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없이 축하 파티 준비하다 계란·식초·오일로만 제작 미국도 ‘2차 세계대전 마요네즈 초콜릿 케이크’ 큰 인기 요즘 군대리아가 인기다. 예비역들은 군 시절의 맛과 추억을 떠올리며 먹고, 군 미필자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먹는다. 군대리아 만드는 방법이야 언제 군 복무를 했는지, 어느 부대에 있었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요즘에는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버전이 대세다. 빵에 마요네즈를 바른 후 양상추, 양파, 피클을 얹고 취향에 따라 마요네즈를 한 번 더 바른다. 여기에 구운 패티를 올려 소스를 뿌리면 끝이다. 마요네즈를 두 번 바르는 이유는 빵이 눅눅해지지 않고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지만 혹시 마요네즈에 군인들의 입맛을 끄는 또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마요네즈가 들어간 군대리아는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있다. 햄버거 대신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초콜릿 케이크다. 이름도 ‘제2차 세계대전 마요네즈 초콜릿 케이크’다. 전쟁이 끝난 후 참전 군인들이 전쟁 중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잃어버린 최고의 미국 전쟁음식’으로 꼽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배급 제도를 실시했다. 그래서 배급물량 외에는 추가로 버터나 식용유, 계란을 구할 수 없었는데 참전했던 아들과 남편이 휴가를 얻어 돌아오면 어머니와 아내는 디저트로 전쟁 전에 집에서 먹던 환상적인 케이크를 만들어 먹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싱싱한 계란과 버터를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웠는데 이때 등장한 대체품이 바로 마요네즈였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마요네즈에 물이나 우유를 붓고 설탕을 넣어 풀어질 때까지 젓는다. 그리고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고르게 잘 섞는다. 다음에 빵 굽는 틀이나 그릇에 반죽을 부은 후 오븐에 넣고 구우면 끝이다. 마요네즈 초콜릿 케이크는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촉촉함이 더해져 더 맛있다. 마요네즈로 만들었지만, 마요네즈 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그저 계란과 버터로 만든 촉촉한 케이크의 맛이다. 우리 예비역들이 군대리아를 추억의 음식으로 삼는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도 집에서 어머니와 부인이 만들어 준 미국판 군대리아, 마요네즈 초콜릿 케이크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마요네즈는 전쟁과 관련이 깊다. 한국과 미국의 군인들도 좋아하지만, 마요네즈는 태생 때부터 프랑스 군인들의 열광을 받은 식품이다. 마요네즈의 기원설은 다양하지만 널리 인용되는 것이 스페인 미노르카 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18세기 중반, 유럽 열강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에서 열강들이 얽히고설키며 전쟁을 벌이는데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곳곳에서 대립했다. 1756년, 5월 20일 현재는 스페인 영토가 됐지만, 당시 영국이 지배했던 지중해의 미노르카 섬에서 영국 함대와 프랑스 함대가 격돌했다. 리슐리외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함대를 미노르카 섬으로 파견, 섬을 공격한다. 이에 맞서 영국은 지브롤터 해협에 머물러 있던 존 빙 제독의 함대를 급파해 섬 수비군을 지원토록 했는데, 존 빙 제독이 미노르카 섬에 도착했을 무렵 이미 프랑스군은 섬 대부분을 장악했고 영국은 오직 중심지인 마온(Mahon) 항구의 수비병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수비병을 구원하라는 명령을 받은 존 빙 함대는 섬에 접근하는 중 프랑스 함대와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심각한 타격만 입은 채 지브롤터로 퇴각했다. 존 빙 제독은 수비병을 구원하는 데도 실패했고, 프랑스 함대와의 해전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다가 군사법정에 소환됐고 소극적인 전투지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처형됐다. 반면 마온 항구를 점령한 프랑스군은 축제 분위기에서 승전 축하 파티를 열었다. 하지만, 조금 남은 전투식량 외에는 마땅한 재료가 없었다. 주방장이 할 수 없이 섬 이곳저곳을 다니며 쓸 만한 재료를 구했지만 얻어 온 음식이라고는 계란과 올리브유, 그리고 소금과 식초가 전부였다.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던 주방장은 될 대로 되라며 계란을 모조리 그릇에 깨어 넣고 구해 온 오일과 식초, 소금을 넣은 후 휘휘 저었다. 그런데 이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계란과 식초, 기름을 저었더니 이 재료들이 섞이면서 상큼하고 고소한 소스가 만들어졌는데 병사들이 먹어보더니 이구동성으로 환상적인 맛이라고 외쳤다. 결국 마요네즈와 남은 전투식량으로 성대한(?) 승전 축하 파티를 열었는데 프랑스군이 먹었던 것 역시 마요네즈를 듬뿍 친 프랑스판 군대리아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요네즈가 만들어진 기원설인데 프랑스군 지휘관이었던 리슐리외 장군이 마온 항구의 승리를 기념하는 뜻에서 마요네즈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전승 기념으로 엔도르핀이 돌 때 먹어서 그런 것일까, 마요네즈에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는 마요라(マヨラ?)라는 사람들이 있다. 마요네즈를 너무 좋아해 어떤 음식에도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밥도 마요네즈에 비벼 먹고 라면에도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다. 독특한 입맛이니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마요라가 되는 이유로 일본의 한 작가는 ‘두뇌와 미각’이라는 저서에서 마요네즈에 포함된 다량의 기름이 미각을 자극해 중독자가 생긴다고 풀이했다. 무엇이든지 너무 빠지면 해롭다. <윤덕노 음식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