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한 마음으로
혼자 찾은 두동마을ㅡ
한때 춘란에 미쳐
자주 드나들던곳
그때 새끼였던 백구가
벌써 두번째 새끼를 낳고 새련된 웃음으로
꼬랑지를 흔든다
막걸리 몇통 과자몇봉지 놓고
구멍가게하던 응큼한 영감탱이...목말라 막걸리 한잔하려 들어갔던곳
그 영감탱이...컴컴한 방구석에서 질펀한 비디오 테이프 틀어놓고
손님이 들어온줄도 모르고 헤롱거리던 모습
겸연쩍게 나를 보면서 어린애처럼 당혹스러워하던 그 영감탱이
그날 막걸리 일곱통을 같이 비우면서 그렇고 그런 내용의 비디오를 장황하게 설명하며
마냥 즐거워하던 영감탱이ㅡ
그 영감탱이는 끝내 볼수없었다
그 구멍가게도 사라졌다
폐가가 된 그곳. 문은 다 부셔저 간신히 모습을 유지하며
공중전화도
담배포도
虛한 공중에서 나불거리고 있었다
계절탓인지 자꾸만 나는 멀리 떠나려하고
그러지 못하는 빈껍데기인 또 다른 나는 ㅡ
어떻게 이 계절의 길목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티어야하나
人生이 즐거우면
그만큼
뼈저리게 허무한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나를 가누질 못할까?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가을하늘은 너무 나에겐 높다
그래도 발돋움해서 붙잡고 싶다
떠나지 못하게
두 팔로 내품에 꼬옥 안고싶다
내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ㅡ
ㅡ순돌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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