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겪어 그런지 시절이 하~ 수상해 그런지 간에 산에서도 남들에 대한 경계나 무관심이 만연한 요즈음, 꽃밭 개간을 하는 저에게 본체만체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가운데도 몇몇 분들과는 인사도 나누는 등 저의 일과에서 유일하고도 소중한 대인관계를 나누곤 합니다.
요즘은 나무에도 관심이 있어 몇몇 나무들을 이식하고 있는데, 고라니에게 보시한 사철나무뿐 아니라 광나무나 남천 나무 등도 추위에 얼지 않게 조심스럽게 옮기는 등...
그런 저에게 관심을 주시는 팔순의 어른 한 분이 어느 날 지나치며 이런저런 나무 이야기를 하시고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 책 한 권을 주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길래 그래도 책은 사보는 게 제맛인지라 서점에서 사볼테니 책이름이나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했건만.... 여하튼 그런 고마움을 거절하는 것 또한 결례가 될 것 같아 주소와 이름,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그런 후 어느 날 우편함에 보니 두 권의 책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우체국이나 배송업체의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옆 아파트에서 곧장 전달된 듯....
바로 <고목이 시를 짓다>와 <나무 산책>이었습니다.
사실 책에 대한 소개는 책을 다 읽은 후에 해야..... 나름은 워낙 공사다망한지라...^^
여하튼 고맙게 선물 받은 두 권이 요즘 저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익히 아는 주변의 몇몇 유명 나무들에 얽힌 사진과 이야기, 그에 따른 시 등 한동안 멀어진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우고 있습니다. 글이나 문자, 책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좋다 싶었는데, 이제 또 얽매이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없진 않지만 세상은 돌고도는지라....^^
여하튼 책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 단문들이라 이지방 저지방에 숨어 있는 명소들을 찾듯 하나씩 들춰보는 재미도 있고 나무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얻는 등....
피사체인 나무 하나를 찍기 위해 여러 계절에 수없이 찾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을 작가의 노력을 편하게 접하는 미안함도 느껴지는 등....
여하튼 오랜 공직생활 후, 사진 촬영과 시작 생활로 여전히 활동적인 팔순의 이웃 선생님의 모습을 엿보며 저 또한 20년 후에는 어떤 활동으로 삶을 살아갈까 싶기도 합니다.
어제는 이 책에 소개된 대구 근교의 몇몇 나무들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동구 숙천가의 모감주나무 군락지와 연경동 들판의 1000년 풍상을 견딘 느티나무, 그리고 공산 기슭 내동의 안정자 나무 등...
나무들이 위치한 자세한 주소 정보가 있어 찾는 어려움은 없더군요.
아쉬운 건 책에 실린 나무 사진들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선 꽃이나 단풍이 잘 들 때 종종 찾아야겠더군요.
책을 뒤척이다 보니 지난가을 부여에 갔었던 성황산의 사랑나무도 소개되어 있는 등.... 앞으로 이 책을 벗 삼아 새롭게 접할 즐거움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이렇듯 두 권의 소중한 책을 지으신 분을 이웃한 즐거움 또한 커 꽃밭 출근길이 한층 가볍습니다.^^
첫댓글 소중한 인연과 함께 좋은 책 소개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고 싶은 책 목록에 넣어 두겠습니다.^^
감히 사람의 수명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고목을 감상하는 감흥은 각별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책을 읽은 후에 찾아보는 기쁨은 더욱 크고 뜻 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 아마 작가분께서는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과 끈기, 인내의 교훈을 일깨우고픈 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위 사진들을 다시 보니 싸인한 년도가 다른데, 2년이라는 시차 차이가....요즘 저의 꽃밭 작업공간이 그분의 산책로와 달라 책을 잘 읽고 있다는 고마움을 직접 전하지 못해(몇 주간 만나지 못해) 흡사 신선이 책을 준 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ㅎㅎ
여하튼 답례로 저도 책 몇 권 드려야 할텐데, 뭘 고를까 고민하자 마눌님 왈, 라면박스에 그냥 다 넣어~~~ 라더군요.^^
멋진이웃분이 계시네요. 이렇게 멋지게 나이먹고 좋은어른이 되고 싶어요
ㅎㅎ 나이만 먹어기는데... 예 저도 좋은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동입니다
어르신작가님도 대장님도 ~~
별말씀을요.^^
말씀을 듣고 보니 사는 게, 살아가는 게 감동스러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