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커브스 최희섭, 데뷔 첫 안타를 초대형 홈런으로 장식
2002-09-09 08:28
< 세인트루이스(미국 미주리주)=박진형 특파원>
이 순간을 위해 4년을 기다렸다.
시카고 커브스의 '뉴파워' 최희섭(23)이 통쾌한 초대형 홈런으로 데뷔 첫 안타를 장식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인 최희섭은 9일(이하 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 7회초 감격의 우중월 1점홈런으로 5게임, 7타석만에 마침내 알껍질을 깨뜨리고 우뚝 섰다.
커브스의 브루스 킴 감독이 예고한대로 최희섭은 이날 프레드 맥그리프 대신 5번 1루수로 첫 선발 출전했다. 첫타석부터 '큰일'을 낼 조짐이 보였다. 2회초 무사 1루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를 맘껏 휘두른 것이 끝에서 살짝 휘면서 오른쪽 폴대를 2m쯤 외면하는 홈런성 파울. 이어 4구째 총알같은 땅볼도 잘 맞았지만 야수 정면으로 가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0-1로 뒤진 4회초 2사후 2번째 타석에서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아웃.
0-2로 뒤진 7회초 2사후 3번째 타석. 이날의 마지막 타석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막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최희섭의 방망이가 상대 선발 제이슨 사이몬타치의 92마일(148㎞)짜리 초구를 향해 날았다. '딱'하는 순간 움찔하던 세인트루이스 우익수 엘리 마레로는 이내 포기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타구는 45도 각도의 이상적인 포물선을 그리며 순식간에 우중간 펜스 뒤 세인트루이스 불펜 뒤쪽 빈공간으로 사라져버렸다. 공식비거리 432피트(131.7m)의 초대형 아치였다. 담담하게 다이아몬드를 돈 최희섭은 홈을 밟은 직후 왼쪽 주먹에 키스하고 하늘을 가리키는 '세련된' 세리모니까지 곁들였다.
지난 2000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홈런 2개를 친 이후 한국인 메이저리그 통산 3번째 홈런. 최희섭은 9회초 2사 1루에서 앞선 타자인 4번 모이제스 알루가 유격수 직선타구로 아웃되면서 게임이 끝나 대기타석에 서있다가 아쉽게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최희섭의 홈런이 유일한 득점이었던 커브스는 1대3으로 졌으며 최희섭은 3타수 1안타 1타점 포함 9일 현재 7타수 1안타로 타율 1할4푼3리를 기록했다. <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