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4호
호주 시드니에서 온 백 스물 아홉 번째 편지
오직 하나님께만 무릎 꿇고 기도하는 남은 자들을 통하여
지난 주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함께 극적으로 풀려난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었습니다. 이번 주는 북한을 방문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이틀 째인 1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또는 북한 수뇌부에 건넬 우리 정부의 메시지가 어떤 것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 회장도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억류 135일째를 맞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의 석방과 지난달 30일 기관고장으로 월선했다가 북에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조기 송환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기를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항상 무슨 사건이 뻥하고 터지면 세계의 온 이목이 집중되는 북한 땅에 꼭 4 년 전에 갔다 왔었습니다. 그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며 불과 얼마 전에 다녀 온 것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나 갈 수 없다는 북한 땅에 도착한 후 모든 것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학생 시절에 배웠던 그 무시무시한 세상(?)에 내가 지금 와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토록 오고 싶어 하셨던 할아버지와 부모님 대신에 내가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첫 날 밤은 마치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가 첫 날 밤을 맞이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정작 더 들떠 있었던 것은 다음 날이 바로 주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북녘 땅에 두 개 밖에 없는 교회 중 한 교회를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교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러한 교회인지, 그리고 교인들은 말로만 듣던 것처럼 동원된 것인지에 대해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더 흥분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어서 빨리 밤이 지나고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는 하루의 해가 떠오르기를 소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내가 당도한 곳은 귀동냥으로만 듣던 봉수교회였습니다. 주일 날 어느 교회처럼 봉수교회의 입구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아마 6.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 땅을 밟은 미국을 비롯한 호주,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기독해외동포들이 예배를 드리기 위해 봉수교회를 찾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이들도 북녘 땅에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에 흥분했을 것입니다.
11시가 되자 담임 목사님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예배당 안에는 36명의 성가대원과 200명이 넘는 교인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또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파이프 오르간은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봉수교회가 일반 교회와 다른 것은 주보가 없다는 것, 청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 어른들을 제외한 다른 예배가 없다는 것 그리고 예배 시작 전에 손님들을 먼저 소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순서들이나 진행이 일반 교회와 유사했습니다. 찬송가는 우리가 쓰는 찬송가와 장수만 다를 뿐 거의 비슷했고 성경책은 공동번역을 내용으로 하였습니다.
목사님께서 사회를 보시며 예배를 인도하셨고 기도는 장로나 집사가 아닌 일반 여성이 메모해 놓은 기도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일반 교회에서 실수하는 것처럼 조그만 실수도 있었습니다. 반주자가 목사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피아노를 쳤다가 그만 멈추고, 찬양대원들이 쿡쿡대고 웃는 모습은 일반 교회에서 보는 것과 같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찬양대의 찬양과 특송은 대단했습니다. 정말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처럼 그렇게 잘할 수 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영적인 호흡이 함께 어우러졌다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찬양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목사님의 설교는 요한일서 4장 20절에서 21절 말씀을 중심으로 “사랑으로 뭉쳐 하나가 되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말씀하셨습니다. “북과 남 우리는 하나의 핏줄이다. 그리스도인들이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형제, 동족, 국가를 하나로 묶는 기본 원동력이 사랑이다.” 나는 그 말씀을 들으며 그 말씀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포함되어졌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져 보았습니다.
설교를 마치고 헌금 시간에 고 문익환 목사님의 동생이신 문동환 목사님과 함께 몇 명의 목사님들과 함께 특송을 했습니다. 비록 목사님들께서는 봉수교회의 찬양대처럼 음악적인 기교는 부족했지만 북한 땅에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넘쳐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북한 찬송가로 174장인 “놀라운 평화”를 힘 있게 불렀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담임목사님부터 시작하여 방문자들이 뒤로 나가면서 자리에서 서있는 북한 교인들과 악수를 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갈 때까지 예배당 문 밖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가대원들만은 모두 나와 사진도 찍고 또 다시 만나자는 말도 빼놓지 않으면서 그렇게 석별의 정을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나는 봉수교회를 떠나 평양 시내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과연 봉수교회의 교인은 동원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내 자신에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설령 95%가 동원된 교인이라 해도 그 중 5%만이라도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남은 5%의 사람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나가실 것이다. 그리고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도 산속에서 하나님 앞에 무릎 끓고 기도하는 극소수의 남은 믿음의 용사들을 통하여 북한 땅에 다시 복음의 기쁜 소식이 메아리 칠 것이다.’
하나님은 홍수 심판 후 남아 있는 노아의 가족을 통해서 구속사를 이루어 나가셨습니다.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 끓지 않은 칠천 인을 통하여 이스라엘의 역사를 써 내려 가셨습니다.
엘리야에게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 칠천 인을 남기리니 다 무릎을 바알에게 꿇지 아니하고 다 그 입을 바알에게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왕상19:18)라고 하셨던 말씀은 오늘도 북한 땅에서 다른 것에 무릎 꿇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만 무릎 꿇고 기도하는 남은 자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나가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일 것입니다.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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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엄마 수술땜에 2주간 병원에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복음을 전하는 한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그분도 수술한 후라 많이 아팠을텐데...어디서든 아무도 예배하지 않는 그곳에서 예배드릴수 있는 그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도 그 사람이 되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