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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숙명여고생 대비 법리·관행 어긋나
'단순 제출' 불과 행위를 업무방해 기소
'적극 행위' 정유라·숙명여고생은 불기소
'위험범' 조민 vs '침해범' 정유라·쌍둥이
검찰, "부모 입장 따라 조민 기소 결정”
공소권을 자백 압박 수단으로 쓴 검찰
조국 전 장관과 딸 조민 씨가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팬이 선물한 롯데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민 씨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거의 빠짐없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정유라 씨는 조민 씨 기소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SNS에 "그러게 착하게 좀 살지”라는 글을 올렸다. 정유라 씨는 최서원 씨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의 입학이 취소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나 최서원 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이화여대 부정입학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정유라 씨는 그 건으로든 어떤 건으로든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민 씨 기소에 대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답안지 유출 사건과의 형평”을 얘기했지만, 그 두 자매 역시 검찰에 의해 기소되지 않았다.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서울가정법원에 넘겼지만, 가정법원이 형사재판에서 다뤄야 한다며 검찰에 송치해 결국 기소됐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검찰은 법원이 형사 사건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건을 최초에는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단순 제출' 불과 행위, 업무방해 기소
검찰이 "단순 수혜자 아닌 주도적 역할”을 해서 기소했다는 조민 씨의 '행위'와 정유라 씨 및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행위'를 비교해보자.
조민 씨의 경우 검찰이 '주요 범죄'라며 제시한 자기소개서와 그 근거가 되는 각종 증명서에서 '허위'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단국대의대 연구소 인턴십의 경우 "(판사가 따져보니) 서울과 천안까지의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72시간에 불과한 것 같은데 90시간으로 적었다”거나, "확인서에 적힌 '연구원으로서의 자질'이라는 것은 '논문 게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논문이 취소됐으므로 허위”라는 식의 '자의적인 판단'들이었다.
다른 인턴십들도 모두 "실제 활동 시간과 증명서 상의 활동 시간의 차이” 그리고 "성실하게 활동했다고 썼는데, 와서 잠을 자는 등 성실하지 않았다”는 식의 자의적 판단과 인상비평적인 내용이었다. 설사 그러한 법원의 판단이 맞다고 해도 조민 씨가 한 것은 증명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고 일부를 입학원서에 첨부하여 제출한 것뿐이다.
또한 정경심 전 교수 재판에서 핵심이 됐던 '표창장 위조'에 대해서도 조민 씨는 소위 '사문서 위조'로 기소되지 않았다. '위조' 행위에 대한 공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기소 사실과 법원의 판결이 맞다고 해도 조민 씨가 한 일은 정 전 교수가 '위조'한 표창장을 받아 단순히 학교에 제출한 것일 뿐이다.
'적극 행위' 정유라·숙명여고생 불기소
이에 비해 정유라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남궁곤 입학처장과 사전에 모의하여 원서 접수 마감 이후에 수여받은 금메달을 면접장에 들고 와 제시하여 면접위원들로 하여금 고득점을 줘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입학 후의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출석으로 인정되고, 부실한 리포트로 학점을 인정받는 등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법원의 판단이 맞다면 시험 전에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지로 미리 정답을 숙지한 뒤에 시험에 임했다. '부정' 혹은 '불법'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시험장에 나가 답안지를 작성한 것이다.
비교해본다면, 조민 씨는 기소 대상이 된 각종 증명서를 직접 작성하지도 않았고,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었으며, 단지 발급자가 내준 증명서를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어머니가 건네준 표창장과 증명서 등을 입학원서에 첨부해 학교에 제출한 것이 '행위'의 전부다.
그러나 정유라 씨는 면접에서 원서 마감 이후에 얻는 금메달을 면접장 들고 나가 직접 제시했고,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답안지를 미리 받아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시험에 임했다. '행위'의 적극성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위험범' 조민 vs '침해범' 정유라·쌍둥이
더 중요한 것은 '위험범'과 '침해범'의 개념이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판례는 공통적으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조민 씨를 예로 든다면 각종 증명서와 스펙, 그리고 표창장이 실제로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도, 영향을 줄 위험만 있어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런 법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구 일본과 지금의 우리나라 밖에 없다.
어쨌든 이 논리가 절대적인 것이라면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는 스펙과 표창장이 입학 사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위험'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울대와 부산대 의전원에서 실제로 조민 씨를 면접했던 교수들이 "각종 스펙과 (특히) 표창장이 입학 사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증언하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굳이 말도 안 되는 논리까지 끌어다 대며 "합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왜 그랬을까? 판례에는 그렇게 설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법원에서 '위험만 발생한 사안'과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한 사안'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위험범'이고 후자가 '침해범'이다. 당연히 '위험범'보다는 '침해범'이 위법의 정도가 크고 그에 따라 기소 여부 결정과 처벌의 경중이 달라진다. 그래서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부는 기를 쓰고 "표창장이 입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입증해내려고 한 것이다.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이 합격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아무리 하늘같은 사법부라고 해도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이는 부산대 의전원이 정 전 교수의 항소심 이후 조민 씨에 대한 합격을 취소하면서도, 여러 이유를 제시하면서 "표창장은 합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유라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명확하게 '행위'의 결과가 '업무방해'로 현실화됐다. 이 분류에 따른다면 조민 씨는 '위험범'이고 정유라 씨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침해범'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유라 씨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기소하지 않았으면서, 조민 씨는 기소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에 앞서 경찰이 압수한 시험지와 암기장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18.11.12.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부모 입장 따라 조민 기소 결정”
이것은 단순히 '형평'의 문제가 아니다. 정유라 씨의 기소유예와 숙명여고 자매의 소년심판 회부는 형태는 달라도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 두 처분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고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조민 씨를 기소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는 더욱 더 차고도 넘치는 것이다. 즉 조민 씨를 기소한 것은 단순히 두 사례와의 형평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극히 부당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김학의 출금'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도 받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이규원 검사는 조민 씨 기소에 대해 SNS에 글을 올려 "수사 결과 공소장에 적을 정도로 공범관계로 판단했으면 합일처분, 즉 한꺼번에 처리함이 상당하다”면서 "지극히 불안정하고 피말리는 지위인 피의자 신분으로 추가수사 없이 시효 임박 시까지 방치하는 것이 바로 인권침해이고, 수사기관의 재량 내라는 미명 하에 그렇게 포획된 사람을 우리는 통상 인질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민 씨의 기소여부를 '범죄 사실과 법리'에 따라 결정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입장'을 그 근거로 삼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7월 13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조민 씨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재판을 받는 공범 조국·정경심 씨의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공판 과정에서 공소 사실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조민 씨의 기소 여부를 당사자의 행위나 반성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공범'으로 지목돼 있다고 해도 제3자에 불과한 부모의 '입장'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이 자체가 공소권 남용의 소지가 된다. 물론 검찰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발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와 관련된 언급이 워낙 반복적이어서 발뺌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소권을 자백 압박 수단으로 쓴 검찰
더 나아가 이는 조국 전 장관을 향해 "지금이라도 기소 사실을 인정하면 딸을 기소하지 않을 것이고,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면 딸을 기소할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이며 엄연한 협박이었다. 가장 강력한 국가형벌권 중의 하나인 기소권을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검찰권 남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국가폭력에 해당한다.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검찰의 재량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검찰은 이 기소편의주의를 적절하게 행사했다고 믿는다. 정유라 씨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를 기소하지 않은 것도 나름 타당한 이유를 가진 '기소편의주의'의 적절한 적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조민 씨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소를 한다, 안 한다' 차원의 '편의주의'가 아니라, 법리와 관행에도 어긋나는 기소를 감행했고 시종 당사자와 그 부모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기소권을 활용했다.
검찰이 무슨 이유로 조국 전 장관과 그 일가를 이토록 끝까지 절멸시키려는 것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것도 단칼에 내리치는 것도 아니고 긴 시간 갖은 고통을 번갈아 주는 잔인한 방법을 동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조민 씨에 대한 기소가 권력에 취한 검찰의 '법 집행'을 빙자한 일가족에 대한 '도륙질'이라는 사실이다.
첫댓글 너무나 사랑스런 부녀의 모습이에요.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네요
'기억투쟁의 하나님'은 이웃의 고통을 깊고 깊은 악의 구렁텅이에 묻고 반대급부를 누리는 자들을 결코 잊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