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풍수지리에 익숙하여 곧잘 명당을 논하면서 좌청룡 우백호라고 한다. 명당은 아주 좋은 묏자리나 집터를 말한다. 복권을 파는 곳도 명당이 있다고 할 만큼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곳을 좋은 자리라 말하기도 한다. 청룡은 주산에서 갈린 왼쪽의 줄기다. 동서남북 사방신 중 하나인 동쪽 방위를 맡은 태세신으로 용을 상징한다면 백호는 오른쪽으로 뻗은 산줄기로 서쪽 방위를 맡은 태백신을 말한다. 주작은 남쪽 방위를 맡은 신령으로 붉은 봉황을 형상화하고 현무는 북쪽 방위의 물기운을 맡은 태음신을 상징한 상상의 짐승이다. 이처럼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사방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주작산을 오른다. 덕룡 능선과 주작 능선으로 이어진 10km 암릉이 마치 붉은 봉황의 양쪽 날개처럼 남쪽 바다를 향해 비상하려는 모습이지 싶다. 건너편에는 주작이 꿈틀꿈틀 날개가 돋아나고 있다. 그만큼 주위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처음부터 돌산으로 때로는 좋은 전망대에서 기기묘묘한 모습에 넋 놓고, 때로는 아주 험난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수차례 봉우리를 오르는 듯 내려가고 내려가는 듯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다 보면 발바닥은 말할 것도 없고 나른해진 온몸에서 아니 갈증으로 타는 입안에서까지 돌에 대한 단내가 돌 돌돌 무심코 흘러나와도 주작산에는 주작은 없었다. 뒤돌아보면 점점이 바위와 봉우리가 수석으로 감명을 준다. 바위 속에 생명이 뿌리내리고 천연덕스럽게 꽃을 피웠다. 뿌리가 바위 위를 기어 다니며 한 방울 수분을 위해 뻗어 나간다. 목숨이 없는 바위까지 감싸면서 함께하려는 자연의 너른 품을 보여주지 싶다. 바위만 놓여 밋밋함보다는 간간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푸른 숨 내쉬며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느낀다. 이 세상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소홀하게 보면서 적당히 흘려보내고 있지 싶다. 이 세상 그냥 있는 것은 없다. 오랜 세월 걸러내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텐데 말썽꾸러기가 끼어들어 혼란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