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가 있어서 우산을 들고 나갔다. 서울 성곽 3차 걷기. 한달 만에 서울 성곽길 돌기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첫 회는 몹시 추웠으나, 3월이 되고 나니, 바람이 더 없이 상쾌하였다.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도, 부암동 길가도...
이젠 봄이 오고 있으니 겨우내 했던 걱정들은 봄 바람에 다 날려버려도 좋을거라고 말하는듯 했다.
우리가 출발하는 인왕산 입구에 <윤동주박물관>이 있어 들어갔다. 일행 중 두 사람이 그곳에 초행이어서. 전시된 자료를 보고, 사진을 찍고, 뭔가 아쉬운 마음 가득한채로 나왔다. 공간이 조금 더 컸으면, 그래서 조금 더 많은 것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요즘 흔한 굿즈도 만들어 팔면 얼마나 좋을 까, 이런 생각도 했다.
입구에서부터 1킬로 남짓한 정상 가는 길은 너무 짧다, 싶었다. 정상을 오르고, 그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다, 서울시교육청 앞을 지나는데, 시위하시는 교사들이 몇 분 피켓을 들고 계셔서 근처 카페서 커피를 사다 드렸다. 놀라고 당황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고맙다 하신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
모두가 원하는 좋은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원하는 일을 하고, 불의한 것은 법대로 해결되고, 모두 그런 결론을 수긍하고... 혼자 피켓들고 나와서 길바닥에서 찬바람 맞으며 외롭게 서있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