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어제 저녁때 북한 대 일본 의 여자축구를 보고 답답한 기분이라 일요일인데도 열심히 자전거 굴려 학교에 와서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도 결과 아시겠지만 북한이 3대 빵으로 졌습니다. 스코어로 보면 완패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명백한 수비 실수와 자책골. 신들린듯 북한의 치명적 실수가 이어졌습니다.느낌상으로 볼 지배율의70에서 80퍼센트의 경기를 했는데도. 후반전에는 거의 북한의 공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지지리도 운이 안따르더군요. 리금숙 언니의 비어호프를 방불케하는 헤딩슛이 팅,팅,팅 스리 쿠션으로 바를 맞고 튀어나올때 정말...오늘 일본 신문을 읽어보니, 일본보다 한수위의 실력이면서도 북한 선수들이 긴장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더군요. 사실 일본에서조차 일본이 이겼다는 걸 못믿어 하는 분위기이기도 했습니다.
여자축구 웬만하면 썰렁하죠. 일본도 다를바 없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국-중국 경기는 텅터러텅. 역설적이지만 그게 오히려 평균에 가깝지요. 하지만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북한-일본 경기는 3만 5천명이 들어왔습니다. 정말 어제만큼은 일본 애들 맛 뻑가서 축구를 보러 온게 아니라 단지 목숨걸고 일본을 응원하러 온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납치사건으로 일본에서 북한은 완벽한 악의 축이 되어있으니까요. 그런 북한을 눌러주마 하는 분위기가 떠도는 듯했습니다.
북한경기를 앞둔 일본의 언론에서는 몇주일전부터 북한은 강하다 우리 보다 한수위다 하고 북한을 엄청띄워올렸습니다. 그러고는 덧붙인다는 것이 그런 북한과 맞서는 일본 선수들을 위해서 응원하러 갑시다. 응원으로 이기게 합시다. 여기저기 방송에서 선동을 했습니다. 북한이 일본에서 경기하는 것이 내심 불안했었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때도 그랬듯이 북한이 뭔가 적대적인 어웨이 경기에 약한 듯 했거든요.
어느 유학생은 한국도 월드컵때 일방적으로 지독한 응원하지 않았어...그런 말 합니다. 하지만 전 그런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어제 북한-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애들의 응원이라는 건, 북한과 일본이 아직 수교관계가 되어 있지 않다거나, 하는 고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애들 젊은애들 자신의 과거를 잘 모른다 모른다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신들의 무식함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비유가 맞을지 모르지만, 이스라엘과 독일이 축구경기를 하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어제 한국도 졌습니다. 이로써 북한,한국이 다 올림픽에 갈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과 중국,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이었다면 북한,한국 모두 해피한 결과를 맞이 했을지도 모르는데. 참 얄궂고 씁쓸합니다. 답답한 기분에 긴글을 올렸고, 오해가 있을까 수정했습니다.
제가 소위 객관성을 잃은 것일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