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인생이라는 기차의 종착점#풍경129살의 청년싯다르타는왜 출가했을까요.인간이라면누구나 겪게 되는생로병사에절망했기 때문입니다.누구나 겪는생로병사인데,싯다르타는왜거기에 절망했을까요.자신이 달려가는철로의 끝을미리보았기 때문입니다.어찌 보면인간의 삶은기차와 같습니다.정해진 시간에정해진 역을 통과해야 하고,정해진 철로를 따라서앞만 보고달려야 합니다.그러다 보면어느새철로의 끝에서게 됩니다.그때는누구라도이렇게 말하겠지요. “인생이란 참으로 순간이구나.”#풍경2사람들은칙칙폭폭,앞만 보고 달리면서도정작자신이 달리고 있는철로의 끝에 대해선깊게생각하지 않습니다.그 철로의 끝에‘죽음’이란종착역이 있고,어떠한 기차도그 역을비켜갈 수 없다는 걸알면서도 말입니다.싯다르타는달랐습니다.그는삶의 종착역에 대해서깊이사유했습니다.결국 그는태어날 때부터자기에게 주어진삶의 철로를과감하게벗어 던졌습니다.왕국을 상속받고이끄는왕의 삶이 아니라,머리 깎고얇은 가사 하나 걸치는수도자의 삶을택했습니다.왜 그랬을까요.그는너무도 명백한철로의 끝을보았기 때문입니다.#풍경3기차가주어진 철로를벗어날 때주위 사람들은크게 걱정합니다.그들의 눈에는싯다르타의 선택이‘탈선’으로만 보이기때문입니다.정해진 궤도를벗어났으니까요.싯다르타의 눈에는달랐습니다.오히려주어진 철로만따라가다가닿게 될 종착역이그에게는더 큰 낭패였습니다.그래서 그는다른 철로를만들기 시작했습니다.그 철로의 방향은달랐습니다.자신의 내면을 향해철로를 내기시작했으니까요.내면의 철로,거기에는정해진 궤도가 없습니다.그래서자유롭습니다.내가 원하는방향으로 달릴 수 있고,내가 원하는 장소에서멈출 수도 있습니다.내면으로 달리는철로는A지점에서 B지점으로움직이는공간적 이동이아닙니다.대신나의 마음속으로깊이,더 깊이 내려가는차원의 이동입니다.비유하자면서울에서 부산으로정해진 궤도를달려야 하는경부선 열차가 아니라,이 우주를마음 가는 데로 누비는‘은하철도 999’가 되는 셈입니다.#풍경4싯다르타의 출가,그리고고행과 구도.그 끝에 얻은깨달음.사실이 모두의 출발점은‘절망’이었습니다.이미끊어져 있는철로의 끝을 향해달려야 하는기차의절망이었습니다.역설적이지만절망이야말로기차를 달리게 하는가장 큰엔진입니다.그러니써먹기 나름아닐까요.우리가 마주치는삶의 온갖 절망들도얼마든지기차의 엔진이 될 수있으니까요.불교에서는“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라고말합니다.삶의 번뇌가다름 아닌깨달음의 지혜라는뜻입니다.번뇌 속에깨달음의 씨앗이있듯이,절망 속에희망의 씨앗이이미있기 때문입니다.붓다의 한 마디 “번뇌가 곧 보리다.”사람들은 쪼개기를좋아합니다.이쪽은 선(善),이쪽은 악(惡) 하면서말입니다.불교는그런이원론이 아닙니다.번뇌와 깨달음이따로 있는 게아니라번뇌가곧깨달음이라고말합니다.그걸 알면삶에서 마주치는번뇌가예전처럼두렵지만은 않습니다.왜냐고요?번뇌 속에깨달음이잠자고 있음을알기 때문입니다.[출처:중앙일보]백성호:종교전문기자
출처: 프른 들판 원문보기 글쓴이: 청원 임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