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죠. 그 비가 또 창문을 뚜들기며 저를 추억의 그리 멀지 않은 옛날로 안낼하는데요.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이라고.
음 정은임의 목소리를 들은건 중 3때가 처음이죠.그때 정말로 한참 영화를 조아하고 영화에 대해 있는것 없는 것 주워 모으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에 옮기던 시기인 중3...그 무렵 처음으로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을 들었죠. 그 전에도 저랑같이 영화보러 몰려다니던 녀석들도 영화음악에 대한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을 했죠. 새벽 몇시몇시쯤에 주파수를 어디어디다 맞히면 영화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정말 저같이 잠많은 놈한텐 머언 꿈나라 이야기처럼 멀리하던 시기. 그때 우연찮게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이 저에게 왔죠. 왔다라는 표현이 맞을꺼에요. 전 그걸 들을려고 노력했던 건 아니니까요.
우선 정은임의 목소리는 뿌옇게 먼지낀날 이슬비로 그 뿌연먼지들을 살포시 가라않혀주는듯한 청명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그런 목소리죠. 지금까지 우아하면서도 섬세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목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으니까요. 거기다 말한마디한마디가 굉장히 지적이고 품위있으며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은 차분하면서도 깊이있는 진행쏨씨는 저에 그 뭐랄까.....여자에 대한 환상과 더불어 영화라는 꿈의공장에 대한 동경을 한층 키우는데 일조했죠. 그때 들은것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영화음악은....안제이 바이다 감독의'철의 사나이'와 더 터틀스의 '해피 투게더'인데. '철의 사나이'는 싱어가 여자인데 특별한 세션도 없이 정말 갈퀴로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창법하나로,찢어지는듯한 절절함으로 승부하는 노래인데, 대학교때 그 노래가 노동해방간가 피디계열애들이 듣는 노래로 되있드라구요. 또, 해피투게더는 남자보컬의 울듯한 울듯한 그 감정의 떨림이 무척 조았었죠. 물론 그때 토요명화로 해피 투게더를 본 이후 들어서 느낌이 왔구 그래서 그런지 해피투게더는 저의 베스트 영화목록에 끼어있는 영화에요.
중 3때 항상 12시부터 1시까지 그거 듣고 공테잎에다 조아하는 유행하는 영화음악 모으고 때론 정은임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 그 프로 통채로 녹음해놓기도 하면서 정말 즐겁고 가슴떨리게 그 영화음악실을 대했죠. 글다가 정은임이 노조활동으로 짤리고 그 자릴 배유정이 차지했을땐 웬지 모를 배신감과 절망감 그로 인한 배유정에 대한 이유없는 짜증으로 그 프롤 라디오를 멀리하게 됐죠. 그러다 어느날 고2땐가 버스에서 시보를 들었는데 그 목소리가 완전히 정은임인거 있죠..야 그때의 그 웬지 모를 허탈함..씁쓸함은 정말....자신이 조아하고 그토록 숭배하던 이의 그 처참한 몰락을 옆에서 멀리서 지켜본다는 처절함....찝찝함은 말로 표현할 수 가없죠. 그러다 최근에 다시 정은임을 볼 수 있었는데,이번엔 라디오가 아니라 티비였죠. 목요일인가 1시 다되서 하는 무슨 책소개하는 프론데 거기서 진행을 맡고 있더라구요. 예전처럼 자신이 메인 진행자라 할 지라도 자신을 그렇게 드러내지 않고 게스트의 입장을 최대한 받아들이며 그러면서도 목소리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고 마는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조았죠. 정말 100프로 조은 건 아니구요...
그녀도 이젠 헐리웃의 왕년의 여배우처럼 서서히 잊혀져 가겠쬬. 비오는 날 그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우리를 설레게한 빗소리들도 결국엔 도시의 지하수로,수채구멍으로 흘러가 버리듯이 말에요. 비비안 리, 쥬디 갈란드,잉그리드 버그만, 수잔 헤이워드,엘리자베스 테일러,마릴린 먼로,캐서린 햅번,로렌 바콜처럼.
93,4,5년 그때 남한의 모든 영화광들이 듣고 흥분하며 열광과 찬사를 아끼지 않던 그녀도 그녀의 목소리도 방송국의 힘의 관계에 의해 새로운 세태로 인해 점점 퇴물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거겠죠
비오는 날 봄비가 내리는 이 밤 이 도시에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로 소개되는 영화음악을 다시 듣는다면....
그건 황무지같은 제 가슴에 다시 첫 사랑의 떨림이 찾아올것 같은 흥분되고 가슴설레는 .....정말 어려운 일이겠죠
오늘 저희 가게 와주신 강숙희님 어형종님 준호형님 정말 고마웠구요.
아직까지 저희가게에 안들른 드루피....생일 축하한대도 안오네
말 누나 그때 찌라시 붙여줘서 너무 고마우니까 한번 들러주세요
제 치부책에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빨리빨리 오셔서 치부책에서 살생부로 넘어가는 걸 막도록 하세요.
오늘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의 마지막 곡은 음 음 영화음악은 아니지만 미스터 빅의 와일드 월드로 하죠....
바깥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여자친구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가득찬 60년대 히피냄새가 물씬 풍기는 걸로 말에요
모두들 이 거친 세상에 몸조심 마음 조심하시고 자존심을 버리지 말기를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영화일기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