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야당 예산삭감· 검찰탄핵 때문에 계엄선포"
"체제 전복 노린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주장
주류 언론들 사설 제목과 비슷한 주장, 닮은 표현
주류 언론, 제 역할 안 해 윤석열 이 지경된 것
윤석열은 반성 않고, 주류언론들은 사과 안해
아티스트 '아트만두'가 그린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디제이' 제목의 윤석열. 아트만두 페이스북 인용.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래도 한번 상상해본다. 만약 언론이 달랐다면 윤석열은 이 황당한 내란범죄를 일으킬 수 있었을까?
올해 8월부터 민주당은 ‘윤석열 계엄 선포설’을 제기해왔다. 영향력이 큰 주류 언론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맨 앞에서 ‘계엄선포설’을 제기한 김민석 최고위원을 ‘망언· 괴담 제조자’라며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냐”고 비아냥댔다. 그런데 만약 주류언론들이 김민석 의원의 말을 귀담아 듣고 “윤석열이 혹시라도 계엄령 계획을 갖고 있다면 꿈 깨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윤석열 내란 수괴가 지난 3일 밤 흥분한 얼굴로 읽어 내려간 계엄선포문을 보면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체로 3가지였다. 민주당의 검찰 특경비 등 주요 예산 삭감과 검사·장관들에 대한 잇따른 탄핵소추, 그리고 평소 그가 입만 열면 후렴구처럼 불러댔던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이다. 그는 국회가 ‘범죄자 소굴’이 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되었다면서 ‘패악질을 일삼고 체제 전복을 노리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고 한 것이다.
만약 영향력이 큰 주류 언론들이 사전에 윤석열의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바로 잡아주었다면 어땠을까? 민주당 예산 삭감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니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해 정치로 풀어보라, 검사들과 정부 관료들에 대한 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될 우려가 있지만 탄핵 사태를 유발한 정부가 먼저 반성하고 바뀌어야 한다, 라고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데에 더 목소리를 높였더라면 말이다.
윤석열이 대통령 취임 후 입만 열면 후렴구처럼 불러댔던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도 그렇다. 만일 여러 주류언론들이 윤석열에게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비뚤어진 생각을 버리고 야당과 반대 세력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에 나서라고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언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윤석열도 언론을 우습게 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수십 차례에 걸쳐 비판 언론과 기자들 압수수색도 하고 고소고발도 한 것이다. 위법적인 2인 방통위를 운영하고 KBS 사장과 임원을 뽑아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고 오로지 정권을 홍보하고 미화하는 ‘땡윤방송’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자기가 임명한 방심위원장이 가족·친지·지인을 몰래 동원해 비판적 방송보도에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정권을 지지하는 언론에 정부광고를 몰아주고 극우 언론단체에 돈까지 지원해줬다. 이렇게 비판 언론의 입은 틀어막고 어용 언론을 키우려 한 것은 그도 언론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 그 중에도 영향력이 크다는 주류언론들이 윤석열에게 생각을 좀 고쳐먹고 계엄 망상을 갖지 못하도록 꾸준히, 그리고 큰 목소리로 주장해 왔다면 12월3일 밤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어땠는가?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그의 잘못된 생각과 허황된 망상을 비판하기는커녕 맞장구쳐주고 격려하고 홍보해줬다. 윤석열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의 생각이 실현되도록 도왔다. 그가 말하기 전에 그의 생각을 지면에, 화면에 보도해 국민 여론을 호도해왔다. 조선일보가 맨 앞에 섰고, 중앙일보, 서울신문, 문화일보 같은 종이신문들과 ‘땡윤방송’ KBS 등 ‘친윤 어용언론’들이 윤석열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그의 독단과 폭주를 방관하고 감싸줌으로써 그의 허황된 비상계엄 내란 망상을 도왔다고 할 것이다.
빅카인즈 기사 검색 화면 갈무리.
윤석열이 계엄선포문에서 야당을 ‘범죄 소굴’ ‘종북 반국가세력’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저질렀다는 예산 감액 관련 최근 보도를 보자. 11월부터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조선, 중앙, 서울, 문화의 사설 제목이다.
“거야의 예산 망나니짓(문화일보)”, “국정 방해가 유일한 목적인 ‘감액 예산’ 폭주”(조선일보), “예산독주...거야 도 넘은 방탄·보복 국회”(서울신문) “거야 국회의 반국익 입법·예산 폭주에 골병드는 경제”(문화일보), “야의 예산 행패“(문화일보)” “법원엔 240억원 더 주고 검찰선 500억원 뺏는 민주당”(중앙일보), “불법 시위 막았다고 경찰 예산 깎겠다는 민주당”(조선일보)
윤석열이 비상계엄 이유로 든 또 한가지 - 야당의 검사·정부 관료 탄핵과 관련된 보도를 보자.
“감사원장까지 18명째 탄핵, 민주당의 윤 정부 존재 부정”(조선일보) “정부 무력화 노린 야 폭주”(문화일보) “국가 기관과 제도의 마비를 노리는 민주당의 폭주”(중앙일보) “또 검사 탄핵한다는 민주당, 헌법과 국회에 대한 모독”(조선일보) “위헌적 탄핵소추 강행 땐 검찰업무 마비...피해는 국민”(문화일보) “황당 선동에 장외 탄핵 몰이, 야의 ‘연성 쿠데타’ 아닌가”(문화일보) “사흘뒤 ‘식물 헌재’...헌정 마비 두고 보자는 건가”(서울신문) “범죄인 위한 로펌이 된 국회”(조선일보)
어떤가? 마치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문을 읽으며 흥분한 윤석열의 입에서 나온 것 같은 제목들 아닌가? 윤석열은 이런 보도들을 보고 ‘야당=반국가세력, 국정마비 집단’이란 생각을 굳힌 게 아닐까? ‘극렬 친윤’ 성향의 주류 매체만이 아니다. 윤석열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여러 극우 매체와 극우 유튜버들의 황당한 주장에 빠져있었을 것이란 추정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빅카인즈 기사 검색 화면 갈무리
민주당의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 경고에 대해서도 주류 언론들은 비난과 조롱 일색이었다. 7년 전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기 직전 기무사가 만든 비상계엄 준비 문건을 보고도, ‘충암파’들이 줄줄이 군 핵심 요직에 영입되는 수상한 인사가 단행됐는데도, 언론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아주 외면했다. 민주당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묻지도 않았고, 더 이상 취재도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계엄을 꿈꾸지 말라’는 경고도 없었다.
“김민석, 운동권 스타서 동갑 이재명의 호위무사로”(조선일보) “이재명 호위무사로 전락...김민석은 왜 이지경이 됐을까”(중앙일보) “계엄, 검토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중앙일보) “대안 정당 자격 의심케하는 황당무계 계엄 음모론”(중앙일보) “실체 없는 유령 계엄 의혹과 언제까지 싸워야 할까”(동아일보) “계엄 음모론 고집하는 김민석에 드리워진 정봉주의 그림자”(한국일보) “이재명의 봄 위한 쿠데타...여, 야의 ‘서울의 봄 4법’ 계엄법 개정 추진 비판”(문화일보) “계엄 괴담 민주, ‘서울의 봄’ 대응팀까지”(문화일보)
대부분의 주류들은 이렇게 기사와 사설·칼럼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윤석열의 망상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 무력화’ ‘국정 방해’ ‘거야 폭주’ ‘예산 행패’ ‘정부 부정’ ‘헌법 모독’ ‘야당의 쿠데타’ ‘범죄인 로펌된 국회’라며 윤석열의 ‘야당=반국가세력’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론을 조성해 준 것이다. 이들이 사실상 ‘윤석열 내란의 공범’이라고 하면 과장인가?
윤석열은 계엄 해제 이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석열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 단지 야당의 예산 삭감, 검찰 탄핵 때문만일까? 이미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독단에 빠져 있었다.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극우적 세계관과 위법·위헌적 국정운영, 무능·무책임에 대한 주류 언론들의 감싸기가 큰 기여를 했다.
빅카인즈 기사 검색 화면 갈무리
그가 취임한 뒤 벌어진 참사, 국정 실패, 불공정, 국가 폭력, 궤변과 거짓말, 굴욕 외교와 안보 불안 등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입을 닫거나 옹호했다. 윤석열·김건희의 문제와 잘못을 이재명의 문제와 잘못으로 덮기에 급급했다. 다음은 ‘슬로우뉴스’가 정리한 윤석열 정부 몰락의 27가지 장면이다.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 당한 굴욕 외교.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하고. 10. 김건희 지인 찬스로 몰아준 수상쩍은 수의 계약. 11. 철지난 이념 논쟁 부른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12.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딴 세상 역사관. 13. ‘건폭’ 몰이로 시작된 윤석열의 폭주. 14. 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15. 정권 몰락을 부추긴 의대 정원 확대. 16. ‘대파 게이트’와 ‘벌거벗은 임금님’의 악몽. 17. 김건희-한동훈 ‘읽씹’ 논란으로 보는 파멸의 징후. 18. 윤핵관도 못 건드린다던 김건희의 ‘칠상시’. 19. 검사 위에 여사, “김이 곧 국가”였다. 20. 마약 수사 외압 사건, 아직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 21. 언론 때려 잡으면서 성공한 정부 없다. 22.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사건. 23. 윤석열 폭주를 부른 명태균 게이트. 24. 막말과 궤변, 내란은 예고돼 있었다. 25. 술 마신 다음날 가짜 출근? ‘뻥카’가 일상이었다. 26. 왕처럼 행동했던 ‘59분 대통령’. 27. 자리 지키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나.
이 가운데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 관영방송으로 전락한 KBS가 제대로 비판한 이슈가 무엇이었는가? 이러니 윤석열이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2년 반 동안 윤석열의 뇌는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에게 ‘나는 잘못한 것 없다’고 가스라이팅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4일 새벽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내란범죄가 1차로 진압되자 이들 주류언론은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윤석열 비판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너무 갑자기 다른 목소리를 내니 듣기에 역겹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냈던 기사를 한 번이라도 돌아보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문이나 다름없는 기사·칼럼·사설을 수없이 써 놓고도 ‘윤석열이 틀렸다’고만 할 것인가? ‘그렇다고 비상계엄에 동의하진 않는다’ ‘비상계엄까지 할 줄은 몰랐다’라고 할 것인가.
조선일보와 그 아류의 어용 언론들은 아마도 국민들에게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그를 한번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내란이 아니다"라는 국민의힘과 같은 피를 나눴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민을 총칼로 죽인 전두환 내란 수괴를 찬양하고도 사과하지 않았는데 무슨 기대를 더 하겠는가? 참, 아무리 그래도 김민석 의원에게만큼은 꼭 사과하기 바란다.
김성재 에디터 seong6806@gmail.com
https://naver.me/FPn71uqg
첫댓글 쓰레기같은 레거시언론
좋은 기사네요
언론이 너무 썩었어 진짜
대한민국 첫 번째 주적은 북한
두 번째 주적은 조중동 및 그 밑 따까리 찌라시들
탄핵해야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