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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동’서 ‘마하10’ 까지…김정은집권 10년간 60차례 도발
[위클리 리포트]새해 잇단 도발 北, 미사일 개발 24년
1998년 ‘대포동 1호’ 전 세계 주목
미사일개발 총력전 나선 김정은
2025년 고체연료-다탄두 목표
1월 5일 자강도 일대에 전개된 북한군의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음속의 10배(시속 약 1만2240km) 안팎으로 변칙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최종 시험에 성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소 음속의 5배(시속 약 6120km) 이상으로 궤도를 수시로 바꾸는 극초음속미사일은 탐지·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한미 요격망을 무력화하는 가장 날카로운 비수로 평가된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그간 축적한 ‘미사일 실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자 향후 더 위협적인 신형 미사일의 등장을 예고하는 징후라는 우려가 높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과소평가하다 허를 찔린 전례를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대포동 쇼크’ 24년 만에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세계적 주목을 끈 계기는 1998년 대포동 1호 도발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장거리 타격 능력을 입증한 것. 하지만 3단 로켓 점화 실패로 사거리가 1500여 km에 그쳐 미 본토를 위협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8년 뒤 대포동 2호가 발사 7분 만에 공중 폭발하자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그해 4월 은하 2호의 발사 성공 이후 2012년과 2016년에 각각 은하 3호와 광명성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와 탄두운반 능력을 과시했다. 비행거리가 1만 km 이상으로 핵을 싣고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북한의 전략무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후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6년에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최초 발사했고, 2019년엔 다탄두 형태의 북극성-3형 SLBM, 2021년에는 ‘미니 북극성’으로 추정되는 소형 SLBM까지 발사에 성공했다. 적국과 근접한 수중에서 은밀히 발사되는 SLBM은 사전 포착이 힘들어 기습 핵타격용 최적무기로 불린다.
또 2017년에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괌 타격능력을 증명하는 한편 화성-14·15형 ICBM을 연거푸 3차례나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북한 미사일 개발의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미사일도 대거 신형으로 교체됐다. 2019년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등 대남 타격용 신종 무기를 줄줄이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엔 러시아, 중국 등 군사강국이 보유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핵을 탑재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로 대한(對韓)·대미(對美) 협상우위를 점하고,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최종 목표에 바짝 다가선 것.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요격망을 뚫고 한국에 전진 배치된 미군 기지를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과 KN-23이 실전 배치되면 미국은 본토에 대한 핵타격 위협만큼이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집권기에 양적 질적 극대화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2011년 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급속히 진전됐다. 다양한 사거리와 향상된 비행 능력을 갖춘 신형 미사일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그 위협 수준이 양적 질적으로 극대화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 발간된 2020 국방백서도 “북한은 2012년 이후 작전 배치되었거나 개발 중인 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적시했다.
그 실태는 각종 수치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2021년 말까지 김 위원장 집권 10년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모두 60여 차례나 된다. 지난해 미국의 비영리기관 핵위협방지구상(NTI)은 자체 조사 결과 실패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129회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일성(15회)과 김정일(16회) 집권 때보다 4배나 더 많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는 것.
새로 개발해 시험 발사한 미사일 종류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부터 ICBM까지 19종에 이른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집권기에 4차례의 핵실험과 ICBM 도발이 집중된 것은 미사일 개발의 종착점이 핵 장착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미사일 개발 전략도 주목된다. 우리 군의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새로운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배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유도무기 개발과정 분석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최종 목표로 설정한 유도무기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진화적이고 연속적 방식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중간 목표 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신속하게 기술 개발을 진행해 시제품 제작 및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20여 종에 달하는 신형 유도무기를 단기간에 개발, 배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 착수부터 최초 운용시험 평가까지 최대 3년, 이후 최종 시험평가까지 최대 1년 등 4년 정도면 신형 유도무기의 전력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음 수순은 다탄두 고체연료 ICBM·SLBM
북한이 지난해 초 당 대회에서 발표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는 극초음속미사일 외에 초대형 핵탄두와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SLBM) 보유 등이 담겨 있다. 2025년경까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요 핵강국 수준의 첨단 전략무기 개발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향후 ‘릴레이 도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2020∼2021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7형과 북극성 4·5형을 기반으로 한 고체연료 다탄두 ICBM과 SLBM의 시험발사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발사 전 연료 주입과정에서 사전 징후가 노출되는 액체연료 ICBM과 달리 고체연료 ICBM은 언제든 기습 발사할 수 있다. 다탄두를 장착하면 워싱턴과 뉴욕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에 대한 동시 핵 타격도 가능하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다탄두 SLBM은 적국의 선제 핵공격에서 살아남아 ‘제2격(second strike·보복공격)’을 가하는 최종 핵병기로 꼽힌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탄두 ICBM과 SLBM에 장착할 신형 핵탄두 개발 과정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극초음속 미사일, 1~2시간 내 지구 어디든 타격 가능한 ‘게임 체인저’… 러-中만 전력화 끝내
러, 음속 20배 ‘아방가르드’ 배치
中 둥펑-17, 핵탄두 싣고 변칙기동
美도 전투기 탑재용 개발 잰걸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초 개발을 공언한 지 1년 만에 북한이 단 세 차례의 시험발사로 극초음속미사일의 전력화에 바짝 다가서자 대북 요격망이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의 5배(시속 약 6120km)∼20배(시속 약 2만4480km)로 이리저리 궤도를 바꿔 비행한 뒤 목표를 때린다. 발사 후 분리된 탄두부가 일정한 궤적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이나 음속 이하의 순항미사일보다 탐지·요격이 대단히 힘들 수밖에 없다.
음속의 20배로 비행할 경우 지구상 어디든 1∼2시간이면 타격이 가능해 현존 요격무기로는 ‘대응 불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핵을 장착할 경우 상대국의 ‘방패(요격망)’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최종 핵병기’가 될 수 있다. 군사 강국들이 향후 전쟁 판도를 확 바꿀 ‘게임체인저’로 보고 앞다퉈 개발 경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극초음속미사일의 선두주자는 러시아다. 2019년 말 음속 20배로 최대 16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인 ‘아방가르드’를 실전 배치했고, 지난해에는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지르콘’의 시험발사에 잇달아 성공했다.
‘지르콘’은 음속의 8배 이상으로 약 1000km를 날아가 미 항공모함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올해 수상함이나 잠수함 등에 전력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또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극초음속미사일로 개량한 ‘킨잘’ 극초음속순항미사일도 개발해 미그(MIG)-31 전투기에 탑재하고 있다.
중국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14년에 ‘둥펑(DF)-ZF’라는 극초음속 탄두(HGV)를 개발해 2017년부터 둥펑-21·26 순항미사일에 장착했고,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둥펑-17 극초음속미사일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둥펑-17은 극초음속 핵탄두를 싣고 음속의 10배 이상으로 변칙기동이 가능하다. 중국이 지난해 8월에 비밀리에 시험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핵 장착이 가능한 극초음속미사일이 둥펑-17로 추정된다. 이 시험발사로 중국이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지구 저궤도(고도 150∼200km)를 도는 위성에서 HGV를 쏘는 형태의 극초음속 궤도 무기 개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중국에 뒤처진 미국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연거푸 실패한 끝에 같은 해 9월 음속보다 5배 빠른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 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전투기 탑재용으로 개발 중이다. 이 밖에 공중발사용 AGM-183A를 비롯해 차량과 함정, 잠수함에서 발사돼 음속보다 5∼7배 빨리 날아가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극초음속미사일 4종을 2020년대 후반까지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호주, 인도를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시동을 걸었고, 일본도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한 극초음속순항미사일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우리 군도 2030년대 초까지 음속의 5∼7배에 달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추진 중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