쉬고 단숨에 하천산까지 오른다.
4:40 짙은 어둠속에 거석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첫번째 휴식. 메대장님 몸에서 나는 김이 후광을 받아 이글거린다. 카르스마 쩌네~
뭔가 핸폰에서 재밌는걸 보시는지 미소가 번진다. 지도 공부할 때는 찌푸린 얼굴 대조된다.
어제 밤이 보름이었다. 동지에 보름달과 일출을 같이 본다.
여명이다. 맞은편이 구름인지 능선인지 거대한 마루금으로 느껴진다.
영희언니가 동짓팥죽을 쑤어오셨다. 그덕에 새해 액운을 떨친다. 가이버의 사각주먹밥. 사각이라니 삼각까지는 참아주겠는데 총대장님이 김밥가지고 장난치지 말라신다. 재활용의 전도사 메대장님은 일회용품이 못마땅하시다. 일회용 숫가락도 재활용해서 다음주에도 쓰자고...
태양이 남회귀선에 무사히 도착한 시각, 동지 시각이다.
두 누님들. 경점에서 일출을 기다린다.
일출시간 7:33. 미명을 깨고 새날이 밝는다.
이번 주도 좀 즐거우셨던듯. 무한님 초반에 콘디션이 좋지 않다가 사계님과 스터디하시고 급회복.
밥봉에서 메대장님이 과메기를 싸주신다.
구례 계족산. 구름이 깔려있다.
하천산에서 밥봉까지 완만한 오름길을 편안히 오른다. 옅은 동지 햇빛을 담은 등로. 전날 비로 상큼하고 부드럽다.
뻥뚫린 등로에서도 사삼을 발견하는 스틸님. 이지역은 줄기는 큰데 뿌리는 왜소하단다.
계족산 일대 구례 산들.
가운데가 지리산 반야봉. 다른 곳에서 보는 것과 달리 정상이 각졌다.
따리봉 오르는 길 경점에서 영희언니. 뒤로 밥봉 화천산이 보인다. 그 뒤 오른쪽 끝이 반야봉, 왼편으로 노고단.
따리봉까지 고도 250미터를 오른다. 새벽부터 6시간 가까이 걸으니 이제 힘에 붙인다. 길없는 가파른 사면을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나는 일반등로를 갈 때가 사실 더 힘들다. 오지사람들은 거칠 것이 없으니 고삐풀린 말처럼 달리기 때문에 좇아가기에 버겁다.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있다. 앞 능선은 백운산 올랐다가 다시돌아와서 하산할 코스. 구름낀 지역은 화개.
따리봉에서 바라본 도솔봉
스틸님과 사계님. 서로 안좋아해서 떨어져 찍는다고 그러나, 다시 즉각 합류 ㅎㅎ
따리봉에서의 조망. 날좋으면 남해까지.
먼저 도착한 분들은 따리봉 삼거리에서 쉬고 뒤에 오른 분들은 사진 한 컷.
따리봉에서 본 백운산. 정상은 하늘을 찌르는듯 날카롭다.
한재로 하산하여 점심을 먹는다. 푸짐한 낙지와 신라면 컵라면. 못먹는 사람 부러우라고 사진발 좋도록 가라 앉은 낙지를 모두 위로 올린다. 낙지와 컵라면 익는 시간이 같다고한다. 그래서 컵라면 끓을 때 먹는 낙지맛은 일품이다. 10명이서 낙지 허벅지를 넉넉히 먹는다.
사계님은 자신이 끓인 오뎅은 팽개치고 낙지에 합류했다. 오뎅도 자르지 않아 한장이 그대로 익었다. 맨 앞 코펠이 사계님이 팽개친 오뎅 그 뒤 코펠이 낙지라면 1, 저 뒤가 낙지라면 2.
주초위왕. 나뭇잎에 글자 모양으로 꿀을 묻혀 조광조를 모함했다. 총대장님이 가이버가 위협적인가 보다. 땅에서 표식으로 놓은 민수산악회 표식을 들고 손가락으로 글짜를 살짝 가려서 만수산악회라고 주장하신다. 가이버가 외도하며 다른 산악회를 이끈다고.
무서운 2부 산행 시작.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그간 누려왔던 기억의 무게가 더해져 앞으로 나가려는 몸이 더 무거워진다. 산행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2.5km거리 350미터를 올라야하니 시작부터 다리가 무겁다. 오늘은 계획된 등로를 그대로 따르며 속도감있게 산행을 하게되니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한재에서부터 백운산 정상까지는 쉼없이 오른다. 삼거리를 지나서부터는 오르는 길의 경사가 가파르지 않았지만 무척 힘이 든다. 정상에 이르는 방법은 단 하나, 뒷발을 앞발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한발 한발 앞으로.
2부 산행 고지가 맹수처럼 무섭게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심지어 스틸누님은 등로 주변에서 곰발자욱을 발견한다.
모닥불누님. 한발 한발 흐트러짐없이 오른다.
왼쪽이 백운산 정상 오른쪽이 신선대
기모바지 입으신 두분. 더위를 잘 못참으시는 분들인데 안에서 익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공을 배경삼아 모닥불을 피우신..
멀리 억불산이 보인다. 염불의 기본은 억불이다. 아기가 엄마를 찾듯이 간절히 부르는.
말도 안돼! 배경이 좋으니 사계형님도 너무 멋져 보인다.
비좁은 백운산 정상에서. 100대명산을 등정하는 팀들이다. 언어장애를 가지신 분들인데 뜻을 세우고 산을 찾으시는듯하다.
표정이 일품이다. 단체 사진을 찍다보면 사계형님이 인솔교사처럼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도 역시나.
비좁은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훨씬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정상에 오른 기분을 만끽한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미세먼지.
배운산에서 오던 길로 하산하여 한재전 삼거리에서 895봉 능선으로 하산 길을 잡는다.
삼거리에서 895봉 가는 길의 사면을 수색했으나 소득은 거의 없다. 있어도 크기가 모두 자잘. 수확을 뻥치기 위해 옛날 사진을 올리자는 장난스런 제안도 있었다. 기운이 빠지다 보니 938봉에서 895봉에 이르기전에 나타나는 봉우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실제로 다가가면 그리 높게 오르지 않는다. 무슨 원리인지... 895봉을 오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고도 100미터를 오른다.
895봉에서. 오모는 마지막 남은 사과를 손으로 잘라 나누어준다. 날이 더워 물을 많이 마신덕에 여기서부터는 수통이 모두 비었다. 여기에서 능선을 따라 묘동으로 하산.
묘동 두릅밭으로 하산. 계획한 등로를 완벽히 따랐다. 무한형님이 보내준 산행궤적이 아주 멋지다. 이번 산행은 체력도 문제였지만 백운산 오르기전부터 오른 무릎인대에 통증이 오는 바람에 하산이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오랫만에 느끼는 장쾌하고 허벅지 묵직한 오지 산행이었다.
산허리에 이런 하얀 깃발이 둘러있다. 뭔가 표시를 하는듯.
검색의 달인 무한형님이 재빠르게 검색해서 찾아낸 흑돼지집. 고기맛도 일품이지만 김치찌게와 밑반찬도 일품이다. 짜거나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순하면서 맛이 깊다. 앞으로 구례에 오면 반드시 들려야할 집이다.
후기.
알프스 티롤지방의 술이라고 해서 점심에 먹으려고 가져갔는데 미리 맛을 볼걸 잘 못했다. 개봉해서 맛보니 오모를 비롯해 하나 같이 까스명수 맛이란다. 나는 거기에 미국에서 먹었던 감기약, 먹으면 바로 잠든다는 나이퀼 맛이 느껴졌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알프스에서 나는 약초와 뿌리로 담근 전통 술로 나온다. 과식했을 때 그리고 밤에 잠이 안올 때 효과가 좋은 건강용도의 술이었다. 그러니 까스명수와 나이퀼 맛이 나는게 당연했을 것이다. 아마 두 제품이 이 술의 레서피를 따른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선배님들 죄송^^ 약을 가져갔네요.
원래 애엄마가 1박2일 처가모임에 가자고 했었다. 큰 애에게 물어보니 친구랑 놀러간다고 못간단다. 나에게도 묻길래 눈길을 피하며 “나도”하고 편승했다. 일요일 애엄마 돌아오기전에 잽싸게 집안 청소하고 오후 햇살을 받으니 한가롭고 좋다.
첫댓글 널뛰기 겨울날씨 덕분에 선수들 고생 좀 했네요. 일목요연한 정리, 차분하고 다정한 글솜씨. 맨나중 사진처럼 정갈하고 따듯합니다.
근디 민수산악회는 만수산업 위장계열사 맞다니깐요. ㅋㅋ
앞으로 산행기는 향상형님 이 석권 하실듯~
이공형님 은 경쟁에서 밀려 은퇴하셨다는 소문이 사실 인가요?
해피 ㅎㅎ 우리 같이 제주에서 회의했어^^
ㅋㅋ 산행 도중 모두 재울 뻔 했네요~~
워쩐지~~ 햇살 비추어 주니 모두 졸던데~~
영희언니 더덕 알려주고 슬그머니 돌아서서 가고, 난 열심히 거시기 찾아 헤매고~~ ㅎㅎ
그래도 요리 안하고 정리로 청소,정리로 끝내니 시간이 훨씬 한갓지죠!!^^
깨끗한 집에 혼자 있으니 너무 좋네요^^
"애엄마가 1박2일 처가모임에 갔다."
그래서 여유있게 청소하고 산행기도 가볍게
오롯한 마음으로 써냈다.
'틈사이 여유'가 한가함 속에서 행복의 향기되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마치 저녁밥을 짓는 시골집 굴뚝 연기처럼..
사진도 멋집니다!
처가 모임에 안갔으니 알아서 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따듯하고 더운게 산행에는 좋긴하죠 !
간만에 보는 뻥~ 조망이 부럽습니다.
산의 골격이 완연하게 보이는
호쾌한 산걸음이 좋아 보입니다.
* 단톡방에 올리는 동영상도
매번 여기에 올리면 좋을 듯 !!
백운산 상봉에서 왜 사계 님만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는지?
힘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