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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톨릭노동사목동지회 원문보기 글쓴이: 박아녜스
동네 한 바퀴 한 번 돌아보세요
강론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2013년 시작된 대한문 앞 매일미사가 길었던 장마와 무더웠던 여름을 지내고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주는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 추석이 있는 주간이라 온 나라가 명절 준비로 바쁜 마음으로 지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다수의 시민들처럼 추석명절을 앞둔 기쁜 마음이 아닌 지난 4년간 외롭게 투쟁해 왔고 단식투쟁 중에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함께 하시는 많은 분들과 찹찹한 심정으로 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찹찹한 심정은 절망과 포기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기 위한 산고임을 알기에 오늘도 이 자리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인지하고 함께 공존해야 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선교사제입니다. 한번은 2003년 남미 페루의 수도인 리마의 한 식당에서 선교사의 삶을 꿈꾸며 지구 건너편 페루에 도착한 분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저는 103위 순교성인성녀들의 순교영성을 남미에 심고자 왔습니다.”라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미에 선교사로 오는 사람들이 남미 원주민들 그것도 페루 잉카인들이 군대와 자본 그리고 종교를 앞세운 스페인 식민지시기에 어떻게 비참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래서 지금도 대다수가 세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 속에 살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순교의 삶이라는 표현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하지 못했을텐데, 남미사람들은 게으르고 놀고 마시는데에 열중하기에 가난한거라고 쉽게 이야기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분이 가지고 있는 103위 성인의 순교 영성을 왜곡할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고, 또 내가 어디에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할 때 생길 수 있는 일방적인 선교나 활동의 위험성을 여러분들께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일제식민지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일방적인 관점으로 식민지역사를 미화하는 일제의 우편향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울 것 같은 교과서보다도 더 형편없는 내용의 교과서를 만들면서 궤변을 일삼는 일련의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들과도 같은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 성월은 단순히‘죽음과 그 고통’만을 기념하고 기억하고 슬퍼하며 거기에만 머무르는 성월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는 시기도 분명히 아닙니다.‘죽음과 고통’의 의미를 성찰하며 ‘죽음’의 원인을 인식하고 동시에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오늘은 또 내일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때로는 한 숨도 쉬지만 우리가 성찰한 것을 실천하고자 하느님 안에서 약속하는 성월입니다.
저는 선교사의 삶을 지향하려는 신학생들과 지원사제 신부님들 그리고 수녀님과 수사님들께 늘‘동네 한바퀴’를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동요 아시지요? 선교사로 남미에 가서 산책하듯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쉬울 것 같지요? 어떨까요?
한국에서 신부님들 수녀님들, 수사님들 인사이동으로 새 임지에 가셨을 때 같은 문화 같은 인종,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데도 새로운 곳에 가서는 아무리 공식적인 상견례가 있어도 바로 동네 한 바퀴 돌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 가서 자기의 방 문을 나와 사제관이나 수녀원 공동체 집을 나와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요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용기를 내어 한 바퀴 휙 돌고 돌아오던 동네 한 바퀴가 매일 매일 반복 할수록 어느새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도 생기고 잘 늘지 않는 스페인어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언어가 다르지만 정성된 마음으로 서로에게 기도를 청하고, 관심어린 마음으로 서로의 방문을 청하는 관계가 되면 이제 동네 한 바퀴는 한 바퀴 휙 도는 이삼십 분이 아닌 사람들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갑니다. 그러고는 말하겠지요 아! 내가 이 사람들 안에 살고 있구나..... 반대로 그렇게 되지 못하면 주어진 미사만 드리고, 주어진 의료봉사, 치료만을 하고 사제관과 수녀원 공동체 집에만 머물면서 자기가 만든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다가 마음 한구석 무거운 마음을 지닌 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람들 안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비록 이교도였고 침략자였음에도 이스라엘 민족들 안에 함께 살고 있던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한 회당까지도 지어주었고 더구나 자기의 종이 병들어 죽게 될 처지가 되자,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종으로서 값어치가 없어졌음에도 그를 저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를 살릴 수 있을까 유다인의 원로들을 통해 자기 종을 살려달라고 예수님께 청한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백인대장은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 도착하시기도 전에 이렇게 전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로마식민지 시대에 백인대장과 종의 신분이지만 서로의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과 이교도의 신분이지만 예수님을 존중하는 모습에서 겸손함과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 안에서 생겨나는 소중한 관계성을 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창조물과 창조물의 관계, 창조주와 창조물의 관계 너무나 소중한 관계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중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관계입니다.
오늘도 이곳 대한문 앞 미사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162차 대한문 앞 미사를 통해 마음을 모아 정규직 2641명과 비정규직 350명까지 약 3천명의 노동자들이 회사측의 회계조작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되었기에 쌍용자동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든 해고노동자들이 원하는 데로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단식투쟁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용산참사 유가족들, 강정마을 주민들,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 일상적인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4년 전 2646명을 한 번에 해고한 쌍용 자동차 임직원들, 4년 전 평택 공장 옥상에서 전쟁터에서처럼 노동자들을 폭행했던 경찰들, 분향소를 침탈하라고 결정하고 침탈한 구청장과 공무원들, 정치인들이 만든 교만함의 꽃무덤을 지키며 당당하게 불법채증하고 불법검문하고 시내 곳곳에 공회전하는 경찰버스를 주차해 놓은 경찰들, 그리고 불법 선거에 공권력을 악용한 사람들...국민을 섬겨야 할 많은 이 모든 사람들이 본인들의 일상생활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고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법적인 댓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대한문 앞 미사에 함께 하시는 수녀님들, 수사님들, 신자분들, 시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앞으로도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교황 요한 23세는 평화는 오류와 타협할 수 없고 불의에 대해 양보할 수도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불의 앞의 수동적 침묵이나 잔인한 폭력 앞의 굴종이 순수한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이명박정권과 현재 박근혜 행정부에서 벌어진 모든 부당한 상황에 침묵했던 우리들이기에 지금이라도 무관심과 이기심과 두려움의 침묵을 깨고 사람들 안에 살아가는 체험을 하며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단식 7일째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고 함께 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쌍용차 사태는 많은 국가권력이 결합된 문제 연대 이야기
허영구
동조단식중인 허영구입니다. 저는 예전에 민주노총에서 부위원장을 오래 했고, 외환은행 론스타와 관련하여 투기자본감시센터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투기자본감시운동을 오래 해왔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쌍용자동차 동지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그 동안 진 빚이 많아서 이번에 단식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작년 론스타 뉴스를 기억하십니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불법적으로 인수해서 9년 만에 4조 6천억 원을 챙겨 나갔습니다. 먹튀라고 하지요. 그런데 한미FTA조항으로 투기자본감시센터나 한국증권가 등이 많은 방해로 인해 돈을 제대로 못 벌었다며 제소를 한 상태입니다. 만약 한미FTA 국가제소조항에 따라 한국정부가 지게 되면 수 조원을 한국정부가 국고로 물어줘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2004년 투자자본감시센터를 만들어서 감시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투기자본에 팔려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것도 산업자본이 아니고 투기자본이라는 것을 저희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론스타 감시운동을 하는 와중에 상하이투기자본이 인수한 쌍용자동차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하이투기자본이 쌍용자동차에 들어와서 노동조합과 합의한 내용은 1조 2천억 원의 투자하고 완전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특별합의문을 써서 공증을 받았습니다. 저희 투기자본감시센터입장에서 이 합의문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2006년 당시의 쌍용자동차 집행부에서는 그 합의문을 지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면밀히 감시하는 과정에서 기술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 8월에 제가 고발주체가 되어서 검찰에 기술유출과 관련하여 쌍용자동차 경영진 12명을 고발하였습니다. 그래서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때 중앙지검의 검사가 저에게 기술유출이 되고 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였고, 저는 우리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심증은 있으나 증거는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였고, 검찰이 쌍용자동차를 압수수색 하면 분명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압수수색을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 국정원에서 저희 사무실로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에 대해서 정보를 알고 싶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이미 검찰과 국정원은 그 내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2006년 8월에 제가 고발하고 참고인 진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1월에 쌍용자동차 경영진 12명 무혐의 판결이 났습니다. 그때가 노무현정권 말기로 문제인씨가 대통령비서실장을 하던 때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검찰도 국정원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 당시 기술유출이 이루어졌고, 1조2천억 투자와 완전고용 보장은 백지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을 감시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총체적으로 금융감독원과 은행과 국정원과 검찰과 청와대, 이 모든 국가권력이 다 결합된 문제입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단순히 쌍용자동차 자본에 의해서 회계조작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회계조작 이전에 기술유출이 이루어지고, 상하이투자자본이 보았을 때는 도면을 다 빼갔기 때문에 이미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해서 생산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미 쌍용자동차의 기술은 다 빼나갔고 목적도 달성했고, 약속이 백지화하고 떠나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산자부 장관과 지금 부패로 감옥에 갇혀있는 보시라이 중국 상무장관이 협상을 맺어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자본에 대하여 각종 규제를 하지 말 것 등을 합의하였습니다. 그래서 2006년 집행부의 비리를 캐내서 노조집행부를 구속하고 상황을 평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과 중국 정부간의 합의아래서 이루어진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중 정부가 모두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합의를 해나가고, 그런 정리를 한 다음에 이것을 부도처리하기 위하여 회계조작을 하게 되고, 아시다시피 거기에 수많은 회계법인들이 결합되게 됩니다. 그리고 3천여 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시키는 과정입니다.
사실 국정원이 지금 정말 해야 할 일은 금융투기자본을 제대로 제어하는 것입니다. 세계자본의 98%가 투기적 거래이고 단지 2%만이 순수한 상품거래입니다. 이 엄청난 착취입니다. 우리나라 여의도에서 거래되는 파생금융상품에 거래량이 세계 1위입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만 우리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이 금융투기자본, 파생금융상품과 같은 문제의 흐름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전문적인 금융전문가들이 이런 부분을 미리 확인하고 차단, 제어하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진정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국정원이 쌍용자동차 77일 동안 옥쇄파업 할 때 사찰하지 않았습니까? 정말로 쌍용자동차를 거덜내고 노동자 3천명을 해고하고, 24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우리 나라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을 고난에 빠트리는 금융투기자본에 대해서는 다 타협하고, 어떤 과정과 내용인지 모르겠으나 모두 묵인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대신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한 공장에서 24명이 죽는다는 건 한국의 전투부대인 현역부대에서 죽는 군인의 수에 비교해도 수배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산재도 아니고 길거리로 내몰려서 죽음을 당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도대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런 야만을 끝내기 위해서 여러분도 함께 해주셨고, 저도 쌍용자 노동조원 동지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 단식투쟁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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