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해볼까, 어디를 가볼까, 등등. 무척 오래 전에 본 영화입니다. 반세기도 전에 본 영화이고 사춘기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투명인간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볼까, 상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한 때이니 답은 나와 있습니다. 구태여 표현하지 않아도 짐작합니다. 하나 단점이 있습니다. 투명인간으로 있자면 옷을 입기 어렵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모두 가려야 합니다. 가려지지 않은 부분은 그냥 빈자리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머리 아래는 옷을 입었는데 얼굴은 나타나지 않으니 소위 얼굴 없는 귀신 모양이 되고 맙니다.
세상이 발전하여 공상과학영화가 많이 나왔습니다. 진작부터 우주공상과학영화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순간이동’입니다. 가능 여부를 떠나 그런 상상을 처음 한 사람이야말로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아무튼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순식간에 이동합니다. 우주에서라면 우주선에서 바깥 다른 행성으로, 또는 이 행성에서 저 행성으로, 이 우주선에서 저 우주선으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현재로서는 아마도 연구 중이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말 그대로 공상이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19세기에 공상이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현실로 나타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막연히 망상으로 치부할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만약 나에게 ‘순간이동’이라는 능력이 갖추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상상해봅니다. 이동의 자유는 있지만 눈에는 나타납니다. 순간적으로 사라지면 귀신을 본 듯하겠지만 일단 나타나서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람을 데리고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놀라자빠질 일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 사람은 그 능력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할까요? 어느 날 ‘데이빗’은 자신에게 ‘순간이동’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능력으로 처음 한 일이 무엇입니까? 철저하게 보안장치가 되어 있고 경비가 삼엄한 은행 금고 안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현금을 다발로 싸가지고 자기 집으로 이동합니다. 갑자기 떼 부자가 되었습니다. 맘대로 써보는 것입니다.
마침 오래 전 학교친구를 만납니다. 좋아했던 여친 ‘밀리’를 카페에서 만나 여행을 제의합니다. 신나는 일이지요. 의문이 생깁니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친구가 어떻게 비행기 일등석을 차지하고 고급 호텔에 투숙할 수 있겠습니까? 특별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야 좋지만 오히려 불안합니다. 그럴 만한 사람도 환경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돈을 헤프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돈이 좋기는 하지만 출처가 분명하지 않으면 불안만 일으킵니다. 가방 안에 든 막대한 현금은 불안을 지나 공포를 야기합니다.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게 됩니다. 어디서 생긴 거야? 시원하게 설명도 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또 다른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세상에는 음과 양이 병존합니다. 반드시 대칭적 존재가 있게 마련입니다. 또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약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그를 대적하는 존재도 있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는데 막대한 현금을 도난당했습니다. 은행에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누구도 드나든 흔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사건을 알게 된 반대자가 등장합니다. FBI를 사칭하여 수사에 뛰어듭니다. 사실은 이 점퍼들을 찾아 처단하려는 또 다른 조직 ‘팔라딘’의 팀장입니다. 자기 무리를 이끌고 다니며 점퍼를 찾아내서 사살합니다. 당연히 점퍼의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도 순간이동을 합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하면서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카페에서 데이빗을 유심히 지켜보던 또 다른 점퍼가 있었습니다. 분명 자신도 팔라딘의 제거 대상이기에 몰래 따라다니며 주시합니다. 데이빗도 쫓겨 다니며 자신과 같은 ‘그리핀’이라는 이 점퍼를 마주하게 됩니다. 모이면 노출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도 하지만 서로 힘을 합할 수도 있습니다. 단독으로 활동하기 좋아하는 그리핀이지만 결국은 힘을 합하게 됩니다. 문제는 팔라딘이 점퍼와 관련되는 사람들까지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밀리가 위험에 빠집니다. 데이빗으로서는 어떻게든 지켜주어야 합니다. 자신 때문에 전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린 것이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습니다. 밀리는 영문도 모르고 이리저리로 정신없이 오락가락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합니다. 위기에서 데이빗은 뜻하지 않은 엄마의 도움을 받습니다. 순간적으로 도와주고는 사라집니다. 나중에 데이빗이 엄마를 찾아냅니다. 찾아가지만 반가움도 잠시 엄마는 데이빗을 쫓아내듯 집 밖으로 몰아냅니다. 오래 전에 엄마는 어린 데이빗을 버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 상처로만 남았지요. 그 엄마를 찾아내었으니 반갑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도 가능한가요? 하기야 성경에도 그런 말씀이 있기는 합니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마10:36) 영화 ‘점퍼’(Jumper)를 보았습니다. 2008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