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흔히 하는 말로 ‘남자는 세계를 정복하고 여자는 그 남자를 정복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또 한 가지, 왜 하필이면 그 여자를? 하는 질문도 합니다. 그야 그 한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지요. 누구나에게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살면서 자신의 배우자를 바라보며 왜 하필 이 사람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어쩌면 질문을 하는 자신이 우습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냥 좋아서. 맘에 들었으니까. 뭐, 다른 답이 있습니까? 속된 말로 눈에 찍힌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지고. 그런 기회를 만들고 만나는 회수가 늘어가고 사랑에 빠집니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빼앗긴 상태에서 그런 상황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좋아 미치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여자로서는 자신의 형편을 볼 때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기꺼이 응해줄 수 있는 상대이기도 했습니다. 승승장구하고 있던 젊은 장군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였고 여자는 남편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전장에서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전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한창 무르익은 여인에게는 말로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측근이 직언하였을 때 마음이 어떠했을까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전쟁터를 떠나 달려옵니다. 그럼에도 분노대로 폭발하지 않습니다. 용서하고 다시 받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떠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사실 남편 덕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여인입니다. ‘나폴레옹’을 만나지 아니했다면 세상에 그 이름이 남겨질 리도 없었겠지요. 이 영웅은 어떻게 이 한 여자에게 그렇게 빠질 수가 있는 것일까요? 그야 사랑을 어떻게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한 마디로 신비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지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성에 눈을 뜨고 나면 자신의 짝을 찾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모든 생명체가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대를 이어가는 것이고 이 땅에 계속 존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짝을 찾는 일이 어렵고 힘든 작업이기도 합니다. 목숨을 거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 질문을 해보지요. 왜 그 사람이냐고. 꼭 그 사람이어야 하냐고.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사랑만으로 삶이 유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흔히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모두가 채워져야 행복하겠지요. 허기진 몸으로 사랑 타령만 할 수는 없습니다. 빈 배를 붙들고 정의를 부르짖기도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욕구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고차원적인 욕구로 올라갑니다. 어디서 멈출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우리는 몸도 마음도 채워져야 만족을 할 수 있고 소위 행복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모두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대궐 같은 집에 산다고 행복하거나 만족하며 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쩌면 ‘조제핀’이 남자를 다루는 재능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소위 남자의 애간장을 태우게 만드는 것이지요. 반대로 나폴레옹이 불행히도 쉽지 않은 여성을 만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폴레옹이 불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불타는 듯한 사랑에 빠져본다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아프기도 하지만 충만한 행복감도 느껴보게 됩니다. 어디서 그런 경험을 하겠습니까? 아마도 황제의 위에 올랐을 때조차 그런 충만한 기쁨은 느끼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권력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다른 한편 그만한 무게의 짐을 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사랑이란 부담 없이 줌으로 기쁨을 누리는 요물입니다. 한 여자를 힘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입니다.
시대적으로 격동기에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 흐름을 탈 수 있는 실력자가 나타나는 겁니다. 세계사의 획을 그었던 프랑스 혁명, 그 때를 지나며 영웅이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단 능력과 실력을 갖춘 장교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줄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았을 때 금방 장군으로 승진합니다. 더 많은 군사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군대 안에서도 신뢰가 쌓입니다. 소위 군사력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혼란의 시대에 권력을 쥐고자 하는 정치인이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자기편으로 끌어당깁니다. 바로 그 혼란한 사회상황이 힘을 요구하는 것이고 힘을 가진 자는 바로 군사력을 쥐고 있는 지휘관입니다.
혁명의 시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시작합니다. 대단한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역사의 현장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분노한 군중에 둘러싸여 한 시대를 흔들었던 왕비가 단두대에서 두 동강이 됩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연대별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나폴레옹의 영웅담입니다. 그 웅장한 장면들 속에 그려지는 것은 사실 한 남자의 꾸준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세인트 헬레나에서 외롭게 죽어가면서도 가슴에 새겨져 있던 여인, 어쩌면 그래서 외롭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도 해봅니다. 영화 ‘나폴레옹’(Napoleon)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