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은 왜 통일을 거부하는가?
허만 명예교수/부산대 전 통일문제연구소장
2023년 말 김정은이 한국을 교전하는 당사국으로 규정하면서 적대국가로 호칭하는 2국가론을 천명했다. 2국가론 제시는 남북한 간 경제, 재래식 군사전력, 사회복지, 문화, 및 외교 등 경쟁에 있어서 북한을 남한과 완전하게 접촉과 교류 등을 차단해 고립시키는 것이 차악이라고 보았다. 즉 고립을 통해 완전한 차단을 노린 것으로 본다. 아무리 핵무기와 재래식 전략무기를 생산해 방어벽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국민의 내부 불만 그리고 자라는 젊은이들의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동경하는 움직임을 더 이상 사상교화로서만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한다. 김정은의 2국가론은 바로 이러한 내부의 난국을 숨겨보려는 얄팍한 술책이다. 임종석은 김정은의 난국 돌파용으로 내 던진 2국가론을 어떤 토론 또는 여론 과정도 없이 쉽게 받아들였다. 그는 “통일을 하지 마십다. 통일부도 없애자. 당분간 두 국가로 지냅시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보다 평화를 앞세운 듯했다. 국토 통일 없이 평화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하나의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기치아래 달성하겠다는 국토통일/민족통일은 우리헌법 정신이고, 그래서 역대 정권이 지속시켜 온 통일정책이다. 이 통일노선은 우파 정권이든, 좌차 정권이든 금과옥조처럼 지켜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2국가 지지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위반하는 반헌법적 발언이다. 따라서 철회돼야 한다.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평화와 민족 개념을 부정하는 영토평정론을 전면에 내세운 행보를 보여 왔다. 우리의 통일정책은 이러한 무모한 통일 노선을 좌절시켜해야 한다, 그래야 평화를 확보하고, 그 기반에서 자유민주통일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평화는 공포의 평화일 뿐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우리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었다. 남북한은 탈냉전의 국제정세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불심과 대립을 해소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합의서를 1992년 2월 발효시켰다. 3년간 협상과정을 거쳐 확정된 것이다.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총리들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 고위대표들이 확정한 역사적 문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확정된 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이 확정되었다.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일련의 이 통일 정책들의 핵심은 통일이 쉽게 달성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적대를 하는 가운데서도 전쟁을 포기한다는 남북한 간 특수관계를 설정한 것이다. 다시 말자면 통일을 성숙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특수관계를 설정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 모든 문서와 정책적 구상들은 궁극적으로 자유민주통일/민족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도 임종석의 2국가론을 한국의 통일노선과 당의 노선과도 어긋난다고 즉각 비판했다. 그는 어떠한 이유에서 우리의 통일의 가능성/지향성을 차단하는 발언을 쉽게 했는가? 한국이 흡수통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한 것인지, 아이면 남북한 간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지연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인지, 또는 적절한 기회가 찾아 오면 고려연방제 통일안을 수용하자는 뜻인지 답해야 한다. 아이면 한국 내 분열(국내 좌우파 간 그리고 상층계급-중상층계급-하층계급 간 불심임 또는 내전 등)을 조성해 ‘독제사회주의’ 통일을 유도하려는 의도인지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는 다면 고위급 정치인으로 지낸 인사로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많은 국민이 과연 문제인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얼마나 올바른 보좌를 했는지 의심케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헌법 정신에 부합한 행보를 했는지 의심케 할 것이다.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그의 발언은 김정은의 2국가론 제시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그의 발언에서 위험한 생각은 통일을 포기할 때 김정은 정권에게는 함숨 쉴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제공하는 한편, 북한 동포와 탈북민에게는 한국의 통일 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임을 갖게하는 근원이 될 것이다. 독제와 기만에 지친 북녁 동포 다수는 평화통일이 이루어져 한국의 보호하에 살고 싶은 희망을 포기케 할 수 있는 동시에 약 4만명에 이른 탈북민의 고민을 증폭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그들의 정체성에 혼돈을 가져 올 것이다. 최근 무장병 탈출이 이어지는 현상은 2국가론을 북녁 주민에게 각인시켜 독제 체제를 유지시키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임종석의 구상이 자찻하면 김정은의 고유지책/미지노선을 지속시키는 효과만을 줄 뿐이디.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그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가치, 어떠한 미래를 의미하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끝으로 독일은 민족 간 전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서독 간 기능주의적 접근이 비교적 용이했다. 서독의 '접근에 의한 변화'가 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그 환경에서 양독은 꾸준하게, 약 30여 년 간 교류와 접촉을 통해 민족의식을 회복시켰다. 나아가서 서독은 먼저 경제를 발전시켜 민주화를 앞당겼다. 그것은 아덴아워 정부의 힘에 의한 정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즉 서독은 계급투쟁 같은 이념 문제를 희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1988년에는 1천만 명이 동서독 국경을 넘나들어 드디어 1989년에 베르린 장벽은 스스로 붕괴됐다. 이 끈질긴 교류와 접촉이 자유평화통일/민족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임종석이 되새겨 보기 바란다. 더욱이 동서독 지도자들은 통일과 유럽의 평화를 위하여 이성의 연립체(Koalition der Vernunft) 그리고 책입공동체(Verantwortungsgemeinschaft)에 충실했다는 사실에도 유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