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는 뱀의 해다. 뱀은 십이간지 중 유일한 파충류다. 지구상에는 3,000종이 넘는 뱀이 있다. 독을 가진 600여 종 가운데 200종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냥할 때만 독을 쓰지 인간이나 다른 동물을 괴롭히기 위해 쓰지는 않는다. 뱀은 먹이를 통째로 먹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큰 먹이를 삼키면 소화될 때까지 한 달 이상 먹지 않는다. 다이어트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는 아주 부러운 식습관이다. 통째로 삼킬 수 있는 능력은 자유자재로 벌어지는 아래턱 덕분이다. 위턱과 아래턱은 필요에 따라 연결을 풀 수 있어서 머리 너비보다 세 배나 큰 동물도 삼킬 수 있다. 심지어 아래턱의 모양을 먹이에 맞추어 변화시킨 종도 있다. 바로 달팽이를 먹는 뱀이다.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에는 달팽이만 먹는 뱀 70여 종이 있다. 이들은 단단한 껍데기를 소화할 능력이 없어 살만 쏙 빼 먹는다. 달팽이의 살은 한 방향으로 말려 있는 껍데기 속에 깊숙이 들어 있어 빼내기가 쉽지 않다. 인간도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야만 살을 빼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뱀은 어떨까? 놀랍게도 달팽이를 먹는 뱀은 껍데기의 회전 방향에 딱 맞게 비대칭으로 자란 턱과 이빨을 가지고 있다. 더 재미난 사실은 오른나사 달팽이와 왼나사 달팽이를 먹는 종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열대 우림의 나무가 사라져 달팽이가 살지 못하게 된다면 비대칭 턱을 가진 뱀도 사라질 것이다. 뱀의 아래턱은 감각 기관의 구실도 하는데, 동물이 움직이면 진동을 감지해 사냥감이나 적이 가까이 있음을 알아챈다. 아니, 눈은 어디에 쓰려고 두고 턱으로 진동을 느끼는 걸까? 뱀은 시력이 좋지 않아 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피트 기관이라 불리는 제3의 눈을 통해 적외선으로 대상의 체온을 본다. 영화에 나오는 특수 대원처럼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덕분에 뱀은 밤낮 가리지 않고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둘로 갈라진 혀를 허공에 휘둘러 냄새, 습도, 온도를 감지한다. 인간의 혀는 발성·소화 기관의 일부지만, 뱀의 혀는 감각 기관이다. 혀가 두 갈래인 이유는 외부의 정보를 더 섬세하게 감지하기 위해서다. 안테나가 여러 개의 가지로 이루어진 까닭과 비슷하다. 이처럼 뱀은 아래턱, 갈라진 혀, 적외선을 보는 눈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고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한다. 대부분의 정보를 눈으로 확인하는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뱀의 감각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뱀이 가진 능력 중 가장 신기하고 부러운 것은 허물벗기다. 뱀은 알에서 깨어난 후 죽을 때까지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다. 성장하면서 피부가 늘어나는 포유류와 달리 뱀의 피부는 나이가 들어도 그 면적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피부를 찢고 더 커진 몸을 스스로 끄집어낸다. 허물을 벗을 때가 되면 2주 동안 색이 탁해진다. 묵은 피부가 간유리처럼 불투명한 껍질이 되기 때문이다. 허물 아래에는 막 태어나 맑은 색을 자랑하는 어린 피부가 기다리고 있다. 몸을 감싸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피부에는 상처가 많다. 뱀의 비늘은 거친 바위를 지나는 동안 닳기도 하고, 큰 새 혹은 들짐승에게 공격받아 떨어지기도 한다. 숲에는 이름 모를 기생충이 많은데, 그중 뱀만 찾아서 들러붙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에 몸을 비벼도 기생충은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상처와 기생충을 없애는 방법이 바로 피부를 버리는 것이다. 피부가 자라는 과정은 상처를 치료하고 새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피부가 완성되면 뱀은 불투명한 묵은 피부로 완벽하게 봉합된다. 마치 방금 만든 상품을 비닐로 깔끔하게 포장한 상태 같다고나 할까. 이제 주둥이 부분을 나무에 문질러 오래된 피부에 구멍을 낸다. 그 사이로 새 피부를 입은 뱀의 머리가 나온다. 자기 몸 안에서 또 다른 나를 꺼내는 방식 중 이처럼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 그다음에는 나뭇가지 어딘가 튀어나온 곳에 헌 피부 한 귀퉁이를 걸고 아주 천천히 빠져나온다. 머리가 나오고, 긴 몸통이 나오고, 꼬리가 나온다. 뱀의 색은 허물을 막 벗고 나왔을 때 가장 예쁘다! 상처를 입으면 평소보다 더 빨리 허물을 벗는다. 상처를 잊고 새 삶을 살기 위해서다. 인간에게 이 허물벗기는 어떤 상징성이 있을까?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고, 묵은 생각을 벗어던지며, 생에 가장 반짝이는 순간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의 허물벗기라 할 수 있겠다. 뱀의 해를 맞이하여 1년에 서너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생각의 허물을 벗어 보면 어떻까. 그 순간의 나는 가장 아름다울 것이 분명하다. 이지유 작가
독도 쥐
일러스트=박상훈
섬나라인 뉴질랜드에는 원래 쥐가 없었다. 하지만 폴리네시아인에 이어 유럽인들이 섬에 들어올 때 갈색쥐·검은쥐도 유입되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쥐가 잘 날지 못하는 토종 새들을 공격하고 낳은 알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쥐 등 유해 동물이 매년 키위새 등 2500만 마리의 토착종 새들을 죽이고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는 2050년까지 자국에서 쥐들을 완전 박멸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쥐 왕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넘쳐나는 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리와 지하철에는 쥐들이 들끓어 이를 구경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뉴욕 쥐는 길이 50㎝ 정도로 다른 쥐보다 훨씬 크고 공격성까지 있어서 혐오의 대상이다. 미국 뉴욕시는 쥐약을 살포했다가 다른 동물이 먹고 죽는 2차 피해가 속출하자 쥐에게 피임약을 먹여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쥐 소탕이 어려운 것은 놀라운 번식력 때문이다. 생후 5개월이면 임신 가능하고 임신 기간은 21일에 불과하다. 1년에 6~8회 새끼를 낳고 1회 6~10마리를 출산한다. 집쥐 암수 한 쌍은 1년에 새끼를 최대 460마리까지도 낳는다고 한다. 쥐 100마리 중 98마리를 잡아도 두 마리가 암수이면 원상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더구나 잡식성이라 닥치는 대로 먹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독도에 집쥐 수백 마리가 출몰해 환경부가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집쥐가 독도 전역에 퍼지면서 철새인 바다제비·괭이갈매기 알을 먹어 치우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서도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공사를 위한 건축 자재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딸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개체 수가 늘면서 동도까지 건너갔다. 생존력이 놀랍다. 동·서도 간 최단 거리는 약 151m이고 파도도 거친데 그 거리를 헤엄쳐 건너간 것이다.
▶독도 쥐 소탕 작전은 쉽지 않았다. 고양이 등 천적을 투입하는 방안은 다른 철새들까지 공격할 가능성 때문에 접었다. 쥐약과 쥐 피임약은 다른 천연기념물 동물이 먹고 피해를 입을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서 채택한 방식이 쥐덫을 놓는 것이다. 1980년대 독도에 방사한 토끼가 수백 마리로 불어나 나무 등을 고사시키자 소탕 작전을 펼쳤다. 독도에 쇠무릎이라는 식물이 바다제비의 둥지 근처까지 퍼져 새들이 뾰족한 열매에 걸려 죽는 일이 빈발하자 제거 작전을 한 적도 있다. 두 작전 모두 성공했다. 독도 쥐도 박멸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바란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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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뱀 혐오 동물 선악과를 따먹게한 죄 아담과 하와를 속여 배로 기어 다닌다는 성경 말씀
뱀이 지혀롭고 앞으로 가고 뒤로는가지 않는다는 세계 영웅들
출세 률이 제일 많다지요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沃溝 서길순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공감가는 멘트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힐링의 주말보내시고
늘 강건하셔요 ~^^
휴일 아침 좋은 글과 함께 합니다...망실봉님!
동지인 어제는 팥죽 한 그릇 드셨습니까?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렸어요.
오늘 휴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며,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4년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네요.
한해 마무리 잘 하시면서 한 주 보내셔요.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고운 멘트 올려주신
바다고동 님 !
감사합니다 ~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웃음과 건강이 넘치는
소중한 힐링의 시간되시길
소망합니다 ~^^
감사합니다 ~~
잘 마시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