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창원서 열린 경남 지역 선거에서 6070유세단이 등장해 눈길 끌어
안종주(언론인)
1일 오후 3시 담쟁이 유세단 버스는 여의도를 떠나 창원을 향했다. 필자는 유세단원은 아니지만 고향 창원에서 2일 열리는 경남지역 경선을 참관하기 위해 유세단 버스에 동승했다. 빡빡한 경선 일정에 2030 유세단원들도 지쳤는지 두 다리를 죽 뻗고 어떤 이는 밀린 잠을 청하고, 어떤 이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고속도로 길 옆 방음벽에는 유세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연안부도’ ‘부산갈매기’ ‘남행열차’ 노랫소리에 맞춰 담쟁이들이 마지막 힘을 향해 힘차게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날 밤 창원 시내에서 내려 지금은 통합돼 이름이 사라진 고향 진해로 향했다. 택시에서 기사와 대선과 관련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민주당 경남 선거보다는 광주·전남 지역 선거에 관심을 더 보였다. “이번 민주당 선거는 광주·전남에서 판가름 난다 카데예. 그쪽 선거인단이 제일 많다 카던데.” 그는 민주당 선거의 분수령을 잘 알고 있었다.
고향 어머니와 함께 하룻밤을 묵은 뒤 아침 일찍 고향 바다를 한 시간가량 거닐고 창원 선거 현장으로 향했다. 담쟁이 유세단은 낮 12시가 되기 전부터 대열을 갖춰 열심히 율동도 맞춰보고 응원가도 불렀다. 20~30분 뒤에는 손학규, 정세균 후보 쪽 2030 유세단도 대의원들과 후보를 맞을 채비에 바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경남도지사를 지내 사실상 이곳이 텃밭인 김두관 후보 쪽 유세단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한참 들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에야 버스에서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내리더니 노란 셔츠와 모자로 현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20여명이 대오를 갖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다른 진영에서는 모두 2030 유세단인데 김 후보 쪽은 6070 유세단이 등장한 것이었다. 그것도 행사 시작 직전에서야. 담쟁이 유세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 보는 풍경이란다. 노인유세단은 모두 남해군에서 온 어르신들이란 말을 들었으나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다. 왜 갑자기 계속 보이던 청년들이 이날따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매우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이를 두고 이런 저런 분석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를 여기서 그대로 옮기기는 좀 그렇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결코 쓰지 않는 기자 출신의 직업병 탓이다. 하기야 요즘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가지고 대문짝만하게 대선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도 있지만 말이다.
유세장 입구에는 민원을 가지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도 몇몇 눈에 띄었다. 한국항공산업노조는 체육관 안 입구에 ‘MB 정권 민영화, 항공산업 살려주세요.’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시위성 홍보를 벌이고 있었다. 노조 간부에게 민영화에 대해 물어보니 “지난 4년간 무려 2,7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대한항공의 한진그룹에 넘기려 해 이를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섰다”고 말한다.
오후 2시 행사가 시작되고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열린 경선에서처럼 임채정 당 선관위원장의 인사말이 시작되자 김두관, 손학규 후보 쪽 지지자들의 시끄러운 야유가 쏟아졌다. 또 다른 한쪽, 즉 문재인 후보 쪽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큰 소리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은 이해찬 당 대표 대신에 박지원 원내 대표가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임 위원장 인사말 때처럼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쏟아졌다.
문재인 후보는 정세균, 손학규 후보에 이어 3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렇게 되자 일부 상대방 진영에서는 심지어 ‘정체불명의 모바일 세력’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선거 자체에 흠집을 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일침을 놓았다. 모바일 투표에 등록해준 1백만 명이 넘는, 정말 민주당으로서는 고마운 국민들이 정체불명의 세력들이냐고. 그리고 경선이 끝나면 후보들이 서로 힘을 보태 민주당을 함께 쇄신해 나가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친노’라는 가치를 넘어선 정치적 계파는 결코 만들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도 보탰다.
문 후보를 포함해 후보들은 한 결 같이 경남, 특히 마산(지금의 창원)을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3.15부정선거 항쟁과 박정희 유신독재를 끝장내게 만든 부마항쟁의 진원지로, 민주화의 성지로 추켜세웠다. 정세균 후보는 유일한 호남후보인 자신을 경남에서 밀어달라는 간곡한 호소를 했다. 고향 전북에서 2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 그는 이날 선거에서 2%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아무리 지역 연고가 없다고는 하지만 1.64%라는 지지율은 좀 너무했다는 생각에 나조차 괜히 민망해졌다.
모든 것이 끝난 뒤 그동안 문 후보를 위해 온 몸으로 뛴 선거운동 책임자들은 1%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1위를 빼앗기지 않자 그래도 도지사를 지낸 김두관 후보의 체면을 도민들이 살려주었다는 말로 위안했다. 이들의 관심은 벌써 광주·전남 지역 선거를 향해 달라가고 있었다. 최대 승부처가 될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 광주·전남의 선택은 6일 오후 5시, 시간만이 알고 있다.
출처/ http://www.moonjaein.com/with/194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