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의 탄천이 또 넘치고 있다.
그제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 일요일, 전날밤부터 쏟아지던 비가
아침엔 앞이 안보이는 폭우로 돌변하자
금새 금새 물이 불어 고수부지 잔디위에 심어진 나무가 머리만 남고
인도용 다리도 안보이더니 급기야 차량용 다리의 교각마저 잠겨 안보인다.
걱정되어 몇분 간격으로 내다보았다.
전화가 온다. 이런날 누구람~
아들이다. 얘는 아주 급한 용무가 있지 않으면 연락이 없는 사람이다.
"ㅇ ㅇ 영수증이 필요해요." "내일 다니러 갈게요~" 등등..
"탄천이 넘쳤다면서요?.....
.......성당도 가지 마시고 꼼짝말고 집에 계세요.."
무슨 뉴스에 나왔대나?? 아이고, 황공해라~~~
그래서 나도 며느리 안부까지 묻고(지난주에 사랑니를 뺏다.)ㅎ ㅎ
"누구 전화야?" 묻던 남편
좋아서 입 한쪽이 슬며시 올라간다.(아이구 속도 없지..)
오후가 되어 물이 좀 빠지자, 이 할배 산책간다 나가더니
길잃고 헤매는 붕어 두마리를 담아왔다.
(외손녀가 요즘 붕어땜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자꾸 죽는다나?)
난, 큰 어항을 새로 사고 산소 발생기도 사고..(꼬맹이 입이 째진다.)
탄천 출생 붕어도 같이 키우라 했지만 막무가내,,
"할아버지, 다시는 불쌍한 붕어 잡아오지 마세요..."
결국, 할아버지의 선물은 고향으로 방생되었지요ㅎ ㅎ
오~~ 다행이다~~
지금 나가보니 탄천물이 좀 내려갔다.
지난 일요일에 방황하던 오리가족 또 어디로 피난갔을까??
탄천 한가운데 풀섬에서 태어난 오리새끼들이 무사하려나~~
어제 수습중이던 산책길, 잔디, 운동장 등등,, 하루만에
다시 넘실대는 진흙탕물 속에서 더 큰 상처를 입을 것 같다.
아들이 또 전화를 했다. 걱정이래나??
얘가 웬일이랴?? 갑자기 철들었나??
"오진 않고 왜 전화만 한대?" 난, 속으로 구시렁 구시렁
(이 냥반, 점점 기고 만장이시네 ~
요정도로 고맙다 하고 넘어가슈~
지난주에 왔구 담주에도 또 올텐데유.. 사위 생일이걸랑유~)
첫댓글 강변 또는 천변에 사는 사람들은 특권층! 절경을 독점하였으므로. 이주 초기 나는 안양천을 한강으로 오해, 강변을 따라 동진하다보면 한강 다리가 나오리라는 확신에 "묻지마"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가도 가도 다리는 안보이고 도로 표지판을 비로소 눈여겨 보니 "광명"! 자동차 전용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행선 방향을 몰라 쩔쩔 매는데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득달같이 접근! "제주 면허요. 길을 몰라 헤매는 중이오." 경관은 사법처리와 대민봉사의 상반된 임무에서 고민. 나는 "참전유공자증"을 꺼내보였다.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사람이오. 어서 길이나 안내하시오." 경관은 경례를 붙이며 "저희 차만 따라 오십시오!"
참전 유공자라...이런 때 에 잘 먹혀 들어가겠고...다른 혜택도 많을것 같어..ㅎㅎ
비는 많이 왔어도 별 피해 없어 다행이시고...행복한 큰 가정 일기장 보는 기분입니다..
탄천이 어딘지 감이 안가지만 신사공 말대로 좋은 동네일듯. 물피해 입지 않으셔 다행입니다.
아니, 서울 토박이가 탄천을 모르다니! 아하, 그렇구나. 6,70년대까지는 경기도 변두리의 한촌이었을 터이므로. 60년대까지 소로 쟁기를 끌리던 농촌 '말죽거리'가 지금은 서울의 서울, 노른자위 강남의 양재동으로 변신했으니 나나 남이나 3,40년만이라면 상전벽해, 분당 등 신 시가지는 그야말로 신세계! 탄천,안양천, 중랑천, 청계천 등등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내로 변모했는지 그대는 당연히 모를 터!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한강변의 산책겸 자전거 도로를 따라 동진해보시라! 물반 고기반 새반의 절경은 "그대의 넋을 잠시 꺼내어 보관해드리겠노라"고 정중하게 제의할 터인즉 너무 오래는 사양하지 마시라! 다리가 뻐근해질 때쯤 탄천 하구에 다다르면 교각에는 "탄사모", "탄천 조깅 클럽" "탄천 마라톤 동호회" 등등, 가입을 유혹하는 포스터들이 수줍어 얼굴을 가리며 붙어있다. 천변을 따라 서너시간쯤 걸으면 Juli의 분당에 이를 터! 잘 보전된 수생 식물들, 맑은 물,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운동시설들, 산책 또는 조깅하며 서로 주고 받는 미소며 다정한 인삿말 등! 어찌 탄천을, 한강을, 서울을,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탄사모'가 뭔지를 아실까? "탄천을 사랑하는 모임'이라오!
Juli! 그대는 지상, 아니, 서울의 천국에 산다고 너무 뻐기며 다니지만 말고 우리 같은 무지렁이도 한번쯤 굽어 살피시라. 방법은? 탄천을 산책하다가 지쳐 주저 앉았을 때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다 주면 만사형통! 나의 초등학교 시절, 피란 온 서울 여학생은 선녀, 나는 나뭇꾼, 질려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서울 여학생에다 선녀에다 절세미인이 커피까지 하사한다면 나는 까무러칠지도!
신사양반,, 무지렁이는 신사가 아니시고 <저>랍니다. 어쩌나.. 죄송해서~ 탄천엔 자판기가 없답니다. 시간 장소 예약해 주시면 커피내려들고 물가로 내려가지요ㅎ ㅎ 탄천에서 번개팅 한번 해 볼까요?? 분당파 여러분~~ 다~아~ 모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