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이 지난 주 부산ㆍ울산ㆍ경남 민심을 논의하기 위해 지역 의원들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었다고 한다. 문을 닫아걸고 회의를 했다니 이쪽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음직하다. 최고위원 비공개회의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꿰맞추면 공공기관 이전과 신공항 건설 문제도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내년 총선 승패 여부가 부ㆍ울ㆍ경 쪽에 달려 있다고 판단해 이러는 모양인데 헛짚어도 한참 헛짚었다. 이러니 `민심 따로 정치 따로`라는 말이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울산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도시가 큰 홍역을 치렀다. 그 여파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아직도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있던 본사를 축소하고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사를 신설한다. 또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 전문 子회사인 `울산 현대중공업`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이사회가 지난달 31일 이를 의결하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려 하자 전국 노조원들이 달려와 이를 한사코 막으려 했다. 그런데 이들은 법인분할 자체를 반대했다. 소규모로 쪼그라든 `울산 현대중공업`이 아무리 많은 수주를 하고 멋진 배를 만들어도 본사 격인 한국조선해양에 수익금을 몽땅 빼앗기면 자신들에게 돌아 올 몫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울산시는 법인분할에 찬성하는 대신 본사 울산 존치를 요구했다. 새로 본사 역할을 하게 될 한국조선해양을 울산에 그대로 두라는 것이었다. 대기업 본사를 울산에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판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이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울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역산업과 연관성이 있는 에너지 분야 공기업을 울산에 유치하기 위해 업무추진 팀까지 구성해 둔 상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울산시민들의 이런 요구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었다. `그런 문제는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간의 문제일 뿐 우리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태도였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울산에 있든, 서울로 가든 상관할 바 아니라는 자세였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은행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것 정도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존치를 결정할 경우 기업이 이를 거부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현 정부를 지탱하는 민주당이 부ㆍ울ㆍ경 민심 이반 대책으로 공공기관 이전 운운했다는 사실과는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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