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사라토프주(州) 엥겔스 공군기지에 대한 드론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29일 우크라이나 10여개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단행했다.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 S-300 방공미사일이 인근 벨로루시로 날아가 격추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1월의 폴란드 오발 탄착 사건에 이어 두번째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공식'을 바탕으로 한 평화협상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말했다. 체첸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는 체첸인들을 '반역자'로 규정했다.
벨라루스 브레스트주 이바노보에 우크라이나서 발사된 S-300 미사일이 떨어졌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포착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정리-29일자
◇ 일상이 된 우크라 드론 공격- 러시아 보복 미사일 공격
예상대로, 러시아가 29일 키예프(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10번째 미사일 공격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했다. 이날 러시아측 공격은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겨냥한 1차와, 하르코프(하르키우) 등 최전선 도시를 향한 2차 공격으로 진행됐다. 1차 공격에는 69발의 미사일이 키예프 등 서부 지역을 강타했고, 2차에는 하르코프와 헤르손,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등이 미사일 20여발의 표적이 됐다.
공격을 받은 지역마다 에너지 기반시설 등이 파괴되고, 비상정전 체제가 도입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어어판)는 29일 하루동안 10개 지역의 10개 중요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고, 주거용 건물 18채가 손상됐으며 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부서진 건물들/사진출처:영상 캡처, 스트라나.ua
하지만,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습적인 드론 공격에 대규모 보복을 당하는 것은 이제 거의 일상이 된 듯, 이 매체는 이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인근 벨라루스 영토로 날아간 S-300 방공 미사일의 오발 사건이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S-300 지대공 미사일이 오전 10시쯤 자국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발표한 뒤, 민스크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매체 로스발트.ru는 "민스크(벨라루스 당국)가 키예프를 향해 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재판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지난 11월의 폴란드 오발 사건과는 달리, 서둘러 방공 미사일 중 하나가 벨로루시 영토로 넘어갔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S-300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대공 미사일로, 지난 11월 나토(NATO) 회원국인 폴란드에 떨어져 민간인 사망자를 내는 바람에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벨라루스의 낙탄지역(브레스트 주)의 올레크 코노발로프 군사위원장은 "이번 오발탄도 폴란드의 낙탄 사고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측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 궤적. 아래가 우크라이나, 위쪽이 벨라루스. 자폴로티예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국경을 넘어가 벨라루스 상공에서 격추됐다/사진출처:러시아 언론 영상 캡처
벨라루스서 발견된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 잔해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방공망 가동 중에 미사일이 벨라루스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같은 사례(폴란드)가 이미 있었다"며 "사건을 조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친러시아가 아닌 국가에서 전문가를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모든 것은 러시아의 침략과 미사일 공격의 결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측은 또다시 엥겔스 러시아 군사기지를 향해 드론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토프주 당국은 이날 오후 엥겔스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며 피해자는 없고 개인 주택의 울타리, 자동차, 차고 등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 상에 유치원 대피설이 유포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 부인했다.
◇ 우크라군 합참, 크레멘나야 전황 공식 발표
무수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크레멘나야 전황에 대해 침묵하던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가 29일 입을 열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합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1주일 만에 크레멘나야 방향으로 2.5km를 진격했으며, 공격 작전은 계속된다"고 발표했다.
임박한 크레멘나야 탈환을 주장했던 친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주지사 세르게이 가이다이는 이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새로운 군대와 장비를 보충하고 있으며, 민간 군사 기업 '와그너 그룹' 용병들도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에게 크레멘나야를 잃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내년 초에는 크레멘나야를 해방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의 크레멘나야 공격이나, 격퇴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친러 종군 텔레그램 채널들이 '러시아 군대가 오히려 공격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장/ITV 영상 캡처
미국전쟁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는 러시아군이 (크레멘나야 전투 등) 루간스크 지역에서 '결정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드네프르 강 서안(헤르손)에서 철수한 공수부대를 이곳에 재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격 작전을 준비하거나, 우크라이나 군대의 공격을 격퇴한 뒤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ISW의 분석이다.
하지만,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장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딱 멈춰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고,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서방으로부터 새로운 무기와 보다 진전된(공격적인) 무기의 도착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핵잠수함 진수식
- 러시아는 29일 전략 핵미사일 잠수함 '알렉산드로 3세'(Император Александр III)호를 진수했다고 밝혔다. 진수식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또 '게네랄리시모 수보로프' 잠수함은 실전 배치됐다고 밝혔다.
-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러시아는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함으로써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히고, 동시에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평화협정 이행의 보증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쟁을 촉발한 국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속해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고도 했다.
- 미하일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 혁신부 장관은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에게 인터넷 위성 통신 '스타링크'의 터미널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그들(스페이스X)에게 우크라이나 터미널 서비스를 시작해 달라고 간청했다"며 "우리가 첫 기록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링크로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위성 터미널의 우크라이나 배치를 미국의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에 비교하기도 했다.
-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공식'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말했다. 그는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아이디어와 평화 공식을 제시하면서 서방의 도움을 얻어, 돈바스 지역과 헤르손, 크림 반도 등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시키고, 러시아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내며, 국제재판소에 회부할 것이라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그러한 조건에서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을 것이며, 키예프 자체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