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초미세먼지가 나타나 황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따뜻한 봄기운을 맘 편히 즐길 새도 없이 황사와 초미세먼지 지수를 검색해보고 야외활동을 해도 될 만한 날씨인지, 숨 쉴 만한 ‘공기’인지 확인하는 일이 점점 일상이 되어 간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차단해준다는 마스크, 공기청정기 광고도 부쩍 늘었다.
황사가 바람을 타고 이동해 떨어지는 자연현상인 반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자동차나 공장,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 즉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물론 자연현상인 황사도 중국의 오염된 공기를 안고 날아온다는 점에서 유해하다는 건 매한가지다.
그런데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중국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 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는 ‘콜록콜록, 초미세먼지’ 캠페인을 시작하며 한국의 후진적인 석탄 화력발전 확대 정책으로 인해 초미세먼지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흔히들 황사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도 모두 중국의 영향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데, 국내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30~50%이며 나머지 50~70%, 절반 이상이 국내의 자동차, 공장,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초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2014년 기준)한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특히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인 암,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끄라비 석탄 화력발전소와 심해항구 건설 반대에 주민들이 이렇게나 반대를 하는 이유는 과거에 석탄 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근처 람빵(Lampang)주의 매모(Mae Moh)라는 지역에 1978년부터 광산업이 시작되고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되었다. 그 후 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초미세먼지와 같은 유해물질로 인해 암에 걸려 죽거나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주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2005년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고 얼마 전인 2015년 2월 25일 석탄발전소 운영사인 태국전력으로 하여금 피해주민 131명에게 총 2천 5백만 바트(한화 약 8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태국 정부와 태국전력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주장으로 일변하며 석탄 화력발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고집하고 있는 핵발전 정책, 그리고 초미세먼지 문제를 중국의 탓으로 넘기면서 조용히 추진하고 있는 석탄 화력발전 확대 정책. 우리 눈앞에 발전소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사 마스크로 우리 입에 들어오는 먼지만 막을 것이 아니라, 그 위험요인을 유발하는 석탄 화력발전 확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