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이 없는 전쟁을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그냥 죽자고 하는 싸움입니다. 전쟁의 목적이 죽음입니까? 말이 안 됩니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빼앗으려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런 적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살아남는 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하는 것은 맞지만 목적 자체가 죽음일 수는 없습니다. 빼앗아 누리든 지켜서 누리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죽기 살기로 싸우지만 살아남는 것이 목적입니다. 힘이 달려서 죽을 수밖에 없다면 불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불행 자체를 목적으로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싸움의 목적은 승리입니다.
아무리 원한이 깊다고 해도 상대가 월등하게 힘이 강하다면 그에게 도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기다려야지요. 그가 약해지기를, 또는 자신이 보다 강해지기를 애쓰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승산이 생길 때까지 말입니다. 함부로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목숨은 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잘 알듯이 딱 한번뿐이기 때문이지요. 달리 기회는 없습니다. 소중한 만큼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고 소중하게 바쳐야 합니다. 파리 목숨처럼 날려버리면 안 됩니다. 기다릴 줄 아는 자가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강해지고 때로는 힘을 규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더구나 전투나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규모 전투라 할지라도 그 싸움이 남겨놓을 영향도 예측해야 합니다. 나 한 사람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나로 인하여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이 생길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흔히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원한은 대부분 일대일 보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흔히 보았듯이 한 사람의 반역으로 인하여 소위 3족이 멸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자신 세상에 올 때 혼자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고 친척이 있습니다. 공동체 안으로 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서로 관계를 가지고 살게 됩니다.
로마 제국은 본국에서 꽤나 떨어진 곳까지 점령했습니다. 거리가 멀수록 어쩌면 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변방의 지역사령관으로서는 제국 황제의 관심을 끌고 뭔가 실적을 내서 자리를 옮기고 싶은 야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어려울 때 막강의 군대 지원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은 지역 내 반란 기미를 색출해야 하고 더불어 황제의 총애를 사기 위해 황제의 관심사에 적극 동조해주어야 합니다. 네로 황제가 여색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기 지역에서 소위 괜찮은 처녀들을 색출하여 공물로 바치려 합니다. 마을 청년들이 사실을 알고는 반기를 듭니다.
마음과 뜻만 가지고 이루어질 일이 아닙니다. 로마 학정에 반기를 들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려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당장 급하다 하더라도 도리가 없습니다. 로마를 상대해서 싸우다니,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그냥 죽자고 달려드는 부나방과도 같습니다. 당장 분통이 터진다고 해서 달려드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목숨을 그냥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단 뜻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기로 합니다. 가까이 용병으로 활략하던 용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찾아갑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합니다. 거절했다가 저들의 비인간적인 학정을 보고 마음을 바꿉니다.
일단 강제로 끌려가던 여자들을 구하여 냅니다. 전투가 벌어지지만 검투사 출신 용병은 살생을 금합니다. 로마병사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면 본국에서 대규모 군대가 출병하게 됩니다. 지금의 식민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현재의 주둔군의 자존심만 건드려 놓으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군대 파견까지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로마인을 경험한 용병의 지혜로운 작전입니다. 본국의 막강한 군대가 와서는 안 됩니다. 그 때는 식민지가 아니라 주민이 없는 황무지로 변할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빼앗깁니다. 그러자고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를 되찾는 날을 기다리고 후손이라도 제대로 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이름이 너무 익숙하여 궁금해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과는 너무 격이 맞지 않다 싶어 실망했습니다. 영화 ‘벤허’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유다 벤허’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지요. 로마의 총사령관의 양자가 되어 고향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자기 가문을 몰락시켰던 옛 친구이며 현재는 로마 집정관으로 있는 ‘메살라’와 전차경기로 맞섭니다. 사실 통쾌한 복수전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용서와 사랑’입니다. 그렇게 그리스도의 은혜로 가족을 되찾습니다. 그런데 그 뒤의 이야기를 이렇게 초라하게 꾸미다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하늘과 땅 차이, 비교하는 자체가 모독일 것입니다. 영화 ‘벤허 - 레저렉션’(In the Name of Ben Hur)을 보았습니다. 2016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