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업계 “수수료 1.0%로 낮춰야… 영업이익 가장 낮아”
카드사노조 “선심성 공약에 카드근로자·영세상공인 고통받아”
카드업계, 추가 인하 가능성에 “빅테크와 형평성 문제” 제기
▲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을 앞두고 상공인과 카드사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쪽에선 수수료율 인하를, 다른 한쪽에선 수수료율 인하가 소상공인의 고통 경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올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을 앞두고 관련 업계와 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은 카드수수료율 변화에 생존권과 근로권이 달렸다며 물러서지 않을 모양새다.
이처럼 양측이 대립하는 이유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근거가 되는 적정 원가로 카드사가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를 반영하도록 3년마다 조달금리, 운영·관리비, 마케팅비 등을 고려해 재산정하는데 적격비용이 낮을수록 가맹점 수수료율의 인하 가능성은 커진다.
석유유통업계 “수수료 낮춰야”… 정부에 탄원서 제출
적격비용 산정 일정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자 관련 업계가 움직였다. 1일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국회 정무위원장 앞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연명부와 탄원서를 제출했다. 연명부에는 석유대리점·주유소 사업자 1662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주유소 경영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면서 “카드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1.0%로 낮춰 달라”고 촉구했다. 주유소 업계 카드수수료율은 1.5%로 그리 높지 않지만, 영업이익률이 전체 도매업종 중 가장 낮은 1.8%(2019년 통계청에 불과해 부담이 큰 편이다. 여기에다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의 60% 수준의 유류세분 수수료까지 납부하고 있어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은 3%를 넘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두 협회는 “주유소 업계의 1건당 결제금액은 평균 6만원 이상으로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큰데, 카드사들은 수수료인하도 원가공개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책정한 수수료율 1.5%를 1983년부터 38년간 고수해왔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수수료율 인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 마련 시 석유유통업종 신용카드사 적격비용 재산정 △두 협회와 카드사의 수수료율 협상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달 말까지 2차 서명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카드노조協 “회사에 전가된 부담 근로자 떠안아 고통”
이와 달리 7개 카드사 노동조합(노조)은 수수료 인하 반대에 나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신한·우리·하나·현대·BC·KB국민카드 등 7개 카드사 노조는 지난달 25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협의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7개 전업카드사 모두 참여했다. 우리카드만 한국노총 계열 금융산업노조 소속지부고 나머지는 민주노총 계열 사무금융노조 소속지부다. 양대 노총이나 각 노조의 이해와 관계없이 카드산업 발전 방안 모색을 표방했으나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른 카드수수료 인하를 방어하는 게 근본 목적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정종우 협의회 의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으로 인한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부담은 카드사로 전가됐고 카드사 노동자는 인력감축과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에 가까운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영세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여간 발생한 문제를 교훈 삼아, 더 이상의 카드수수료 인하를 멈춰야 한다”며 “96%에 달하는 가맹점의 수수료를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현행 적격비용 산정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빅테크, 핀테크에게만 각종 예외를 인정해주는 편향적인 정책을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체 카드 가맹점 가운데 96.1%가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돼 우대 수수료율(0.8~1.6%)을 적용받는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은 마치 석유유통업계가 영세·중소가맹점을, 협의회가 카드사를 대변하는 것 같다”면서 “그만큼 카드수수료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며 어떤 결론이 나오든 2018년 카드수수료 개편 때처럼 어느 한쪽은 거세게 항의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카드업계는 빅테크 기업은 카드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입구에 카카오·네이버페이 등 전자방식 결제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네이버페이 절반인데”… 빅테크와 ‘형평성’ 고려될 듯
최근 금융환경 변화로 빅테크(big tech)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결제수단의 이용규모는 534조2000억원으로 실물카드의 이용 규모 459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빅테크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율과 전자방식 카드결제 수수료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은 카드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여신전문금융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은 ‘전자금융업법’을 적용받는 전자금융업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연매출 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 기준 신용카드·체크카드 수수료율은 각각 0.8%, 0.5%이다. 반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카드결제 수수료율은 각각 1.5%, 1.04%로 최대 1%p 차이가 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자방식 카드결제가 실물카드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카드사에만 적용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가맹점 수수료 규제는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가 사실상 체크카드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선불전자지급수단도 계좌이체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니 빅테크 수수료 또한 그와 유사한 체크카드 및 계좌이체 수수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과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회계법인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의 결제수수료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와 다른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금융소비자 측면의 책임을 공유할 필요가 크다”면서 “부적합하거나 부적절, 불공정한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로서 책임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 등은 카드수수료 원가분석을 위한 회계법인으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기간은 8월까지이며 결과보고는 더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 소비자단체,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개편안을 논의·발표한다. 통상 10~11월이면 윤곽이 드러난다. 적용 시점은 내년 1월부터다.
[출처] 카드수수료 산정 ‘乙의 전쟁’… 소상공인 vs 카드노조 ‘힘겨루기’|작성자 주유소정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