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서 WBC와 비교하면서, 16강 병역면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싸커맨님의 글도 읽었지만 여전히 저를 설득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월드컵이 올림픽 이상의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두가지 반론을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하는 기준이 주관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점입니다. 월드컵이 단일대회로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라는 F1대회는 국내에서의 인기는 대단히 저조합니다. 국내에 만일 마이클 슈마허처럼 전설적인 드라이버가 탄생할 경우 이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세계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 대회이니 병역면제는 묻혀버리는 건가요?
(그럴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전세계가 월드컵만큼 주목하는 세계육상 선수권대회 100미터에서 국내선수가 우승한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또는 어떤의미에서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 높여줄 수 있는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국내 남자 피겨선수가 우승한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즉, 월드컵 16강을 인정해 줄 경우 이것을 빌미로 너무나 이곳저곳에서 인정해달라고 요청해올 상황이 많아지고,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두번째로는, 병역면제라는 것이 그 종목의 인기도에 따라 조건의 차등을 둘수가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반대론자에 대한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인기종목에서 승리하는 것과,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비인기종목에서 승리하는 것이 주목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개인의 노력에서는 더 대단한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국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차별"보다는 "공평과 평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합리적인 태도입니다. 국가는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기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축구선수로서 합법적인 병역문제의 해결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23세 이하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축구도 이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병역면제의 기회는 있습니다. 올림픽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시안게임의 난이도는 운만 좀 따라준다면 할 수 있습니다. 병역때문에 해외진출이 문제가 된다면, 조재진처럼 기량이 미처 여물기 전인 19-20세에 2년간 상무에 복무하여 군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해외에 나가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무의 문호가 너무 적다는 점이 문제라면, 야구처럼 경찰청 축구단 창설을 축협에서 지원해서 합법적인 병역수단을 더 넓혀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른 해결책이 있기 때문에, 월드컵 16강을 병역면제요건으로 추가해 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반대론자에게는 축구라는 종목에만 추가적인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치기가 쉽습니다.
저는 애초에 첫단추를 잘못 꿴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도에 16강 병역면제를 결정하게된 것이 말그대로 "국민여론"때문에 졸속으로 결정된 측면이 있지요. 이전까지 1승도 못하던 국대 축구가 승리도 거두면서 16강에 진출하여 개최국 체면도 세우고.. 얼마나 감격스러웠습니까? "너희들이 국민들 체면을 살려줬으니까 그깟 병역면제가 문제겠냐"는 호의적인 여론에 힘입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여론에 기대는 것은 언제든 상황이 변하기 마련입니다. 2006년에 원정 첫승도 하고, 이번에 원정 16강도 하니 이미 국민의 기대치는 올라가 버렸습니다. 더이상 원정 16강이 국민여론을 움직일만한 힘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가장 올바른 해결책은 나중에 국민 여론이나 상황이 바뀌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면서,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합니다. 사실상 이런 방법으로 모두가 납득할수 있는 것으로 축구계에서 혼자만 병역면제를 요청하기 보다는 다른 종목들도 함께 아우르면서 월드컵 16강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처럼 일정요건에 부합하는 선수는 은퇴시점 또는 일정 나이까지(대략 33-35세가 되겠지요) 병역연기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대체복무제도의 일부분야에서는 33세까지의 병역연기가 합법화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의 경우에는 의대 6년(삼수까지 졸업 연기 인정)+인턴 1년+레지던트 4년의 수련 기간동안 병역을 연기해주며, 그 후에 현역 군의관장교 또는 공중보건의사로 입대하여 일반 현역보다 훨씬 더 긴 38개월간 복무합니다. (저도 32세에 공중보건의사로 들어가서 3년 넘게 복무했습니다.) 이는 의사병력자원을 현역사병으로 보내는 것보다는 전문의 과정을 다 마칠때까지 기다려줘서 군의관이나 무의촌 의사로 3년 넘게 근무하게 하는게 더 큰 이득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박주영선수를 불러들여 상무에서 2년간 복무하게 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골넣는 걸 보면서 기뻐하고 싶고,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즉, 축구선수의 경우에도 이런 의미에서의 사회적 합의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대신 병역 연기권리 행사자에게는 복무기간 연장과 같은 페널티를 함께 부여하게 되면, 선수들도 자기 상황에 맞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병역문제에 민감한 여론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고, 타 종목과의 형평성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16강 면제나 WBC 면제 때처럼 결국은 "국민여론"에 좌우되는게 병역문제입니다. 저는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정몽준씨가 여론의 찬성만큼이나 반대여론도 불보듯 많을게 뻔한 월드컵 16강 병역면제카드보다는 병역연기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더 전략적으로 합당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저도 병역 연기가 더욱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병역연기에 찬성론자 이지만, 그럴경우 광주상무의 존속이나 운영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집안에 삼성 물건이 최소한 하나는 있는 사람이 10억을 가뿐히 넘어 머니스포츠와 국격 향상의 지존이신 이건희 형님이 요즘 손자들 병역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계셔서 삼성의 경영에도 지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집안에 병역 면제를 선물해야겠네요.
병역 면제는 적어도 현 정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옵션이라 보입니다. 2002년의 특수 상황도 아니고,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일을 현 정권에서 해줄리가 없지요. 축구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를 해준다 해서 축구팬들이 현 정부에 더 투표할 가능성은 100명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일이겠지만, 병역 면제를 까댈 네티즌들은 100명 중 90명은 되겠지요.
예전 김대업 사건도 그렇거니와 하다못해 천안함 격침 사건에서도 네티즌들은 냉철하게 바라보기보단 이명박 정권의 병역 면제자 리스트 (그것도 위조된) 것을 퍼나르며 정권을 까내리기 바빴다는 것을 정부가 모를리 없지요. 축구 리그 팬들이 아닌 여타 네티즌들은 또 다시 리스트를 인터넷에 돌리면서 병역면제 정권을 까내리고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바쁠 텐데 정부가 과연 해주겠습니까. 병역 면제는 현실적으로 기대하지 못할 일이라고 보입니다. 축구만이 아니라 운동계 대부분에 은퇴한 이후에나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되네요. (근데 정권 바꾼다 해서 면제를 기대하기도 힘들 듯...)
병역연기에 대체복무 제도를 확대시키면 좋겠네요. 예를 들어 대체복무에 대한 기한까지 연장시켜서 현역선수 36세까지 입대연기, 43세이내에 24개월간 지역 유소년 및 청소년팀 지도자 생활 등과 같은 다양한 봉사활동.
광주상무 같은 팀을 한두개 더만들어 그들이 축구 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해주면서 군복무는 마칠수 있게 해 줘야합니다. 병역혜택은 오버임.
문득 든 생각인데 국대나 올대 경기 몇경기 이상 출장시 입대 연기 방안은 어떨까요? 국가를 위해 뛰어준 전종목 선수들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개인종목의 경우는 세계선수권대회라든지 협회에서 인정하는 몇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대회로 규정하면 되겠고 다만 악용(항상 이런게 먼저 생각나네요)을 한다면 아픈곳 참아가며 뛰다가 선수생명 마지막 쯤에 다 수술받고 병역을 기피하는 선수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무의 역할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꼭 다른 방법을 찾자면 일정수준이상의 국제대회에 국대로 차출되면 공익요원자원으로 분류하고, 선수생활기간동안 본인 스케쥴을 희생하고 훈련하고 경기한 날짜수에 대해서는 소급하여 공익근무소집으로 인정해줘서 이를 합산한 기간만큼은 소집기간에서 빼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일정일수 이하는 무시하구요..대기만성형에게는 좀 불리할 수 있지만, 엘리트코스 밟은 선수들은 자연히 채우게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하면 특혜논란도 좀 비켜갈 수 있고, 비인기종목도 함께 갈 수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일회성(ex야구 아시안게임) 성적기여보다는 얼마나 꾸준히 오랜기간 차출되어왔는지를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센터써클님 좋은방법이네요 잘연구하면 좋은 제도로 안착되고 논란도 줄고 모든종목에 형평성도있고, 대통령, 각당에 논문편지를 작성해 보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