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을 채워라
1998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일식》으로 데뷔한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해온 히라노 게이치로의 여덟번째 장편소설 『공백을 채워라』. 저자의 작품 가운데 제1기에 해당하는 초기 로맨틱 3부작과 실험적인 단편 창작에 몰두한 제2기를 거쳐, 2008년 《결괴》부터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조명해온 저자가 제3기 작업 중 마지막에 해당한다고 밝힌 작품이다.
제관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삼십대 가장 쓰치야 데쓰오는 어느 날 회사 회의실에서 눈을 뜬 뒤, 자신이 삼 년 전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린다. 아내와 어린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신제품 개발에 여념 없던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렸는가? 만약 타살이었다면 범인은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인가?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는 전 세계적인 기현상 속에서 데쓰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고,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하는데…….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가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 출생.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신세대 작가이다.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출간 직후 일본 내에서만 4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 중엽의 파리를 배경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낸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본 산문집 '문명의 우울'을, 2003년에는 이윽고 작품의 배경을 현대 일본으로 옮겨 젊은 남녀의 성을 세심한 심리주의적 기법으로 추구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원제:다카세가와)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더욱 심화된 의식으로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로지 등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2007년 소설집 '당신이, 없었다, 당신'을 잇달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삼 년 전에 죽었던 내가 다시 살아났다
그날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가장 가까이에서 현대 일본을 이야기하는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신작 장편소설
1998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일식』으로 데뷔한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해온 히라노 게이치로의 여덟번째 장편소설.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SF적 상상력과 설정을 발판으로 현대사회의 병폐라 할 수 있는 자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생과 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물론, 그동안 꾸준히 천착해온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보다 깊이 파고들어간 작품이다.
장마를 앞둔 평온한 여름날,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기 시작했다
제관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삼십대 가장 쓰치야 데쓰오는 어느 날 회사 회의실에서 눈을 뜬 뒤, 자신이 삼 년 전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린다. 아내와 어린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신제품 개발에 여념 없던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렸는가? 만약 타살이었다면 범인은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인가?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는 전 세계적인 기현상 속에서 데쓰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나서고,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하는데……
『공백을 채워라』는 히라노 게이치로가 자신의 ‘제3기’ 작업 중 마지막에 해당한다고 밝힌 작품이다. 제1기에 해당하는 초기 로맨틱 3부작과 실험적인 단편 창작에 몰두한 제2기를 거쳐, 2008년 『결괴』부터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조명해온 그가 이 작품에 이르러 그간의 결과물을 종합하고 일종의 결실을 맺었다고 보는 셈이다. 근대의 ‘개인’ 개념에 대비되는 ‘분인(分人, dividual)주의’를 비롯해 지금까지 소설과 외적 활동을 통해 보여온 철학적 사유와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의 주인공 쓰치야 데쓰오는 착실하고 평범하게 살아온 가장이자 회사원으로, 일명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다 자살을 결심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스스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기 얼마 전에 남긴 수첩 속 메모, 마지막으로 만났던 회사 사람들의 증언, 옥상 문 앞 CCTV의 흐릿한 영상 등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가던 데쓰오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마치 딴사람을 보는 듯한 괴리감을 느낀다. 명쾌하지 않은 죽음의 동기는 타살에 대한 의심을 낳고, 급기야 사소한 계기로 갈등을 빚었던 회사 동료를 살인범으로 추정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젊은 세대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금, 소설가로서 동세대의 화두를 진지하게 고민해온 히라노 게이치로는 ‘사람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라는 묵직한 명제에 미스터리 소설의 수수께끼를 풀듯이 흡인력 있게 접근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