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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기업 정비사업 수주 총 7건 불과…주택부문 매출 감소 우려
서울 재개발·재건축 발주 급감…공공관리제 등 제도개선 필요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서울의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자금난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대형 건설기업들의 수주실적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침체 이후 사업추진 동력을 잃은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늘어난데다 공공관리제 적용으로 일선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선뜻 나서지 못하면서 발주물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다. 재개발·재건축이 건설기업들의 주택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이 매출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등 국내 6대 건설기업이 지난달까지 수주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3건에 불과하다. 이중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은 각각 1건의 사업을 수주했으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은 아직까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초 삼호가든4차 아파트 재건축의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서야 1967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하며 체면치레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대림산업과 포스코건설은 서울이 아닌 지방의 민간 정비사업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들 기업이 수주한 사업은 각각 부산 온천3구역 재개발과 대구 성당보성아파트 재건축으로 도급액은 660억원, 1247억원 가량이다.
이들 건설기업을 제외한 시공능력 7∼10위권 업체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실적도 시원찮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롯데건설은 지난달까지 경남 창원 양덕 2지구 재건축과 서울 종로 무악2구역 재개발을 수주하며 2257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SK건설 역시 647억원 규모의 강남구 대치 국제아파트 재건축과 도급액 2055억원 짜리 부산 광안2구역 재개발을 더해 총 2702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대산업개발과 한화건설은 지난달까지 민간 정비사업을 한건도 수주하지 못한 상황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에도 이들 기업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수주 1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주택부문의 매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은 2010년 당시 민간 정비사업 수주액 2조원을 돌파한 바 있고 이에 힘입어 주택경기 부침 속에서도 단단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건설기업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 물량이 이미 확보됐고 상대적으로 입지도 좋아 분양성이 우수하다는 게 강점이었다"면서 "주택매출에서 민간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해 재개발·재건축 일감이 줄어들면 주택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주요 건설기업들의 정비사업 수주가 급감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재개발·재건축이 몰려있는 서울권 사업장들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진 결과로 보고 있다. 공공관리제 도입 4년째를 맞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미루면서 발주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2010년 10월 공공관리제가 도입되기 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정비계획 수립→추진위 구성→조합 설립→시공사 선정→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이주 및 철거 순으로 진행됐다.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며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는 조합 운영과 관련된 비용을 모두 공공에 의존하고 있다. 이후 시공사가 선정되면 해당 건설기업에게 대여금을 빌리는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문제는 사실상 사업 후반부에 해당되는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 조합의 운영을 공공의 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지원하는 지자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금압박으로 사업추진 동력을 잃은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지 못하면서 건설기업들의 수주실적도 덩달아 급감한 셈이다.
10대 건설기업이 수주한 7건의 사업 중 서울권 재개발·재건축이 3곳에 불과한 이유도 이래서다. 이들 기업이 수주한 재개발·재건축 도급액 8833억원 중 서울에서 수주한 정비사업 수주액 역시 전체의 35%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와 건설기업들의 주택부문 실적 견인을 위해서라도 공공관리제의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합설립 이후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겨 정비사업장의 숨통을 터주고 기업들이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환경도 개선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관리제가 정비사업장의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조합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며 사업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며 "예산 확대, 이주 및 철거 단계의 공공지원 강화 등 제도손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해 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