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봉 1.3억’ 네카오 인기 취업시장서 시들… 플랫폼 규제·챗GPT 확산에 개발자 입지 위태
삼성전자, 작년부터 취업 선호기업 1위 자리 탈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 경영 환경 불확실
네이버·카카오 근속연수 짧은 편
경영 악화 카카오는 구조조정 단행
5년 뒤 개발자 사라질 정도의 변화 전망도
네이버가 예비 개발자 육성을 위해 진행한 '네이버 캠퍼스 핵데이' 모습./네이버 제공
’평균 연봉 1억3000만원대’를 자랑하는 네이버와 카카오(51,700원 ▼ 800 -1.52%)의 인기가 취업시장에서 시들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선호하는 회사의 첫음을 따서 만든 신조어인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당근마켓·토스)’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꿈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영향으로 개발자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 1위 자리 뺏기고… 네이버, 5위까지 하락
19일 취업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기가 지난해부터 하락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매년 국내 4년제 대학 재학생을 상대로 취업 선호 기업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6년 조사까지만 하더라도 순위권에 없었다. 그러다 2017년 각각 5위, 1위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2021년까지 매년 번갈아 1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손민균
이 시기 네이버와 카카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성장가도를 달렸다. 카카오의 그룹 단위 시가총액 순위는 5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가 7년 만에 1위 자리를 카카오로부터 탈환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위, 3위로 밀려났다. 올해 진행된 조사에서도 삼성전자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네이버는 5위까지 하락했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규제에 주춤
이런 배경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고, 미래 비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직원의 극단적 선택으로 불거진 조직문화 문제와 플랫폼 갑질 논란, 카카오는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부와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합산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25조원 넘게 감소했다.
산업 특성상 고용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른 대기업(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11.1년)들과 비교해 근속연수가 짧다. 지난해 네이버의 평균 근속연수는 5.7년이고 카카오는 4.9년에 그쳤다. 네이버(5.8년)와 카카오(5.3년) 모두 재작년보다 근속연수가 단축됐다.
최근 카카오는 수익 지표가 악화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계열사들이 10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조직 슬림화 및 인력 감축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 경영난·생성형 AI 등장에 개발자들 ‘긴장’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기간 상시 재택근무를 내세운 야놀자는 실적 둔화에 이달부터 사무실출근제를 도입했다. 당근마켓도 올해부터 기존의 전면 재택근무에서 주 3회 사무실 출근으로 제도를 바꿨다.
코로나19 기간 호황기를 맞았던 게임사들도 앞다퉈 단행한 연봉 인상과 채용 및 사업 확대가 불황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구조조정, 게임 서비스 종료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모(23)씨는 “주변 동기 모두 네카라쿠배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최근 현대차 등 일반 대기업들도 개발자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며 “미래와 안정성을 생각하면 개발자라고 꼭 플랫폼 기업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리의 챗GPT 플러그인 버전 시연 장면. 챗GPT만으로 문서 학습을 시키고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올거나이즈 제공
개발자들 사이에선 챗GPT 등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몸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성형 AI를 통해 누구나 쉽게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짤 수 있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깃허브에 공유된 코드 100줄 중 40줄이 생성형 AI 기반으로 작성됐다. 깃허브의 토마스 돔케 최고경영자(CEO)는 “5년 내 AI를 기반으로 작성된 코딩 비율이 8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성형AI 스타트업인 스태빌리티AI 창업자 에마드 모스타크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챗GPT가 풀어낸 코딩 문제로 구글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면서 “5년 뒤에는 개발자가 사라질 정도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생성형 AI를 이용해 랜섬웨어, 피싱메일 등 새로운 악성코드를 만들어내는 시도까지 발견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당초 육체·단순노동이 AI에 의해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주류였다”면서 “최근 발전 속도를 볼 때 고급 개발자도 일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