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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ian 번외.
-그와 그녀의 만남 1-
16세-
또래의 아이들과 달리 소원은 이미 자신의 꿈을 쫓아 달리고 있었다.
그 나이에 벌써 자신의 길을 찾고 열정을 바친다는 건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니다.
그녀는 친구들의 부러움과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고
혹은 질투와 시기를 부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간에
그러한 시선과 감정들 속에서 그녀가 소외된자, 아웃사이더가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일이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것 쯤은 그녀가 감수해야 되는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익숙한 일이어서 자극조차 되지 않았다.
친구라...얼마나 자신에게 생소한 단어인가...
사람들은 그녀보다 그녀의 '배경'에 더 주목했다.
백소원이란 존재는 그 배경에 딸린 부록같은 존재였을 뿐이었다. 언제나.
그렇기때문에-
자신의 꿈을 위해 그 '배경'을 버리고 나왔을때는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했다.
................
...........
......
"소원아, 고생하지 말고 이제 그만 돌아와...아버지도 속으론 분명 후회하고 계실꺼야...
그 초라한 방에서 제대로 먹기나 하겠니? 엄마 생각해서라도...응? 소원아..."
걱정이 한껏 베여있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소원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엄마한테는 정말 죄송해요. 드릴 말씀이 없어요... 하지만 돌아가진 않을 거예요. 절 내친 건 아버지예요. 그리고 전 제 힘으로 꿋꿋히 이루어내서 제 의지를 증명해 보이고 말거예요. 순수히 제 노력만으로-
이루고 말거예요! 기필코 가수가 되겠어요!!"
아버지는 그녀의 꿈을 맹렬히 반대했다.
어린 나이에 품는 한때의 치기로 여기셨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는 너무나 굳건해서 정면으로 돌진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아버지에게 있어 그녀의 의지와 꿈은 그깟 '배경'에 생채기나 낼 행위일 뿐이었다.
서로 한치의 물러남도 양보도 없는 상태에서
결국 소원은 꿈과 가족 중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극한의 상황까지 몰리고야 말았다.
......그녀의 선택은 명백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심연까지 뻗친 가슴의 통증을 품게 되었을 뿐- 그뿐이었다......
"너 사는 꼴을 뻔히 아는데 가만 있으라는 거니? 도대체 알바를 몇 개나 하는 거야! 왜 주는 돈 안 받고 사서 고생을 해! 너 진짜 엄마 쓰러지는 꼴 보고 싶니?"
어머니가 역정을 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소원은 새벽 2~3시는 되어야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학교가 끝나면 8시까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했고 또 12시까지 호프집에서 서빙일을 했다.
그리고나서야 새벽 2-3시 어쩔 땐 밤을 꼬박 새며 자신의 밴드부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아르바이트와 밴드부 생활, 학교를 병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자취방에 반찬하고 돈 놓고 가는 거...하지 마세요. 돈은 김 비서 편으로 다시 보냈어요. 자꾸 그러시면
아예 못 찾는 곳으로 숨어버릴거예요. 제발....걱정 그만 하시고 절 믿어주세요."
"숨어버리다니? 그런 소리 함부로 내뱉지 말아!
휴......소원아....물론 엄마는 널 믿는단다...어차피 말 들을 너도 아니니 한가지만 부탁할게.....건강은 꼭 챙겨....밥도 제때 먹고...응?"
"물론이에요. 제 건강 제가 챙기지 않으면 어떡해요? 으악, 저 밴드부 늦겠어요! 이만 끓을게요. 사랑해요- 엄마!!"
재빨리 핸드폰을 닫아버린 소원은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그녀가 앉은 바닥으로 투명한 물방울들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숨죽여 울지만 그 떨림만은 어쩔수 없어 가녀린 소원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기타처럼 보이는 제법 큰 악기가방을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있지만 전혀 무거워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선 자리에서 담배만 연신 피워댄다.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 짓는 그.
오랫동안 그녀와 함께 밴드 생활을 해온 만큼 그녀의 기분정도는 금방 캐치할 수 있었다.
어느덧 소원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발걸음을 움직이고
동시에 그 또한 드디어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마치 지금 그녀를 발견한 듯이-
"여어- 요즘 은근히 늦어진다. 너? 이카루스에 대한 사랑이 식었어."
이카루스-
그들의 밴드 이름이다.
과장되게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결국 소원은 웃고 만다.
아마 자신의 모습을 봐버린 모양이다.
그는 꼭 자신이 상심해 있을 땐 이런 식으로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한껏 지으며 분위기를 띄었다.
"정태민- 지각대장인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나도 이제 다한 모양이다."
그의 이름은 정태민.
이카루스의 베이스이자 리더이다.
소원은 그를 진심으로 인간대 인간으로서 존경했다.
많지도 않은 나이에 겪은 파란만장한 삶을 모두 베이스에 싣는 태민은 진정한 뮤지션이라 할 만했다.
"나를 물로 보는데- 이 소리를 들으면 엎드려 절하게 될걸?"
"흥. 니 입에서 나오는 소리야 뻔할 뻔자지."
"과연 그럴까? 잘 들어- MONO에서 이카루스의 라이브를 승낙했어! 첫 공연이라고!!!"
"야! 그런 농담 제일 싫어하는 거 알잖아! 농담인거 알아도 괜히 기대한단 말야!"
"바보 백소원아-! 이건 진짜야! 우린 드디어 사람들 앞에서 데뷔하는 거라고!"
".............."
"야....여어- 백소원...?..."
"...윽...흐윽....으아아아앙!!!!!!"
목놓아 울어버리는 소원.
태민은 그런 소원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축하해. 보컬 백소원양."
"........흑.....고마워. 축하해. 베이스 정태민 군."
"이것들이 나는 보이지도 않지? 천재작곡가 류은혁님을 제 3자 취급하다니."
은빛 머릿칼을 쓸어올리며 꽤나 시건방진 자세로 중얼거리는 은혁.
자칭 천재지만 사실 그의 실력은 정말 천재라 할 만했다.
이카루스의 음악이 꽤나 수준 높은 것도 모두 그의 노력 덕분이다.
기타와 드럼의 일우와 남혁도 수준급이었지만 이카루스에서 가장 발군인 존재라면-
역시 작곡과 키보드를 맡고 있는 류은혁 그일 것이다.
"예예- 소인들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알아서 모십지요-"
"풉! 정태민 너 진짜 잘 어울려! 큭큭..."
아직은 그를 만나기 전........
또한 이카루스가 비상하기 전...........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그와 그녀가 만나기 정확히 일주일 전에 있었던 그녀의 세계였다......
"재희 오빠! 다녀올게요. 오늘도 빠샤!"
부드럽게 웃고 있는 재희.
이 사진은 소원의 보물 1호이다.
그리고 보물 2호,3호,4호....
소원의 자취방은 재희의 사진과 브로마이드로 가득하다.....
그렇다.
그녀는 재희의 열혈팬이었다-
교실의 풍경은 변함이 없다.
수군수군대며 흘깃흘깃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
소원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어폰을 두귀에 꼽고는 그대로 엎드려 버린다.
................
.........
.....
쾅!
누군가가 세차게 교실문을 닫으며 나갔고 시끄러운 소리에 소원은 잠에서 깼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평소보다 배는 심하게 반 아이들이 자신을 보며 수근댄다.
"빽없으면 서러워서 살겠니? 같이 잤는대도 누군 실컷 깨져서 나가버리고 누군 무사태평이네."
"참나. 집이 재벌이면 다야? 고고하신 공주님이 따로 없다니까."
"선생도 쟤한텐 찍소리 못하고 혜미만 야단치는 것봐. 내참 드러워서-"
젠장.
순식간에 모든 걸 파악한 소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문밖을 향했다.
"지가 뭘 잘했다고 성질이라니? 기막혀라."
"우리 같은 소시민들과는 같은 공간에 있기도 싫은 가보지."
문고리를 잡은 소원의 손에 힘이 실린다.
주먹을 꽉 진 다른 한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답답하다-
벗어나고 싶다.........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한참 공사 중인 학교 건물이라 출입을 통제했고
더욱이 옥상은 아예 접근금지인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곳만큼 적당한 곳은 없었다.
망설임 없이 소원은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갔다.
티없이 푸른 하늘.
소원은 그대로 매트에 누워버렸다.
"......?......."
누군가의 음색. 멜로디-
저 푸른 하늘만큼이나 맑고 시원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보이지 않나요...
난 늘 여기 있어요......
오늘도 그대를 목놓아 부르죠....
그를 사랑하지마요...
그에게 가지 마요...
내가 있어요...
오늘도 나는 그대를 기다려요...."
어째서-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노래가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걸까.
아름다워.......
노래의 발상지-
올려다본 그곳엔 전혀 이외의 인물이 있었다.
소원은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이 학교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태.후.
같은 반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그녀가 원치 않아도 들리는 소문과 이야기로 알게되버렸다.
그럴만도 했다.
여자애들은 툭하면 진태후 어쩌고 하며 자기들끼리 떠들어댔고
남자애들은 남자애들대로 그가 자주 도마에 올랐으니까.
그저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한-
여자들을 단번에 매료시키는 어떤 힘마저 느껴지는 얼굴.
잘 갈은 칼날 처럼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베어버릴 듯한 기세.
기세만큼 독특히 값을 치루게 하는 그의 주먹.
온 몸에서 위험하다는 아우라를 내뿜는 듯 한 모습.
단 몇 번이지만, 그녀가 직접 봤던 그에 대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그런 그가....
진태후가 그런 보이스로 그 같은 노래를 부르는지!!!
소원은 그의 노래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새 그녀는 잠이 들어버렸다.
...................
..........
.....
푸른하늘 아래에서 새근새근 잠든 그녀 옆으로
그림자 하나가 생겼다.
"......이런. 사랑스러운 도청꾼이시군....훗....."
그렇게 몇 초간을 머물다 이내 사라지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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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과 태후의 첫 만남입니다.
남주는 태후랍니다.^^
오랫만에 여유를 찾아서 너무 좋습니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서 소설에도 여유를 잃은 느낌이었는데...
뮤지션 번외는 주인공이 16세- 였던 시절로 과거의 추억입니다.
위의 글에서 알다시피 백소원 그녀와 가장 먼저 인연을 접한건 정태민이라고 할 수 있죠.
설마 벌써 정태민을 잊으신건 아닐테죠?;;
Tatoo의 리더였던 그 정태민입니다...^^;
다른 이카루스의 멤버는 앞으로 등장하지 않겠지만,
자칭 천재 류은혁군은 먼 훗날 아주 드라마틱한 요소를 제공한답니다~
한 편더 번외가 올라오고 다시 현재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어주세요.
읽어주시는 모든 님들 감사드리고
성실 연재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댓글 재밌네요ㅠㅠ다음편도 빨리나왔으면 좋겠어요 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