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프로야구 마운드경쟁은 수년째 계속되는 타고투저현상을 반영하면서 잦은 무승부로 인해 중간계투, 마무리투수들이 수난을 겪으며 진행되고 있다.
우선 다승부문에선 두산의 레스가 6승으로 단독선두행진을 하고 있다. 적절한 변화구 사용과 경기운영면에서 원숙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 레스는 키퍼, 박명환과 두산의 투수진을 이끌며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김수경은 레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어 LG 이승호가 3위를 달리고 있다.
방어율 부문 순위를 보면 돋보이는 선수는 롯데의 ‘믿을맨’으로 통하는 임경완, 지난 시즌 탈삼진왕으로 LG 에이스인 좌완투수 이승호, 현대의 김수경, 기아의 유동훈, 롯데 염종석과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투수인 송진우가 손꼽힌다.
이중 선발투수로 LG의 이승호는 방어율 2.18과 47개의 탈삼진을 기록할만큼 절정의 기량의 과시하고 있다. 지난 해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예선 일본전에서 비록 패하긴 했지만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이승호는 빠른볼에 대한 자신감과 제구력을 통해 정상급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현대의 김수경은 팀내 에이스 정민태가 아직 정상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5승, 방어율 2.19를 마크하며 투수왕국 현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또한 롯데 부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염종석도 방어율 3.38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두산의 토종에이스로 불리는 박명환은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도 있지만 간간이 던지는 체인지업과 싱커의 위력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선발투수는 아니지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임경완과 유동훈은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보석 같은 존재다. 1점차 승부에서 자주 패배의 쓴맛을 보던 롯데는 사이드암 투수로는 빠른 볼을 구사하는 임경완이 팀내 투수부문 4월의 선수로 뽑힐 만큼 깜짝 활약을 해줘 마운드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또한 기아의 유동훈은 신용운, 이강철과 함께 ‘잠수함트리오’로 기아의 리드를 지키는 롱 릴프로 대활약하고 있다.
SK의 광속구투수 엄정욱도 한층 안정된 제구력으로 올 시즌에는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SK 선발진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용준, 임창용, 진필중이 접전을 펼치고 있는 세이브 부문에서는 조용준이 9세이브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반면 SK의 더블스토퍼로 관심을 모았던 이상훈과 조웅천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각각 1세이브만을 기록중이다.
마무리투수 부문에서 이외에 주목해야 할 선수는 지난 시즌부터 기아의 뒷문단속을 책임졌던 신용운과 두산의 전천후투수 이재영이다.
득점권상황에서 피안타율을 대폭 낮춘 신용운 투수는 지난 4월 22일 많은 투구이닝으로 팔꿈치 부상을 당했지만 앞으로 투구이닝만 잘 조절한다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진입이 예상됐지만 불펜 강화차원에서 롱 릴리프나 마무리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두산의 이재영 투수는 26과 1/3이닝동안 삼진을 25개나 뽑아낼 정도로 구위가 좋은 상태다.
탈삼진 경쟁은 LG 좌완투수 이승호(47개)와 두산의 박명환(44개)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둘 간의 경쟁은 박명환이 이닝당 삼진갯수에서 이승호에 앞서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학구장의 새로운 닥터 K 엄정욱과 현대 김수경의 도전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