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취임식에 테너 김충식이 축가로, 이태리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의 아리아 Nessun dorma를 부른 것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해외에서도 일부 누리꾼들이 적절치 못하다는 평도 있었다.
과연 오페라를 즐기고 해설하는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평해야할지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소프라노 곽신형교수께서 함께 식사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시길래 생각해보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게 적절하냐?
내 생각도 별로 다를 게 없지만, 기획자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이미 아리랑이라는 대한민국 전통적인 노래가 연주되었으니
다른 한 곡은 세계적인 노래가 연주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같다.
대한민국은 한류로 이미 그 문화적, 정치적으로 세계적이고 세계적인 관심을 가질만하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무엇일까?
많이 있겠지만,Nessun dorma는 Vincero!라는 승리라는 함축적인 의미가 있으면서도, 오페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오페라 내용과 상관없이 그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가장 세계적인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의식했다면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승리는 무엇일까?
윤대통령이 강조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내 견해로는 조금 식상하다.
세계는 이념을 떠나 무한경쟁속에 빠져 있다.
양대 이데올로기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념적 승리를 의식한다는 것은 세월을 거꾸로 돌려놓는 기분이다.
(정치이념에 대해서는 아주 무식한 나의 개인적 견해이다.)
어쨋든 사랑의 승리든 이념의 승리든 스포츠에서의 승리든 대통령으로서의 승리든, 승리를 염원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무한경쟁속에 빠진 글로벌 시대에서, 승리를 염원하는 뜻으로 그 곡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개인적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취임은 단지 국내적인 사건인 것만은 아니라는 취지도 있을 것이다.
오페라에서는 이미 이태리어는 세계공통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가장 토속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왕 대한민국이 한류열풍으로 문화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이지음 한국 가곡이 연주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운 금강산" 이 연주되었으면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도 그려졌을 것이고, 한국의 가곡을 세계에 알릴 기회도 되고, 국내외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라는 비판도 받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Nessun dorma는 그냥 오케스트라로 식순에 넣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세실내과 홍관수 원장
*네순도르마(Nessun dorma)는 이태리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제3막에 나오는 아리아이다.
직역하면 ‘아무도 잠자지 마라’ 라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