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베들레헴의 마리얌
아랍소녀 마리얌, 무슬림 거주지인 베들레헴과 나자렛에 갈멜수도원 창설을 진두지휘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의 마리아 수녀'
1983년 11월 1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 2015년 5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다.
아랍인의 딸, 베들레헴의 마리얌 성녀는 갈릴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레바논, 시리아 출신의 아랍권 출신의 부모는 갈릴리 호수 근처에서 살며 그리스 정교회 소속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살았다. 12명의 아들이 하나씩 죽게 되자, 이들은 베들레헴으로 성지순례를 가서 성모님께 여자아이를 달라고 기도하고나서 마리얌을 얻게 된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임신전에 부부가 함께 하는 기도는 아이에게 엄청난 축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마리얌은 모태에 잉태되기 전부터 성모님께 봉헌되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특별한 축복을 받았다.
마리얌은 3세 때 부모를 여의고 삼촌 집으로 입양을 갔다. 12세 때 삼촌이 중매 결혼을 강요했으나 예수님이 아닌 누구에게도 결단코 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마리얌은 머리를 삭발하여, 결혼이 무산되었다. 격노한 삼촌은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린뒤 노예들에게 심하게 대하라고 명령했다. 수개월 동안 부엌이나 정원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게 했지만 마리얌은 이 모든 핍박과 모욕에 대해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했다. (앞부분 요약)
무슬림에게 마리얌의 목이 잘리다.
12세가 된 마리얌은 세 살 때 헤어진 남동생 폴을 마음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폴은 나자렛 인근에서 살고 있었다. 어떤 무슬림 남자가 나자렛으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동생 폴에게 전달할 편지를 맡기러 그 남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편지를 전달한 후, 알렉산드리아 근처에 살고 있던 그 무슬림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자, 그들은 마리얌에게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자고 가세요."라며 그 지방의 전통에 따라 손님 접대를 위한 초대했다. 알다시피 중동에서는 상대방의 초대를 거절하는 것은 큰 실례가 된다. 게다가 날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마리얌은 할 수 없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결혼을 거절한 후, 과중한 노동에다 심한 폭행을 당해 왔기 때문에 그녀의 몸에는 폭행의 흔적이 역력했다. 저녁 식사 중에 그 무슬림 남자가 마리얌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겠지! 그 사람들은 사악해! 너는 그리스도교를 버리고 이슬람교를 믿어야 돼!” 그러나 마리얌은 “아니에요! 저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꼭 지킬 거예요! 저는 가톨릭 신자이고 죽더라도 제 신앙을 지키겠어요! 가톨릭만이 단 하나뿐인 진리예요!”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다른 종교를 가진 데다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리얌이 개종을 강하게 거부하자, 격하게 분노한 그는 발로 그녀를 심하게 걷어찼다. 어린 소녀는 흉곽에 골절상을 입고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그가 초승달 모양의 이슬람 칼을 들고 와 그녀의 목을 잘라 버렸다. 그 부부는 광기 어린 살인자들이 하는 것처럼 밤의 어둠을 이용해 목이 잘린 마리얌을 치워 버리기로 결정했다. 마리얌은 먼 곳에 있는 자연 동굴에 버려졌다. 그들은 그녀를 버리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1858년 9월 7일 혹은 9월 8일 밤이었다.
마리얌의 잘려진 목을 어떤 여인이 봉합하다.
죽임을 당한 후, 동굴에 버려진 어린 마리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녀는 가톨릭에서 이슬람교로 개종을 거부한 이유로 무슬림으로부터 순교를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마리얌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했고 신앙 때문에 목이 잘려 순교의 피를 흘렸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 주님께 대한 사랑에 불타올라 신앙을 지키기 위한 순교의 은총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예수님을 위해 순교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주님은 몇 년을 기다리게 하셨지만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목이 잘린 마리얌은 알렉산드리아 외곽에 있는 작고 지저분한 동굴의 어둠 속에 버려졌다. 그녀는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까? 그러나 마리얌의 생애는 동굴에서 끝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매우 신비로운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슬림에 의해 목이 잘린 지 여러 해가 지난 후, 그녀가 영적 지도자인 에스트리트 신부에게 말했다. 목이 잘린 채 동굴 속에 버려진 그녀는 천국으로 올라갔고 거기에서 하느님을 뵈었고 복된 삼위일체의 환시를 보았다. 예수 그리스도도 뵈었다. 하느님의 보좌도 보았다. 또한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찬란하게 빛나는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하느님의 보좌 곁에 서 계신 것도 보았다. 하느님의 천사들도 보고 성인들도 보았다. 상상조차 불가능한 장엄광대한 천국을 본 그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그녀가 흔히 탈혼 상태(ecstasy)라고 부르는 이런 지복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와서 말했다.
“마리얌, 너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너는 지상으로 돌아가야 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그녀는 목이 잘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천국에서 어두운 동굴로 되돌아온 것을 마리얌이 알아차리자마자, 어떤 여인이 다가왔다. 여인이 입은 옷은 수녀복과 아주 비슷했다. 그 옷은 아름다운 푸른색이었다. 여인은 마리얌을 온화하게 보살펴 주었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 그 여인은 마리얌의 잘려진 목을 봉합하기 시작했고 봉합이 끝나자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붕대로 싸매 주었다. 여인은 말이 없었고 매일 마리얌을 찾아와 능숙한 간호사처럼 돌봐 주었다.
마리얌이 인생 최고의 수프를 맛보다.
동굴에서 여인의 간호를 받으면서, 그 신비스러운 수녀와 마리얌 사이에는 깊은 사랑이 싹텄다. 수녀의 간호를 받던 어느 날, 마리얌은 자신의 체력이 돌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여인은 마리얌이 난생처음 먹어 보는 아주 맛있고 특별한 수프를 가져다주었다. 마리얌이 회고하기를, “수프이긴 한데 보통 수프가 아니었어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너무나 맛있고 특별한 수프였습니다.”
마리얌은 수프를 아주 달게 먹고 나서 더 달라고 청했다. 아이들이 맛있는 음식을 욕심내듯 “더 주세요!" 하고 졸랐다.
그러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여인이 처음으로 마리얌에게 말했다. “마리얌, 안돼요! 그 정도로도 충분해요!” 여인은 마리얌에게 수프를 조금도 더 주려고 하지 않았다. 여인은 맛있는 수프를 통해 마리얌이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되는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들을 통해 이 신비로운 수녀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복되신 동정 마리아'였다.
성모님께서 마리얌에게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시다.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동굴에 버려진 어린 마리얌을 방문하신 것이다. 성모님께서 마리얌에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다.
“마리얌, 이 말을 잘 기억해야 한단다. 자신이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말고 항상 ‘그것으로 충분해요!'라고 말하거라.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성모님께서는 마리얌이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알려 주시면서,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좋으신 주님께서는 네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안배해 주실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또 성모님께서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손으로부터 온 것이므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삶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감사드려야 한다고 하셨다.
성모님의 가르침은 마리얌에게 분명하게 각인되었다.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그녀가 늘 행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으며 수도 생활의 기본 지침이 되었다. 수년 후, 또 다른 가르멜 수녀인 소화 데레사 성녀는 “지상에서의 진정한 행복은 언제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데에 있습니다."라는 말로 성모님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재차 전한다.
시편 23장 말씀,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마리얌에게 이 말씀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쉬운 것이 없었다. 성모님의 가르침을 받은 이후, 전 생애를 통해 그녀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성모님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르기로 한 그녀의 선택은 그녀를 항상 행복으로 이끌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녀는 걱정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도 전에 그녀는 하느님의 손에 감사의 입맞춤을 드렸다.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그녀의 눈에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대로 잘 되어 가고 있었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는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그녀는 모든 상황과 최악으로 보이는 상황일 때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놓치지 않았다. 마리얌의 선택은 올바르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행복이 우리를 찾아오게 하려면 마리얌과 같은 선택을 하면 된다.
프랑스의 위대한 신비가인 마르뜨 로뱅(1902-1981)은, “모든 일이, 비록 하느님께서 원치 않으셨던 일조차도 하느님의 뜻대로 실현되어 갈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저는 오직 침묵 가운데 기도하고 하느님께 경배드릴 뿐입니다."라고 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이 아닌 나쁜 일, 예를 들면 죄가 저질러져도 그 죄악으로부터 선을 이끌어 내실 만큼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당신의 피조물이 저지른 악을 선으로 바꾸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가 저지른 악을 우리의 더 큰 선을 위해 사용하신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했을 때, 그 죄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 그러나 성부께서는 베드로의 죄를 선용하셨다. 베드로의 죄를 베드로의 유익을 위해서 사용하신 것이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자신에 대해 충격을 받은 베드로 사도는 이 사건을 통해 겸손을 배웠고 예수님께서 남기신 사도들과 양 떼를 돌보는 더 큰 사랑에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게 되었다.
마리얌이 항상 만족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다.
마리얌은 어떤 유혹이나 자신의 자아로 인해 무너지지 않았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우리는 불평을 늘어놓는 데 바로 그 불평이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나면, “남편이 달라졌으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병이 나지 않았다면, 내 유산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말한다.
악마의 장난인 줄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우리가 불평과 불만과 한탄으로 그와 장단을 제대로 맞추는 바람에 하느님께로 나아가던 길은 그만 뚝 끊어지고 만다. 불평으로 말하자면 악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불평의 왕자인 그는 좌절의 구렁덩이를 향해 자진해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악마는 잘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상황을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그는 만족할 줄 모르고 항상 불평을 하고 반란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마리얌은 정반대였다. 성모님께서 직접 그녀에게 분명하게 조언해 주셨다.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성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만족할 줄 아는 어린 마리얌에게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기쁨을 찾으셨고 그런 마리얌을 통해 당신이 원하시는 모든 것을 이루셨다.
주님께서 다윗 왕에 대해, “내가 이사이의 아들 다윗을 찾아냈으니, 그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나의 뜻을 모두 실천할 것이다."(사도 13, 22)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이 예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내 모든 뜻을 이루었다(He has done all my will)."라고 과거형으로 말씀하지 않으시고, “그는 할 것이다(He will do)."라고 미래형으로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다윗이 신실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믿으셨고 다윗은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철저히 복종했다.
- 성녀 베들레헴의 마리얌 / 지은이 엠마누엘 멜라르 수녀/ 기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