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하고 한잔 해서 좀 취했네요. ㅎㅎ 오늘 가족도 아닌 사람한테 왜케 눈물을 쏟아 대는지 쪽팔리네요. 아래 글은 그 훨씬 전인 오을 새벽에 쓴 글이고, 개인적인 글이라 조금 편집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그리워 하는지를 표현하고픈 마음에 올립니다. 나중에 더 다듬어서 또 올릴거에요. 노의원님이 기억되도록.
대학/군대 마치고 대가리가 더 커가면서 정치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 기웃거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충격과 부채의식, 이명박에 대한 증오가 커지며 그 기웃거림이 조금 구체적인 사고로 바뀔 무렵 의원님을 알게된 거 같네요.
삼성 떡검 폭로로 의원직을 날리게 되는 의원님을 보면서, 혐오정치판에 '어 멋있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죠.
업무때문에 해외에 부임해서 한국이 한참 어려운 시기에 우연히 의원님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미 이명박 시절 나꼼수라는 팟캐스트는 들었고, 그들의 방향성에는 호응했지만, 소위 '점잖은' 방식이 아니었던지라 듣고 싶은 마음이 그닥 동하지가 않았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박근혜 시절에 듣게된 의원님 팟캐스트는 신세계였습니다.
나름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와 집 어려워졌을 때 대기업 취업해 쭉 근무해온 저는 개나 소나 자칭하는 소위 중도보수라고 내 정치성향을 정의해왔고, 아직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노동운동에 일생을 바쳐왔고, 진보의 대표명사라는 의원님 이야기들은 정치성향이 무색할 정도로 이상하게 귀에 꽂혔고, 의원님의 언변과 논리, 경험과 사고방식은 같은 방향성이나 의원님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푸는 의원님의 동지 유시민 작가의 그것들과 함께 저에게 어떤 사고의 지붕과 같은 기준이 되었습니다.
'아,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더 바람직하겠구나. 아, 이런식이면 조금 더 합리적이었구나. 아, 이럴 때는 저렇게 얘기해야 전달이 더 잘되는구나'
의원님과 의원님 동지분의 유혹에 혹했던 저는 그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제안의 면면을 나름 평가하고, 결국 의원님 당에 평당원으로 입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원으로서 뭐 별로 한거는 없어요. 월마다 당비 내면서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눈팅한게 다일까요. 총선에서는 당연히 뜻이 같은 사람들과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을 마치 찬트처럼 무한반복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 총선에서 제가 찍을 지역도 아닌 창원 성산에서의 조마조마했던 야권단일화와 단일화 이후 또다른 좋아하는 정치인 문재인 당시 대표가 의원님 선거운동을 해준 장면을 애써 무심하게 보았지만, 내심 흐뭇했고 의원님 당선이야 말할 필요 있을까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인가 당 문예위에서 게임업체 성우해직 논평으로 불거져 나온 여성주의에 대한 당내 갈등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당가입 이후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 지쳐서 탈당을 해버렸습니다. 물론 그시기, 당은 물론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해오고, 어떤 이슈던 명쾌하게 얘기하시던 의원님이 침묵하는 모습에 많은 실망을 하기도 했죠.
그런 홀로서기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정치에 대한 당위성과 주인의식이 커지고, 스스로의 시야와 판단에 자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의원님에게 실망은 했을지언정 저에게 이런 선물들을 준 의원님을 버릴 수는 없었나봅니다. 마치 중고딩 때 좋아하는 밴드 희귀 부틀렉을 찾아듣거나 좋아하는 배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가서 보는 것 마냥, 의원님이 출연하는 토론 프로를 보고, 강연을 찾아가보기도 하고, 시사프로에 게스트로 나와 이야기하시는 것들을 들어가면서 사회를 더 깊은 수준으로 이해하는데 또 의원님의 뇌와 입에 신세를 졌습니다.
이런 신세에 대한 보답이라면 보답이랄까요. 아니면 의원님이 스승으로서 내준 숙제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이제는 아빠가 되어버려 자식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꽤나 감상적이지만 당연한 의무감으로 2016년 말과 2017년 초 추운 겨울 광화문 앞의 거대한 물결에 작은 한줄기가 되기도 했고, 우리는 2017년 봄부터 그 기쁨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역 정치인중 의원님과 더불어 유이하게 좋아하고 믿던 그 분이 우리 나라의 수장이 되었으니 그만큼 기쁨도 더 컸지요.
그 기쁨의 기간에도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지나친 불합리를 시민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비판해왔고, 그 와중에도 계속 의원님의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거의 1회부터 애청하는 프로였던 썰전에서 의원님의 동지분이 하차한다는 소식에 생겼던 애석함이 무색하게 의원님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반색했죠.
아마 그 무렵쯤이었나봅니다. 큰 관심을 갖지도 않던 그 사건에 의원님 이름이 오르내리는걸 본 건. 가족들이 묻더라고요.
'너 좋아하는 그 사람 이름 오르내리던데?'
짐짓 무심하게 대답했죠.
'조사 받으면 받는거고, 조사에서 안좋은게 드러나면 그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거지.'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통용되는 정도나 정황 등이 있어서 별일 아니길 내심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 정황이 의도치 않은 놓침과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더랬습니다. 저와 같이 의원님을 좋아하는 전우와 그 떨치지 못한 사소한 불안감에 대한 얘기를 한지 불과 며칠 채 지나지도 않은 그날 늦은 아침이었나 봅니다. 의원님이 그렇게 가버리셨다는 뉴스를 들은건.
일하던 중 상사 눈치 신경쓸 정신도 없이 바로 뉴스를 보고 뜨겁게 상기된 얼굴과 이를 감싸쥐던 벌벌 떨리는 차가운 손의 온도차가 지금도 생생하네요. 누가 보지 않도록 화장실가서 눈물을 찔끔거렸지만, 사실 그때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4일째인 오늘까지 참으로 무기력한 나날들입니다. 의원님의 죽음에 막말하거나 조롱하는 모당 소속 정치인들이나 일부 언론보도, 댓글 등의 반응들을 보면서 순도 높은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하고, 당연하고 다행스럽게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통함이 의원님을 애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아픔을 가지고 계속 사회를 바라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동참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의원님은 저를 알지 못하지만, 저는 의원님을 압니다. 그리고 원망스럽습니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제가 이렇게 비통해해야하는 것.
그리고 이제는 세상을 옳게 바라본다고 자신해왔던 제가 의원님 도움없이 그걸 할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의 부족한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합니다. 혼자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시게 해서. 얼마나 외로우셨나요. 우리를 이렇게 죄스럽게 만들어 더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지금 의원님 영면으로 고개가 숙여진 불안정한 의식을 못내 가지고 다시 세상을 바라볼 때마다 의원님이 생각날거 같은 고통이 두렵기 때문에.
그래서 의원님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오늘은 원래 애청프로 썰전을 보는 날입니다. 오늘은 썰전에서 의원님을 보는 대신 의원님을 찾아뵐 겁니다. 며칠동안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마주하는 감정이 저를 너무 소모할까봐 무서웠지만, 내일이 가시는 날인데 저의 원망과 그리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두 감정의 끝은 역시 감사함이겠지요. 글을 이 이상 쓰면 괜한 울컥한 감정들의 나열로 글이 쓸데없이 길어질성 싶네요.
새벽에 글쓰기 시작해서 저를 알지도 못하는 의원님과의 추억에 빠져 미소짓다 눈물짓다 마음을 진정하고 글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 벌써 출근할 시간입니다. 오늘도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일상적인 하루가 될거에요.
그런 와중에 아직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저의 미약한 고민 따위 잊고 살아갈까 하루에도 수백번 왔다갔다 하지만.... 아마 저는 의원님처럼 저를 알지 못하지만, 의원님만큼 좋아하는 또다른 그 분이 외롭지 않도록, 그리고 역시 저 스스로와 제 가족들을 위해 마음을 추스린 이후에는 다시 하찮은 힘이나마 보탤까 합니다. 의원님이 밉고, 또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의원님의 제자인 우리들에게 이제 의원님이 꿈꾸던 세상 맡기시고 평온하게 푹 쉬시길.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故 노회찬 의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의원님과 의원님 의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첫댓글 저도 잊지 않을 거예요.
ㅠㅠ...
맘이 아프네요 ㅠ
이제 누가 나대신 싸워주나
의원님이 그립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