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무엇보다 부러운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소를 몰고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해 질 녘이 되면 들로 산으로 소 먹이러 가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나도 저 아이들처럼 소 한 마리만 몰아 봤으면….'
가난한 우리 집 형편에는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다. 집 주위를 둘러보면 앙상한 고양이와 개가 졸린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나. 나에게도 소를 몰 기회가 찾아왔다. 추운 겨울이었다. 소를 30마리나 키우는 망치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찾아와 솔깃한 제안을 했다. "내가 인자 나이가 들어서 소들을 다 키우기 힘들단 말이지. 이번에 낳은 송아지 한 마리 키워볼 텐가? 1년만 키워서 돌려주면 50만 원을 주겠네." 50만 원은 큰돈이었고 아버지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주 곱고 예쁜 송아지가 집에 왔다. 누렁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허름하지만 외양간도 만들었다. 나도 이제 소를 모는 아이들 무리에 섞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시나 모기가 달려들까 생풀잎을 태워 모기를 쫓고, 겨울이면 추울세라 곁에 앉아 모닥불을 피웠다. 비록 우리 소는 아니었지만 어느새 누렁이는 소중한 우리 가족이 됐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 날 아버지는 흰 봉투 하나를 말없이 내려놓았다. '쿵' 마음 한쪽이 내려앉았다.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누렁이한테 인사들 해라, 내일 아침에 데려가기로 했다." 그날 밤 아버지는 흰 봉투를 앞에 두고 눈가를 훔쳤다. 나는 우리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누렁이를 찾아가 몇 번이고 등을 쓰다듬었다. 숨겨 둔 고구마를 나눠 먹은 날, 남의 밭 배추를 뽑아 먹다 도망간 날, 코를 뚫은 날…. 누렁이와 함께한 지난 추억들이 자꾸만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잘 가. 네 덕분에 참 행복했어. 어울리지 않게 소 먹이러도 다녀 보고. 거기 가거들랑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다음 날 누렁이는 우리 곁을 떠나갔다. 잊으려 해도 착하디착한 그 눈망울이 자꾸만 떠올라 텅 빈 외양간 앞을 몇 번이고 서성거렸다. 누렁이가 떠난 지 3일째 되던 날 밤이었다. 다급한 이장님의 방송이 마을에 울려 퍼졌다. 망치 할아버지의 소 한 마리가 없어졌으니 주위를 살펴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럴 소라도 한 마리 있어 봤으면.' 부럽기만 했다. 싸락눈이 날린 다음 날 새벽이었다. 비어 있어야 할 외양간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고삐 풀린 누렁이가 자고 있었다. 누렁이는 밤새 기억을 더듬어 옛집을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잠든 누렁이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 말았다. '이 허름한 집이 그리웠구나. 얼마나 여기가 오고 싶었으면….' 잠시 후 아버지와 함께 온 망치 할아버지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보게. 이 소는 천상 자네가 키워야 쓰겠네. 저걸 내 어떻게 데려가겠는가? 이제부터 저 소는 이 집 소네." 누렁이와 함께 항상 어둡고 가난하던 우리 집에도 희망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술을 끊었고 어머니는 병을 털고 일어났다. 누렁이는 이듬해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 늘 혹독했던 겨울이 그해엔 유난히 빠르게 지나갔다. 누렁이의 선물 같았다.
김형섭 | 전남 영암군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_ 이도우
가꾸는 생활 겨울 화단의 퀸, 꽃양배추
꽃이면 꽃이고 양배추면 양배추지, '꽃양배추'라는 이름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꽃양배추는 사실 '브라시카 올레라시아'라는 어엿한 학명을 가지고 있어요. 봄에 씨앗을 뿌리는 대부분의 식물과 다르게 꽃양배추는 무더운 여름에 씨앗을 뿌려 겨울에 절정을 맞이해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 내는 모습이 정말 멋지답니다! 모두가 색을 잃는 겨울철, 반려 식물로 꽃양배추를 키워 보는 건 어떨까요? 서리가 내려도, 눈을 맞아도 무사히 견뎌 내는 꿋꿋한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몰라요.
팁 추위에 강하지만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기에는 바람막이나 지푸라기로 보온을 도와주는 게 좋아요. 그러면 더 오래도록 함께 지낼 수 있답니다.
임이랑 | 베이시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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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고운 멘트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중한 오늘 하루도
웃음과 건강이 넘치는
좋은 하루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
사랑천사 님 !
날씨가 종일 차갑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따듯하고
행복한 화욜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추운 날씨지만..
마음은 포근하게 보내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우신 흔적
감사합니다 ~
핑크하트 님 !
찬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씨, 감기 유의하셔서
따듯하고 행복한 겨울
보내세요
~^^
어릴적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공부끝나고 집에오면
넓은마당 한쪽에 우리집
농사일 해주는 누런황소가
그 큰눈을감고 졸면서 되새김 질을 하고있다가
나의 발자국소리 들리면
번쩍 눈을뜨고 좋아서
고개를 흔들며 빨리 가방
놓고 나오라고하며 바닥에
털썩주저 앉아 얼른 등에 타고 데보뚝에 가자고
합니다 내가 떨어질까봐
아주천천히 걸어갑니다
동네 어린아이들이 내가
소타고 가는것이 신기했더지 조잘거리며
따라오고 했던 그시절이
새삼그립고 옛날이지만
머리속에 아련히 남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퍼전 님 !
누런황소와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짠하네요 ㅠ
연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도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