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사모의 쉽지 않는 선택 소식을 접하며~~~
철학자이자 교육자와 수필가로 졸수(90)를 3년 더 살다 별세하신 안병욱 교수님이 남긴 인생론의 일부 중에는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자기의 길을 가는 인생의 나그네다.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이 가는 길은 인도요, /자동차가 가는 길은 차도요,/ 배가 가는 길은 뱃길이요, 바닷길이다.(중략)
옳은 길을 가되 우리는 적절한 속도, 적절한 걸음걸이로 가야 한다./
힘차고 당당하게 걷는/ 걸음을 활보라고 한다.
광명정대의 정신을 가지고/ 인생을 바로 사는 사람만이
정정당당한 자세로 태연자약하게 인생의 정도와 대로를 힘차게 걸을 수 있다.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이다...>
한 세상 살면서 자신만의 길을 정도와 대로로 힘차게 걸어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부끄럽지 않는 생애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야 하는 목회자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인생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는 길입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의 삶이 오십보 백보이겠지만, 소명으로 작은 교회를 섬기며 살아가는 이들은 숙명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도 그 길을 부부가 함께 걸어갈 때에는 그런대로 짐을 나눠질 동반자가 있지만, 가정의 울타리 역할을 하던 가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그야말로 벗어나기 어려운 충격일 것입니다.
지난 23년 11월 초, 본 교회 전임 목회자였던 분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하며
남은 유가족들을 위한 사랑의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호소했었습니다.
당시 몇몇분들의 귀한 사랑과 섬김으로 약 130여 만원 가량을 흘러 보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후 분주한 일상을 보내며 홀로 된 사모님과 소식을 주고 받을 생각이나 여력없이 지내왔습니다. 3월의 첫 주말도 땅거미가 내려앉으려는 시간에 한통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바로 전임 목회자의 부인인 홀 사모로부터 온 근황입니다.
<목사님 평안하시죠~
부족한 저에게 선교비와 중보기도로 여러가지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려요. 좀더 일찍 인사드리지못해 죄송해요. 이번에 제가 한일장신대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이 또한 주님께서 훈련시키시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신학과에 지원하게 됐어요.
생각나실때 부족한 저를위해 기도해주세요~ 이사도 00 지역으로 해서 이젠 조금 정리되였구요. 목사님께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감사드려요^~^>
카톡을 확인한 순간부터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뻔한 형편의 작은 교회 목회자 사모가 홀로 넘어야 할 산들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점에서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잠시 통화를 하면서 질문과 함께 격려를 전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해결된다는 소식입니다.
한일장신대는 전주에 있기에 현재 사는 곳에서 통학을 할 예정이라 합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캠퍼스로 등,하교를 해야 할 것입니다.
부군 목사님이 투병할 때부터 쉽지 않는 인생길을 걸어오셨기에 굳건하고도 씩씩하게 잘 이겨 내시리라 믿습니다.
나아가 부군이 걸었던 사역자의 길을 걷기 위해 걸음마를 떼려는 홀 사모의 쉽지 않는 선택과 도전을 위해 여러분들의 기도와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 이 글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혹시라도 홀 사모님의 학업에 필요한 부대 비용 마련에 십시일반으로 헌금해 주실 분은 010-5532-5935(이도형 목사)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뻔뻔하고도 염치없는 소식을 전하는 저의 마음도 불편하면서도 송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