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고즈녁하기 그지없다. 사람에 치이고 소음에 시달리던 심신이 맥을 놓으니 사람까지 순해지는 느낌이다. 바람 불고 비 온 뒤라 바다도 제법 출렁인다. 밀려오는 파도가 허연 이빨을 드러낸다. 바위틈에 핀 갯나리 위로 갈매기 떼가 먹고 사는 일로 시끄럽다. 심심한 풍경을 훑고 지나가다 고샅 들머리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난다. 녀석도 외지인을 한심한 눈길로 바라본다.
어둠이 사위를 감싸면 온통 칠흑의 적요뿐이다. 무료한 듯 서 있는 가로등 밑 도로 위로 이따금 차들이 지나간다. 잠드는 머리맡까지 파도소리가 찾아들어 출렁이기 시작한다. 여명의 풍경 역시 심심하고 고요하다. 골안개에 휩싸인 먼 산의 숲이 수묵담채화로 흔들린다. 해무 아래의 바다는 아직까지 잠들어 있다. 이곳 시골에서는 시간조차도 느린 걸음이다. 주낙을 챙기는 어부의 손놀림도 유유자적이다. 전복죽을 아침으로 내놓는 촌로의 웃음도 티 하나 없다. 돌 하나까지도 정겹다.
첫댓글문장이 마치 선생님과 같은 공간에 시간을 보낸듯 묘사가 생생합니다. 낯선곳의 풍경이 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괜히 가방을 싸고싶어지는 우기의 계절입니다. 아름다운길로 선정된 감포길을 따라 들어가서 포구의 비릿한 향내도 맡아보고 어촌의 작은 마당을 기웃거려 보고도 싶어집니다. 이곳에 가면 왠지 꽉 막혔던 첫문장의 실마리가 풀어질 것 같네요.
첫댓글 문장이 마치 선생님과 같은 공간에 시간을 보낸듯 묘사가 생생합니다. 낯선곳의 풍경이
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괜히 가방을 싸고싶어지는 우기의 계절입니다. 아름다운길로 선정된 감포길을
따라 들어가서 포구의 비릿한 향내도 맡아보고 어촌의 작은 마당을 기웃거려 보고도 싶어집니다. 이곳에
가면 왠지 꽉 막혔던 첫문장의 실마리가 풀어질 것 같네요.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포에 무작정 가고 싶어요. 하지만 아무나 이런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겠지요.
사진이 아니어도 한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 합니다.
글과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