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연 비평가의 '세상을 담은 동화들의 향연'에 제가 열린아동문학 봄호에 발표한 '오늘만 의자'에 대한 내용이 있어 발췌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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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동화들의 향연
안수연
1
풍성!
이 계절에 동화를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소재도, 주제도, 인물도 그러하다. 아마 글을 읽는 독자는 뜨거운 여름을 향한 열정의 계절이 시작되는 시점일 것이다. 초록의 진한 향이 열린 창문으로 스며들고,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푸른 계절.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며 한낮의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등목'과도 같은 글을 써 보려는 욕심이 스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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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지만, 이번 봄호에 수록된 동화들의 이야기는 풍성하다. 마치 가을에 수확을 하는 농부들의 삶처럼 말이다. 한 작품도 허투루 읽히지 않았다. 한 자 한 자 읽고 쓰며 느끼는 나의 솔직한 감정을 새겨 보고자 한다. 아동문학들의 무수히 다양한 소재들은 각각 명확한 주제를 향해 질주한다. 글감은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과 어우러져 아동 청중을 모셔 놓고 향연을 펼치는 듯 서로 어우러진다.
이 계절의 동화 비평을 위해 고민 끝에 몇 작품을 간추려 보았다. 이명희 작가의 「용장이와 줄박이」(《아동문학평론》봄호), 김상삼 작가의 「엄마의 그림 퍼즐」(《열린아동문학》봄호), 이득균 작가의 「은하를 보는 소녀」(《시와 동화》봄호), 강민숙 작가의 「이별 여행」(《열린아동문학》봄호), 안선모 작가의 「오늘만 의자」(《열린아동문학》봄호)이다. 모두 생각에 생각을 품게 만든 작품이다. 함께 읽어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하여 간략하게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을 비평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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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쓰레기 봉투가 '오늘만 의미' 있는 물건이 된 이야기, 안선모의 동화 「오늘만 의자」다. '오늘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닌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동화로 여겨진다.
버스로 열 정거장이나 떨어진 사립학교를 다니는 선재는 좁은 방 안에 들어가기가 싫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고 갑갑증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아빠가 하루 종일 작업하고 나은 천 조각과 가죽 조각을 쓰레기봉투에 넣는 일이다. 하루에 한 가지씩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숙제라고 말했기 때문에 부모님은 말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쓰레기봉투가 자꾸 옆으로 뉘어져 있자, 선재가 범인을 찾기로 나선다. 예전에 누군가 쓰레기봉투를 풀어헤쳐 놓는 바람에 봉투 속의 천과 가죽이 흩어져 가파른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줍던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선재는 사흘 안에 범인을 잡겠다고 말한 마지막 날, 한 아이를 만난다. 아이를 쫓아 언덕 꼭대기에 오르자 발 아래 도시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쓰레기봉투에 손을 댄 범인은 바로 이 아이였다. 아이는 어두운 공원 맞은편, 동네가 다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작고 허름한 집에 살며, 선재와 같은 4학년이었다.
"쓰레기 봉투, 오늘만 의자가 되는 거야.""
"오늘만 의자?"
"다리 아픈 우리 할머니 언덕길 올라오실 때 힘드시니까 중간에 잠깐 쉬었다 오시라고 만들어 놓는 거야. 어차피 밤 10시면 쓰레기 수거차가 다 가지고 가잖아. 이 안에는 천하고 가죽 같은 것만 들어 있어서 엄청 푹신하고 좋아.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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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정말 가팔라. 꼬불꼬불하기도 하고. 우리 같은 아이들도 오르락내리락하기 힘든데 노인들은 얼마나 힘들겠어? 할머니가 식당에서 늦게까지 일하시거든. 언덕길 올라올 때 무릎이 얼마나 아프시겠어? 그래서 내가 잠깐이라도 앉았다 오시라고 쓰레기봉투를 뉘어 놓았던 거야."
- 《열린아동문학》봄호, 87쪽.
쓸모없이 버리는 쓰레기가 누군가에는 의미 있는 물건이 된 사실에 선재는 "이제부터 우리 집 앞 의자는 내가 만들어 놓을 게."(88쪽)라고 말한다. 선재의 이 한 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 그 아이를 도와주고자 하는 선재의 마음. 의미에 의미를 부여한 동화는 생각의 이음이 되어 남녀노소 모두가 이어지는 '긍정'의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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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죠?
신기합니다
서울 골목 여행을 하다 얻은 소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