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국가간 합의를 깨게 되면 분노와 전쟁으로 충돌하기 마련이다. 고구려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백제와 신라의 100년간 나제동맹을 한강을 치지한 진흥왕이 파기하자, 이에 분노한 백제 성왕은 신라에 대한 보복전쟁을 벌이다 사망하여 백제의 신라에 대한 증오는 높아만 갔고,무왕.의자왕시기에 절정에 이른다.
백제의 맹공에 위기에 몰린 신라는 당나라 연호.관제까지 사용하며 적극 사대외교를 펼치게 된다.고구려.백제.신라가 단군한국의 경천애인사상에서 나온 중국 유교사상을 수용하면서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실하고 점점 소중화되어 갔다. 신라의 소중화사대외교노선은 이후 고려.조선으로 이어지면서 망국 조선의 근원이 되었다.
[삼국사기/신라본기]제28대 진덕왕(眞德王 647~654 재위기간 7년)
冬使邯帙許朝唐(동사감질허조당) : 겨울, 감질허를 당 나라에 보내 조회하도록 하였다.
太宗勑御使問(태종래어사문) : 태종이 어사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묻게 하였다.
新羅臣事大朝何以別稱年號(신라신사대조하이별칭년호) : "신라가 신하의 자격으로 대국을 섬기면서 어찌하여 당과 다른 연호를 사용하는가?"
帙許言曾是天朝未頒正朔(질허언증시천조미반정삭) : 질허는 "일찌기 대국 조정에서 정삭(正朔)을 반포하지 않았으므로,
是故先祖法興王以來(시고선조법흥왕이래) : 선조 법흥왕 이래
私有紀年(사유기년) : 우리 나름대로의 연호를 사용한 것이다.
若大朝有命(약대조유명) : 만약 대국 조정의 명령이 있었다면,
小國又何敢焉(소국우하감언) : 우리 나라가 어찌 감히 다른 연호를 사용하였겠습니까?"라고 말했다.
太宗然之(태종연지) : 태종이 이를 수긍하였다.
遣伊湌金春秋及其子文王朝唐(견이찬김춘추급기자문왕조당) : 이찬 김 춘추와 그의 아들 문왕을 당 나라에 파견하여 조회케 하였다.
太宗遣光祿卿柳亨(태종견광록경류형) : 태종은 광록경 유형을 교외까지 내보내 맞이하면서
郊勞之(교노지) : 그들을 위로하였다.
旣至(기지) : 그들이 도착하자
見春秋儀表英偉(견춘추의표영위) : 태종이 춘추의 풍모가 영특하며 늠늠한 것을 보고
厚待之(후대지) : 후하게 대우하였다.
春秋請詣國學(춘추청예국학) : 춘추는 국학에 가서
觀釋奠及講論(관석전급강론) : 석전과 강론을 참관하기를 요청하였다.
太宗許之(태종허지) : 태종이 이를 허락하고,
仍賜御製溫湯及晉祠碑幷新撰晉書(잉사어제온탕급진사비병신찬진서) : 당의 황제가 지은 온탕 및 진사비의 비문과 새로 지은 <진서>를 주었다.
嘗召燕見(상소연견) : 태종이 하루는 춘추를 연회에 불러
賜以金帛尤厚(사이금백우후) : 황금과 비단을 더욱 후하게 주면서
問曰(문왈) : 물었다
卿有所懷乎(경유소회호) : "그대에게 무슨 소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春秋跪奏曰(춘추궤주왈) : 춘추가 무릎을 꿇고
臣之本國(신지본국) : "신의 나라가
僻在海隅(벽재해우) : 멀리 바다 한 구석에 있어,
伏事天朝(복사천조) : 대국을 섬긴 지
積有歲年(적유세년) :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而百濟强猾(이백제강활) : 그러나 백제가 강성하고 교활하여
屢肆侵凌(루사침릉) : 침략을 일삼아 왔습니다.
况往年大擧深入(황왕년대거심입) : 더구나 지난 해에는 대군을 거느리고 대대적으로 침입하여
攻陷數十城(공함수십성) : 수십개의 성을 점령하여,
以塞朝宗之路(이색조종지로) : 대국에 입조할 길을 막았습니다.
若陛下不借天兵翦除凶惡(약폐하불차천병전제흉악) : 만약 폐하께서 군사를 보내 그 흉악한 무리들을 없애지 않는다면,
則敝邑人民盡爲所虜(칙폐읍인민진위소로) : 우리 나라 백성은 모두 포로가 될 것이며,
則梯航述職無復望矣(칙제항술직무복망의) : 육로와 수로를 거쳐 술직하는 일도 다시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太宗深然之(태종심연지) : 태종이 크게 동감하고
許以出師(허이출사) : 군사의 파견을 승락하였다.
春秋又請改其章服(춘추우청개기장복) : 춘추는 또한 관리들의 휘장과 복식을 바꾸어
以從中華制(이종중화제) : 중국의 제도를 따르겠다고 청했다.
於是(어시) : 이에
內出珍服(내출진복) : 태종은 내전으로 하여금 .
賜春秋及其從者(사춘추급기종자) : 진귀한 의복을 춘추와 수행원들에게 하사하였다
詔授春秋爲特進(조수춘추위특진) : 태종은 조칙을 내려 춘추를 특진에,
文王爲左武衛將軍(문왕위좌무위장군) : 문왕을 좌무위장군에 제수하였다.
還國詔令三品已上燕餞之(환국조령삼품이상연전지) : 춘추가 귀국할 때, 태종이 3품 이상의 관리들을 모아 연회를 베풀고 그들과 전별하였다.
優禮甚備(우례심비) : 태종이 그들을 우대하는 예절이 이와 같이 극진하였다.
春秋奏曰(춘추주왈) : 춘추는 황제에게
臣有七子(신유칠자) : "저의 자식이 일곱입니다.
願使不離聖明宿衛(원사불리성명숙위) : 원컨대 그 중의 하나인 문왕으로 하여금 성상의 곁을 떠나지 않는 숙위가 되게 하여 주소서!"라고 말하였다.
乃命其子文注與大監□□(내명기자문주여대감□□) : 태종은 곧 그의 아들 문왕과 대감 (원문 2자 결자)에게 숙위를 명하였다.
春秋還至海上(춘추환지해상) : 춘추가 귀국하는 도중에 바다에서
遇高句麗邏兵(우고구려나병) : 고구려의 순라병을 만났다.
春秋從者溫君解(춘추종자온군해) : 이렇게 되자 춘추의 시종인 온 군해가
高冠大衣坐於船上(고관대의좌어선상) : 큰 모자를 쓰고 대의를 입고 배 위에 앉아 있었다.
邏兵見以爲春秋(라병견이위춘추) : 순라병은 그를 춘추로 알고
捉殺之(착살지) : 잡아 죽였다.
春秋乘小船至國(춘추승소선지국) : 춘추는 작은 배를 타고 신라로 돌아왔다.
王聞之(왕문지) : 왕이 이 소식을 듣고
嗟痛(차통) : 슬퍼하며
追贈君解爲大阿湌(추증군해위대아찬) : 군해에게 대아찬을 추증하고,
優賞其子孫(우상기자손) : 그의 자손들에게 상을 후하게 주었다.
三年春正月(삼년춘정월) : 3년, 봄 정월에
始服中朝衣冠(시복중조의관) : 처음으로 중국의 의관을 착용하였다.
王織錦作五言大平頌(왕직금작오언대평송) : 왕은 비단에 5언시 태평송을 써서,
遣春秋子法敏以獻唐皇帝(견춘추자법민이헌당황제) : 이를 춘추의 아들 법민으로 하여금 당 나라 황제에게 바치도록 하였다.
其辭曰(기사왈) : 그 글은 다음과 같다.
大唐開洪業(대당개홍업) : 위대한 당 나라 왕업을 열었으니
巍巍皇猷昌(외외황유창) : 높고 높은 황제의 앞 길 번창하여라.
止戈戎衣定(지과융의정) : 전쟁을 끝내 천하를 평정하고
修文繼百王(수문계백왕) : 학문을 닦아 백대에 이어지리라.
統天崇雨施(통천숭우시) : 하늘의 뜻 받드니 은혜의 비 내리고
理物體含章(리물체함장) : 땅의 만물 다스려 빛나는 이치 얻었네.
深仁諧日月(심인해일월) : 어질음 깊고 깊어 일월과 어울리고,
撫運邁時康(무운매시강) : 시운도 따라오니 언제나 태평하네.
幡旗何赫赫(번기하혁혁) : 큰 깃발 작은 깃발 저리도 빛나며,
鉦鼓何鍠鍠(정고하굉굉) : 징소리 북소리 어찌 저리 쟁쟁한가?
外夷違命者(외이위명자) : 외방의 오랑캐 황제 명령 거역하면,
剪覆被天殃(전복피천앙) : 하늘의 재앙으로 멸망하리라.
淳風凝幽顯(순풍응유현) : 시골이나 도시에나 풍속이 순박하고,
遐邇競呈祥(하이경정상) : 멀리서 가까이서 좋은 일 다투어 일어나네.
四時和玉燭(사시화옥촉) : 빛나고 밝은 조화 사계절과 어울리고,
七曜巡萬方(칠요순만방) : 해와 달과 오성이 만방을 도는구나.
維嶽降宰輔(유악항재보) : 산신의 뜻으로 재상이 보필하고,
維帝任忠良(유제임충량) : 황제는 충신 인재를 믿으시니,
五三成一德(오삼성일덕) : 삼황과 오제의 덕이 하나가 되어
昭我唐家皇(소아당가황) : 우리 당 나라를 밝게 비추리로다.
高宗嘉焉(고종가언) : 고종이 이 글을 아름답게 여기고,
拜法敏爲大府卿以還(배법민위대부경이환) : 법민에게 대부경을 제수하여 돌려 보냈다.
是歲(시세) : 이 해에
始行中國氷徽年號(시행중국빙휘년호) : 처음으로 중국의 연호인 영휘를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