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도 - 백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는 백상루
인기멤버
hanjy9713
2024.01.01. 01:39조회 0
댓글 0URL 복사
백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는 백상루
안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광활하게 펼쳐진 안주평야와 청천강 그리고 100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백상루(百祥樓)1)다. 고려 때 창건되고 조선시대에 개보수한 백상루는 관서8경의 하나로 꼽혀 ‘관서제일루’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한국전쟁 당시 파괴되었던 것을 1977년에 복구하였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던 길에 백상루에 들렀던 하곡(荷谷) 허봉이 글 한 편을 남겼다.
백상루는 성(城)을 따라서 지었는데, 청천강을 굽어보고 있으며, 강은 성 아래에 이르러 나누어져 3군데를 흐르고 있었다. 백상루가 자리한 곳은 사면이 넓게 트여서 여러 산이 띠처럼 둘러 있고, 넓은 들이 끊임없이 멀리 뻗었으니, 연기에 덮인 수목의 푸름과 물가의 굴곡(屈曲)이 한눈에 1000리나 보이는 듯하여 그 경치가 자못 웅장하고 수려하였으며, 이곳이 곧 수나라의 군사가 함목(陷沒)한 땅이다. 강가에 석불 7기가 있었는데, 세상에 전하는 말이 극히 괴이하고 황탄하여 믿을 만하지 못하였다. 누대에서는 묘향산을 바라볼 만하였는데, 산의 형체가 하늘의 끝에 은은하여서 구름 기운이 공중에 가로놓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낭랑하게 주자의 “지초(芝草) 캐는 사람이 있어서, 서로 연우(烟雨) 밖에서 기약하였네”라는 시구를 읊으니 정신과 혼이 나는 듯함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다.
진가유는 백상루에 올라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비 갠 새벽노을 퍼져 두 물을 건너가니
물결은 잔잔하여 편히 앉은 초정선(草亭船).
온 둑의 꽃이 지니 붉은 비 날리고,
몇 점 백구(白鷗) 날아 푸른 연기 깨는구나.
사람 그림자 물거울 속에서 번번이 움직이고,
노랫소리 멀리 바다 구름 뚫는다.
나는 어떻게 신령한 바람을 만나
신선의 배를 얻어 곧장 하늘에 오르랴
고려 충숙왕이 지은 시에 “청천강 위 백상루에 삼라만경 벌여 있어 한눈에 보기 어렵고, 풀은 멀리 긴 둑에 한 줄로 푸르렀다. 하늘에 뻗은 멧부리 천으로 줄지었고, 비단 병풍 속을 날아가는 외로운 따오기, 옥거울 속에 뜬 한 점의 작은 배라. 속세에 선경(仙境)이 있는 것을 믿지 않았더니, 오늘 밀성(密城)에서 영주(瀛洲)를 보는구나”라고 하였다. 이곳 백상루를 두고 「소금장수의 백상루 구경」이라는 재미있는 글 한 편이 전해온다.
안주 백상루는 빼어난 풍경을 지닌 관서지방의 누각이다. 어떤 소금장수가 이 누각을 지나게 되었다. 때는 겨울철로 아침 해가 아직 떠오르기 전이었다. 소금장수는 누각 아래 말을 세워놓고 백상루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긴 강에 깔린 얼음장과 넓은 들을 뒤덮은 눈뿐이었다. 구슬픈 바람은 휘휘 몰아치고, 찬 기운은 뼈를 엘 듯 오싹해서 잠시도 머물 수 없었다. 그러자 상인은 “도대체 누가 백상루가 아름답다 했는가?”라고 탄식하며 서둘러 짐을 꾸려서 자리를 떴다.
- 권득기의 『만회집(晩悔集)』에 실린 「염상유백상루설(鹽商遊百祥樓說)」 중에서
초록 잎들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철에 소금장수가 찾아왔더라면 다른 이들처럼 백상루의 경치를 찬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만 시베리아처럼 휘몰아치는 한겨울에 왔으니 무슨 경치를 볼 만하겠는가. 무엇이든 365일 다 좋기는 힘든 것이다. 『택리지』에는 백상루와 그 곁에 위치한 칠불사(七佛寺)에 대한 기록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강가에 백상루가 있고, 누 곁에 칠불사가 있다. 고구려 때 수나라 군사가 쳐들어와서 강가에 이르렀을 때다. 7명의 승려가 앞에서 물을 건너는데 물이 무릎까지도 차지 않았다. 수나라 군사도 승려들을 따라 공격해 나갔는데, 선봉에 선 부대가 빠져 죽기 시작하였다. 곧 시체가 내에 가득하여 물이 흐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군사를 후퇴시키자 승려들도 이내 보이지 않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를 부처의 은덕으로 여겨 절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도 그들이 위장으로 강을 건넌 곳을 오도탄(誤渡灘)이라고 부른다. 안주에 전해오는 민요 가운데 하나가 「안주애원성(安州哀怨聲)」이다. 일명 ‘안주애원곡’이라고도 하는데, 아낙네들이 주로 물레질을 하면서 부르는 물레타령이다. 이 노래의 사설은 다음과 같다.
물레야 돌아라. 가다가 돌아가 두르고 보면 아주 강하다.
물레 가락은 살살 돌아도 기지개만 살살 나누나.
한쪽 논에다 집 짓고 살아도, 누워 살기에는 매일반이로다.
보고 싶으면 와서 보지요. 누가 사정을 그대로 아느냐.
다려가소 날 다려가소, 한 곳에 그 임아 날 다려가소.
백상루는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31호로 지정되었다. 청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 T자형의 누정으로 몸체는 하나지만 지붕은 사방으로 박공을 내어 마치 여러 건물을 잇대어 지은 듯한 느낌을 준다. 고구려의 석성인 안주성은 611년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대첩을 치른 곳이기도 하고, 고려 때는 외적의 침입 시 전투를 지휘하던 중요한 장대였다. 진주 촉석루와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 누각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백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는 백상루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6 : 북한, 2012. 10. 5., 신정일) |
hanjy9713님의 게시글 더보기
좋아요0
이 글을 '좋아요'한 멤버 리스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