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8월 말에 휴가를 갔습니다. 우선 아버지 기일을 형제들과 함께 지내고, 오랜만에 대전교구 동창 신부들도 만나고, 그다음 혼자만의 여행으로 경상도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특별히 ‘사유원’이라는 수목원을 방문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번 혼자만의 여행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기대한 만큼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수목원의 이름처럼, 혼자 걸으면서 많이 생각하고 또 벤치에 앉아 쉬면서도 생각하고 또 식사하고 물 마시면서도 생각하면서 이 안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 생각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너무 덥다.’
그때 기온이 36도였습니다. 따갑게 느껴지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계속 쏟아지는 땀방울도 저를 힘들게 했지만, 무엇보다 제 곁을 떠나지 않는 날파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어떤 생각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자그마한 날파리 때문에, 항상 겪는 여름 날씨인데도 덥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생각의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가 겪는 모든 분심이라는 것도 특별하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 별것 아닌 것이 우리 생활 자체를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모두 주님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그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즉, 주님에게서 떠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루카 6,43)라고 하십니다. 좋은 나무인 주님이시기에 주님에 붙어 있는 우리는 어떤 열매를 맺어야 할까요? 당연히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만약 나쁜 열매를 맺고 있다면, 주님께 붙어 있지 않고 다른 곳에 붙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주님께 붙어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온갖 유혹도 주님을 통해 이겨낼 수 있으며, 고통과 시련 안에서 주님이라는 희망 안에서 큰 기쁨과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께 붙어 있기 위해서 주님의 말을 듣고 실행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가운데 우리는 주님께 더 단단하게 붙어 있게 됩니다. 강물이 들이닥치는 어떤 고통과 시련 안에서도 꿋꿋하게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언제나 현재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행복할 것이다(파울로 코엘료).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