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이 뜨기 이전에 '집밥 우선생'이 있었다. 서울 이촌동 식당 '수퍼판'을 운영하는 우정욱(57·
작은 사진) 대표는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대치동 요리선생'으로 불렸다. 그가 부엌에 들어서면 사람이 모였다. 일부러 애쓴 건 아니었다. 2대째 서울 토박이인 친정어머니는 한 끼도 맛있고 정갈하게 차려냈다. 카레라이스도 토스트도 어머니 손을 거치면 근사한 요리가 됐다. 결혼은 그를 한 번 더 단련시켰다. 입맛 까다로운 시아버님 때문에 밑반찬 하나도 더 깐깐하게 만들었다. 애쓴 시간이 쌓이니 솜씨가 됐다. 주위에서 "음식 좀 팔거나 가르쳐 줄 순 없냐"고 했다. 주부들을 모아 가르쳤고, 대치동 '톨릭스' 같은 카페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촌동으로 옮겨와선 '수퍼판'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내는 서리태 마스카포네, 궁중 떡볶이 등은 지금도 맛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베스트 메뉴다. 최근엔 '우정욱의 밥'(책책)을 펴냈다. 5일 만난 우정욱은 "시간이 흘러도 남는 건 결국 집밥이더라"고 했다. "밥이 뭔지…(웃음), 밥을 해주고 나면 남이었다가도 우리가 돼요. 밥 해준 사람은 괜히 생각만 해도 따끈따끈하죠. 연말엔 결국 밥인 거예요."
◇네 가지만 쉽고 예쁘게
실제로 연말에 집에서 모여 밥을 먹는 이른바 '홈파티'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올해 20~30대 여성이 와인·와인용품을 사들인 금액은 작년보다 129.3%나 늘었다. G마켓에서도 홈파티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술잔은 237%나 더 많이 팔렸고 와인용품(56%), 파티·테이블용품(33%)도 많이 팔렸다.
우정욱은 "집으로 손님을 부를 땐 너무 많이 차려도 힘들고 적게 차리면 빈약하니 딱 네 가지 정도만 차리면 좋다"고 했다. 샐러드 같은 전채 음식, 해물과 고기가 들어간 메인 요리, 떡볶이나 파스타·밥 같은 탄수화물로 마무리 코스를 짜면 적당하다.
첫 번째 요리는 최대한 쉬운 것으로 한다. 갖가지 채소를 예쁘게 썰어 담고 앤초비 소스나 땅콩 된장 소스 정도만 곁들인 '채소 모음 스틱'이나 동글동글한 부라타 치즈에 바질 소스를 끼얹은 것 정도면 '요알못(요리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닭가슴살 삶은 것에 땅콩·셀러리·건포도·채 썬 사과 등을 넣고 마요네즈·크림치즈·플레인 요구르트 등을 섞은 소스를 버무린 월도프 샐러드도 쉽지만 폼나는 전채 음식.
신경 쓴 인상을 주고 싶을 땐 갈비찜을 한다. 양파즙·배즙·매실청·물엿·정종·간장·고추장·설탕·참기름·후춧가루 등을 넣은 양념장에 고기를 1시간쯤 재운 다음 40분 정도 약불에서 끓이고 국물만 따로 따라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국물 위 기름이 굳으면 이를 싹 걷어내고 다시 굳힌 국물에 당근·감자·밤과 함께 10분쯤 더 조려주면 된다. 힘들 땐 시판 요리도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 "가령 반조리 LA갈비 등을 사서 한 번 굽고 여기에 으깬 삶은 감자 같은 걸 곁들여 담으면 직접 한 것만큼이나 보기 좋아요."
◇한 가지는 내 식대로
딱 한 메뉴 정도는 남들과 다르게 하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우정욱은 "시래기를 넣은 파스타, 문어와 묵은지를 넣은 리소토처럼 남들이 낯설어할 것 같은 식재료를 조합하면 다들 좋아한다"고 했다.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할수록 오히려 더 창의적인 음식이 나온다. 너무 모험이다 싶으면 디저트에 힘을 줄 것. 시판 아이스크림에 갖가지 견과류와 생과일만 얹어내도 보기 좋다.
[쉬운 상차림 비결]▲ 와인잔에 빛깔이 각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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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조리 음식을 활용할 땐 소스만 바꿔보자. 바질이나 깻잎에 잣 등을 올리브유에 갈아 넣고 만든 페스토 소스 등만 더해도 근사하다.
▲ 손님 접시에 깨끗한 솔방울이나 체리 하나씩만 올려놔도 근사한 장식이 된다.
▲ 마무리 안주는 그래도 김치. 파스타를 차릴 때도 백김치나 깍두기를 함께 내면 인기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