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선. 기독교 4교 회통 사상
유교의 핵심 요체는 주역의 ‘계사상전 10장’과 ‘계사하전 5장’의 문장이다. “역은 생각이 없으며 작위 함이 없어서 적연히 動치 않음을 感하매 천하의 연고를 통하나니 천하의 지극한 신이 아니면 누가 능이 이에 참여하리오” 탄허는 寂然不動과 感而遂通이 주역의 종지에 해당한다.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적연부동의 경지는 일체의 알음알이를 허락하지 않은 근본 자리이며, 그 근본 자리를 바탕으로 한 생각이 이어난 것을 감이수통이라 표현했다는 것이다.
주역선해는 역리와 역학이라는 용어로 구분한다. 이 우주는 근본인 태극에서 일어나 음양, 사상, 팔괘, 육십 사계로 펼쳐진다. 탄허는 모든 성인이 이 세상에 출세하여 설파한 내용은 生滅門과 還滅門 두 가지라 한다. 생멸문은 일체중생이 이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성인이 무엇을 가르쳤느냐 하면 환멸문입니다. 그 경지는 지옥도 없고, 천당도 없고, 성인도 없고, 빈부도 없고,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고, 다 끊어진 것입니다. 생각을 자유자재로 쓴 이들을 성인이라 하며, 근본으로 돌아가는 환멸문의 수행법을 알려준 이들이 공자, 석가, 노자, 예수 같은 인류의 스승이라는 것이다. 태극도설을 16자로 풀이한 ‘자손 선사’는 “흑백미분, 난위피차, 현황지후, 방위자타”라는 것이다. “
敎를 파자하면 ‘先孝後攴’으로 보아 효를 우선하고 문을 나중에 하는 것으로 풀이하여, 교육이 백행의 근본인 효를 으뜸으로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증자는 효를 大孝, 達孝, 至孝로 설명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안중근, 윤봉길 같은 이의 살신성인은 대효다. 호학의 자세는 유교에서 시작하여 불교로 열매를 맺은 방대한 학술체계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사람이 사는 것을 구체적으로 禮.法.情으로 사는 거지요, 예는 天理의 대명사입니다.“ ”논어에 克己復禮는 몸을 극복해서 망상을 극복, 예의 진리를 회복한다. 이다.
大學의 明德과 致知는 아주 중요하다. “명덕은 밝은 덕이란 말로 불교적으로는 本覺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원래 산속에 있던 금과 같은 것인데 그 명덕을 다시 밝히는 것이니 본각을 깨치는 것으로 始覺하라고 하는 것이다.” 선도 알고 악도 아는 것을 곧 良知이며, 爲先去惡이 是格物이라, 선만 하고 악한 것을 벗는 것이 格物이다.
탄허는 노자도덕경의 選注만 하였다. 도덕경에 주를 단 사람은 수십 명이다. 도덕경 81장 가운데 61장의 주석을 서계 박세당 선생이 달았는데 탄허는 꼭 박 서계 공의 주석을 참고했다. (박세당1629~1703 선생은 문묘에 배향된 문순공 박세채1631~1695 선생의 8촌 형이다. 선생은 계비가 의령 남씨이고 남구만 선생이 처남이고, 선생의 셋째 형 박세후가 윤선거 선생의 사위로, 윤증 선생과 사돈이다) 한국인이 주석을 댄 것 중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유교 독존의 조선 사회에서 박 세계처럼 노·장의 주석서를 쓴 자체만으로도 진정한 노장의 대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선생은 생각했다. 장자는 출가 전에 장자에 심취해 ‘언어 이전의 도’에 막혀 입산하게 되었기 때문에 늘 투과하지 못한 장자의 문장들을 생각하였다. 선가에서는 天仙.神仙.鬼仙.地仙.人仙의 5선이 있다. 선을 구분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그대로 썼다. 天仙이외 모두는 傍門 (곁가지)이다. 천선은 ”죽고 삶 또한 크지만, 생사와 더불어 변하지 않고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커져도 변하지 않는다.“
노자의 道는 死生이 본래 하나이며 물아가 본래 하나인 근본 도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장자 제물론의 물화와 불교 화엄경의 ‘일진법계’와 유교의 맹자가 말한 신이 같은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사가 없다는 종지와 어긋나게 변질한 것이, 바로 불로장생을 지향하는 도교이다. 도를 가히 도라 한다면 常道가 아니요, 명을 가히 명이라 한다면 상명이 아니니, 무명은 천지의 시요, 有名은 만물의 母니라. 고로 상무로써 그 妙를 觀하고자 하고 상유로써 그 요를 관하고자 할지니, 이 양자는 같이 出했으되 명이 異한지라 모두 玄이라 이르나니, 현하고 또 현한지라 衆妙의 문이니라.
불교는 우주와 만물의 창조한 能作因으로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독교식의 창조론과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치 않는다. 시간과 공간을 창조했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 끊어진 것을 의미하며, 우주의 창조주라는 것은 우주가 생기기 전의 면목을 타파한 것을 말한다. 어떤 물건을 만들어 내듯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생기기 이전의 면목을 훤히 알고 있는 것으로 하느님을 바꾸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天은 4가지로 구분한다. 形體之天(창천. 호전, 현천), 運命지천(천명·천운), 主宰지청(하나님·옥황상제), 眞理지천(천리·천도) 등의 하늘이다. 기독교에서는 주재지천 하나만을 말하고, 유.불.선 삼교는 四種天을 다 말한다.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많이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공이 끊어지고 아는 것이 완전히 끊어져서, 모르는 것이 없어지는 無所不知의 경계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성부·성신. 성자의 일체는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고 그 제자들이 그 뒤에 진리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전재한 말이지만, 예수님이 삼위일체가 되었기 때문에 성인으로 우러러보는 것입니다.” 동양사상에는 누구나 삼위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과 예수밖에 될 수 없다. 이 차이가 큽니다. 유교에는 의타가 없습니다. 依自지, 불교에서는 의자가 의타를 겸하는데, 의타는 애들한테 가르치는 거지.“
나 스스로 삼위일체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의타만 존재하는 기독교와 의타의 대상 자체를 밖에 두지 않고 의자를 추구하는 유교 사이에서 불교는 교량의 역할을 함으로써 기독교에는 의자를, 유교에는 의타를 새롭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탄허는 불교를 통해서 진정한 회통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탄허는 삼신에는 남녀의 구별도 본래 없어서 누구나 삼위일체를 다 가졌기 때문에 이를 믿고 수용하면 산속에서 금을 찾아서 쓰게 되지만 본래 나에게 갖춰졌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산속에 금처럼 금 노릇을 못 한다고 했다. 법신을 강조한 게송을 저자(문광)가 바꾸어 본다면 다음과 같단다.
父是衆生心裏父 ;하나님은 사람들 마음속의 하나님이니
隨自根堪無裏部 ;자신의 근기의 감당함을 따르는 것이지 다른 부분 이 아니다
欲知一者聖父源 ;하느님의 근원을 알고자 할진댄
悟自原罪本是父 ;자신의 원죄가 본래 하나님인 줄 깨달아야 한다.
천국은 진리의 대명사이다. “불교에서는 人天敎에 해당하는데 불교에서는 소승 성문승의 초등학교 학설도 안되는 것“이라 했다. 불교는 지옥도 18옥이 있고, 천당도 28천당이 있다. 어떤 천국도 欲界, 色界·無色界 삼계 내의 일일 뿐이고 이 삼계는 윤회에서 벗어나는 출삼계의 해달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의 천국에 가는 것, 역시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최종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탄허는 예수를 석가·공자와 다를 바 없는 성인으로 보았다. 예수를 각자·꿈을 깬 사람. 태극이 나온 자리를 안 사람. 도통한 사람. 해탈한 사람 등으로 다양하게 묘사하였다. “태극이 나온 자리를 알면 그걸 도통한 자라 그러는 거야, 석가라 공자라 예수라 하는 사람들은 태극이 나온 자리를 본 사람들이야. 그래서 대접을 받는 겁니다. 태극을 아는 것을 覺이라 합니다. 그것이 불교의 근본 사상이지. 그러면 그 자리, 우주 만유가 한 근본으로 돌아간 그 자리는 천당이 있습니까, 지옥이 있습니까, 그렇게 해탈시키는 것이 성인의 학문이야.“
예수의 근본정신 ‘상산수훈’의 ”虛心者受福”으로 “마음을 비우는 자 복을 받는다“는 가르침이다. 허심자는 1890년 중국어 번역본의 ‘마태복음 5장’ 구절인데 지금 ‘한글 번역본’인 ‘마음이 가난한 자’보다 훨씬 근본에 부합한 번역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네가 돌이켜서 동자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 한 것은 동자는 천진난만하여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예수의 근본정신을 모르고, 예수가 구원해 준다니까 자기 스스로 구원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예수만 부르고 의지하려고만 드니 이것도 또한 바로 기복적인 경향이다. “종교는 낡은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종교는 쓸어 없애야 할 것이다. 신앙인끼리 괄목상대하고 네 종교 내 종파가 옳다고 하며 원수시하는 천박한 종교의 벽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그 장벽이 무너지면 초종교가 될 것이다. 새싹이 나기 위해서는 그 자체는 썩어야 한다.” 탄허의 주장이다. (대단히 자기반성적인 엄청난 주장이라 본다. 과연 이런 주장을 탄허 말고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제 탄허 선사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그이 예언이 점점 조명도 받는다. 종교의 뼈를 깎는 반성을 하시는 대선사의 그 말씀이 바른 것이면 그리될 것이라 본다.)
2022.06.17.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2
문광 지음
민족사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