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최고라다(의회)에서 연말 특별 연설을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최종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회복하고 포로가 된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러나, 합병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인정하지 않는 한 평화협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올 1~11월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가혹한 제재와 부정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2.1% GDP 감소(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제 1부실장이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을 방문, 원전의 안전과 직원들의 근무 상황을 점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러시아와의 분쟁에서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완전성(완전한 영토) 회복이라고 말해/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28일'자/편집자 주
◇ 외신이 우크라 언론보다 전황 보도서 앞서 가는 까닭?
날씨와 전열 재정비 등으로 일부 전선을 제외하고 조용하던 우크라이나 전황에 느닷없이 '우크라이나군, 동부 요충지 루간스크주(州) 크레멘나야 탈환 임박'이라는 뉴스가 28일 국내 언론을 장악했다. 출처는 친 우크라이나 세르게이 가이다이 루간스크 주지사. 그는 전날(27일) 러시아군이 교전에서 밀려 크레멘나야에서 수km 떨어진 외곽으로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언론은 이 주장을 바탕으로 작성된 일부 서방 외신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또다른 승리가 목전에 있는 것'처럼 전했다. 서방 외신을 그대로 베껴야 하는 국내 언론으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팩트 체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이처럼 기쁜 승전(?) 소식을 우크라이나 매체는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28일 우크라이나군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일일 전황 브리핑을 소개하면서 지난 며칠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내용을 줄줄이 열거했다. 적군(러시아군)이 바흐무트와 아브데예프카 방향으로 진격하고, 리만 방향으로는 전술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하고, 우크라이나군은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주 10여개 지역에서 적의 공격을 격퇴하고..
이 매체는 "합참은 그러나 많은 소문들이 나도는 크레멘나야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도시가 거의 점령됐다는 주장을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부인한 바 있으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크레멘나야 주변 상황은 전날(27일) 대통령실 회의에서도 논의됐다"며 "세부 사항은 제공되지 않았지만, 지난 여름 러시아군에게 빼앗긴 이 도시의 상황이 이제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포대/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합참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 세르게이 체레바티는 "크레멘나야 방향으로 우리 군의 강한 공격이 한동안 진행돼 왔으며, 중요한 결과가 도출되면 반드시 알릴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공식 발표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스트라나.ua는 "발표를 기다려달라"는 군 특유의 논평이라고 평가했다.
외신 보도의 출처가 된 가이다이 친우크라 주지사의 주장은 그 뒤에 언급됐다. 스트라나.ua는 "가이다이 주지사가 '가까운 장래에 크레멘나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도시 해방 이후의 전개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영국 정보국에 따르더라도 우리(우크라이나군)가 크레멘나야를 점령한 이후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러시아가 이 지역의 최전선에 전력을 강화했다"는 영국 정보국의 분석도 덧붙였다.
숲속으로 몸을 숨긴 러시아군의 포대/ok 러시아 국방부 계정 영상 캡처
미 뉴욕타임스(NYT)도 크레멘나야는 이 지역 산업 중심지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로 가는 관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군도 방어 장벽을 쌓아 크레멘나야 진지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작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도시의 탈환에 근접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전황을 객관적으로 전했다.
스트라나.ua는 친러시아 종군 텔레그램 채널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친러 채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전선의 변화는 거의 없다"면서 "진격하는 부대는 가끔 우크라이나군이 아니라 러시아군"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 합참이 최신 전황 브리핑에서 '적군이 계속 리만 방향으로 전술적 위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그 지역이 바로 크레멘나야 부근"이라고 설명했다.
루간스크주 크레멘나야 위치. 아래쪽으로 이 지역 산업 중심지인 세베로도네츠크, 리시찬스크가 보이고, 왼쪽으로 리만이 있다/얀덱스 지도 캡처
크레멘나야의 엇갈린 주장에 대한 스트라나.ua의 결론은 "도시 주변 상황은 여전히 전쟁의 안개 속에 있다"는 것. 하지만 현재 나오는 정보(혹은 소문)는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실제로 공세에 나섰거나, 준비 중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크레멘나야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계속 진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곧 러시아군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거나 공방전 직전 상태에 있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군이 '위장 공격 작전'을 펴고 있다. 이전에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헤르손 공격을 공개 선언한 뒤, 실제로는 도네츠크주 '발라클레야'를 기습 공격했다. 이번에도 실제로는 자포로제 혹은 도네츠크의 다른 지역을 노리면서, 우크라이나가 위장전술의 일환으로 크레멘나야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이다.
마지막으로 11월 중순의 헤르손 탈환이후 승전 소식이 전혀 없었기에 새해를 앞두고 국민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여론전이라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화급한 지역은 역시 바흐무트다.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이 28일 이 곳을 방문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직전, 알렉산드르 시르스코이 지상군 사령관은 며칠 전에 바흐무트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의 바흐무트 방문을 공격에 대한 대비 작업으로 해석한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난 화재를 진압하는 우크라이나 소방대/텔레그램 캡처
-예브게니 예닌 우크라이나 내무부 제1차관은 지금까지 700개 이상의 중요 인프라 시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3만5,000개 이상의 파괴 시설 목록을 갖고 있다"며 "이중 가스관와 변전소, 교량 등 중요한 인프라 시설 702개가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 러시아 교육부는 내년 신학기(2023년 9월 1일)부터 대학 교과 과정에 군사 훈련의 기초 과정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지 TV 채널 '채널 1'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난 9월 국민투표 이후 러시아의 일부가 된 헤르손과 자포로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영토를 완전히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이들 4개의 지역의 러시아 합병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평화 계획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